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유레카] 챗지피티와 세가지 소원

HERI 2023. 04. 13
조회수 560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과 유럽에서 일자리 3억개를 대체할 것이며, 미국 노동자들의 직무 약 70%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노동자의 60%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는 불가피하다.

기술 변화에 따라 챗지피티(ChatGPT)를 직무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챗지피티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응용프로그램(플러그인, API)도 쏟아지며 인공지능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서점가에는 인공지능 업무 활용법에 관한 책들이 챗지피티를 활용해 급조돼 쏟아져 나왔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신종 직업도 주목받고 있다.


프로그램 명령어를 몰라도 일상 언어로 강력한 인공지능을 조수처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동화 속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프롬프트에 질문을 던지거나 요청을 하는 것은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