HERI 칼럼

[유레카] 면세점

admin 2015. 06. 09
조회수 4283


면세점(duty-free shop)의 기원은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나라 항구를 뱃길로 드나드는 무역상이 음식물과 술·담배를 구입할 때 해당국 세금을 면해주던 데서 출발했다.

최초의 공항면세점은 1945년 문을 연 아일랜드 섀넌 공항이다. 이곳은 수도인 더블린에서 400㎞ 떨어진 변방이지만, 미국에서 대서양을 횡단해서 만나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다. 북미-유럽 직항 기술이 부족해 중간 기착지가 필요했던 시기다. 당시 케이터링 책임자인 브렌던 오리건은 공항 수익사업으로 ‘비과세 상점’을 제안했다. 공항 이용객은 출국 심사를 받고 나면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상에 머무는 셈이니 해당국의 법규(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1947년 아일랜드 정부는 최초의 면세법을 만들어 공항 면세점을 허용했다. 처음에는 소소한 기념품 등을 판매하다 점차 면세 효과가 큰 술·담배, 향수와 보석 등으로 확대됐다.

면세사업을 대규모 유통업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프랑스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전할 목적으로 1959년 공항 이외의 상점에서도 외국인에게 내국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시내 면세점의 출발이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1964년 한국관광공사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문을 연 한남체인이 효시 격이다. 이후 1967년 김포공항에 첫 공항 면세점이 개설됐고, 1979년 시내 면세점이 들어섰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5조원에서 올해는 9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이후 급속히 대기업 독과점 시장으로 변했다. 업계 1·2위인 롯데·신라 두 기업의 점유율은 2007년 57%에서 2014년 83%로 급등했다. 두 면세점은 지난해 6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최근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경쟁에 또 뛰어들었다. 면세점은 국가가 징세권을 포기하는 특혜 사업이다. 대기업 마진으로 흘러간 세금은 어디에서 벌충해야 할까?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등록 :2015-06-08 18:36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4971.html
첨부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유레카] 세계화의 역설 / 박순빈

1914년 6월28일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페르디난트 부부가 세르비아 청년 자객 프린치프의 흉탄에 맞아 피살됐다. 흔히 이 사건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극적 묘사일 뿐 엄밀한 역사적 기록이라...

  • admin
  • 2015.11.11
  • 조회수 3875

[현장에서] 디턴 논란, 저주와 반성 사이에서

디턴의 원저(왼쪽)와 한경BP의 번역본 현장에서 <한겨레>는 10월30일치 토요판 커버스토리에서 <한국경제>의 자회사 한경비피(BP)가 앵거스 디턴의 〈The Great Escape〉를 왜곡 번역했으며,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과 현진권 자유경...

  • admin
  • 2015.11.03
  • 조회수 4729

[싱크탱크 시각] ‘실망’만 안겨주는 청년‘희망’펀드

지난 9월15일 노동개혁안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공식화되고 난 뒤 박근혜 대통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면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 조성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뜬금없는 발상이 ‘청년희망펀드’라는 이름...

  • admin
  • 2015.11.03
  • 조회수 3403

[한겨레 프리즘] GDP와 ‘행복’

조계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요즈음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경제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연일 속보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미국·유럽연합의 경제성장률 동향에 전세계 경제정책 담당자, 기업...

  • admin
  • 2015.10.26
  • 조회수 3988

[싱크탱크 시각] 디지털 공유경제의 ‘공유’ 잠식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지난 9월 핀란드 출장길에 처음으로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봤다. 숙소는 헬싱키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잡은 가정집이었다. 가구의 모양새와 배치, 조명의 색깔...

  • admin
  • 2015.10.26
  • 조회수 4097

‘위대한 왜곡’?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 번역에 관하여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각) 교내 알렉산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상소감을 밝히며 양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프린스턴/AP 연합뉴스 ▶편집자 주: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

  • admin
  • 2015.10.20
  • 조회수 4673

[한겨레 프리즘] 청년담론이 감추는 것들

2002년 이후 한국 정치의 지배적인 프레임은 세대갈등론이었다. 더 많은 불안과 위기에 놓인 젊은 세대가 결집해서 사회를 바꾸자는 것이 야권이 선거 때마다 동원해왔던 전략이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세대갈등론은 ‘청년착...

  • admin
  • 2015.10.19
  • 조회수 3686

[유레카] 엇갈린 불평등 담론?

경제학자들에게 불평등 문제는 늘 거북한 주제이다. 불평등의 절대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데다 이론적으로는 경제 규모, 즉 총생산이 증가하면 불평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 주류 경제학계 안에서는 지배적이었다...

  • admin
  • 2015.10.15
  • 조회수 3498

[싱크탱크 시각] ‘청년희망펀드’, 정말 희망 주려면

지난 추석 명절 고향 가는 차 안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딸과 얘기를 나눴다. 요즘 친구들이 만나면 주로 진로 문제나 이민 얘기를 많이 한단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단다. 이민 관련 정보를 나누고...

  • admin
  • 2015.10.05
  • 조회수 3606

[김공회의 경제산책] ‘진짜 저성과자’를 개혁하자!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g@hani.co.kr 어려서부터 하도 들어 거의 외우다시피 한 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민족’의 우수성에 대한 것이다. ‘은근과 끈기’로 온갖 외세의 공격에 맞섰고, 나라가 위태로...

  • admin
  • 2015.09.22
  • 조회수 4320

[한겨레 프리즘] 프로와 밥값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김성근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화제와 논란의 인물이다. 그의 감독 경력은 비주류로서 주류에 맞서온 도전의 여정으로 그려졌지만, 늘 따라다닌 혹사 논란은 그 도전의 정당성을 의문...

  • admin
  • 2015.09.21
  • 조회수 3249

[싱크탱크 시각] ‘노동 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가?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노사정위원회 합의 시한이 결국 지나버렸다.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한 날짜가 8월26일이다. 노사정 대표자가 몇 차례 만나...

  • admin
  • 2015.09.14
  • 조회수 4233

[싱크탱크 시각] 국회 문턱에 걸린 ‘생활임금’

이현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생활임금을 받으니 일할 맛도 나고, 생계 걱정도 덜 하게 됐어요.” 얼마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북구청 환경미화원인 박용범씨가 생활임금으로 생긴 변화에 대해 한 말이다. 20...

  • admin
  • 2015.09.07
  • 조회수 3799

[김공회의 경제산책] 영국 노동당 코빈의 상식적인 경제정책

영국 노동당 대표 선거가 흥미롭다. 지난 5월 총선에서 허망하게 패배한 뒤 불과 3개월만에 이 정도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까지 하다. 대통령 선거에서 지고 2년 반이 흘렀지만 여전히 패배와 불신의 늪에서...

  • admin
  • 2015.08.25
  • 조회수 4309

[유레카] 최저임금 / 김회승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셀 수 없이 많은 실증 연구가 있지만 결론은 양쪽으로 갈린다. 고전학파는 “비숙련 노동자를 내쫓게 된다”며 최저임금 제도와 인상에 부정적이다. 가격(임금)을 ...

  • admin
  • 2015.08.24
  • 조회수 4141

[싱크탱크 시각] 고용에 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 이상호

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최근 몇몇 재벌들이 앞다퉈 대대적인 일자리 만들기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와 경제 6단체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부-경제계 협력 선언’의...

  • admin
  • 2015.08.24
  • 조회수 3960

[한겨레 프리즘] 로비의 문을 닫지마라 / 한귀영

얼마 전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남자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했다. 대표선수 중 상당수가 축구팬에게도 낯선 신인들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수시로 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를 선발했다고 한다....

  • admin
  • 2015.08.24
  • 조회수 3559

[싱크탱크 시각] 우린 도대체 무얼 먹고 있는걸까

얼마 전 간장을 사러 동네슈퍼에 갔다. 식구가 적어 간장을 가끔 사다보니, 늘 처음 보는 상품들이 많다. ‘자연 그대로’ ‘무첨가’ ‘자연숙성’ 등 포장 앞면의 수식어는 엇비슷해 상품 선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포장...

  • admin
  • 2015.08.17
  • 조회수 3695

[싱크탱크 시각] 누가 청년을 고용절벽으로 내모는가?

언제부터인가 ‘고용 절벽’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통념상 고용 절벽은 기업의 고용 여력이 떨어지면서 일자리가 급감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소 섬뜩한 이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

  • admin
  • 2015.08.03
  • 조회수 3555

[유레카] 금과 달러

국제 금값은 서구 은행들이 결정하는 ‘런던 금 가격’이 표준이다. 1트로이온스(약 31g) 가격을 달러화로 표시해, 런던 시각 기준으로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공시한다. 1919년부터 시작된 관행이다. 지난해 일부 은행의 ...

  • admin
  • 2015.07.29
  • 조회수 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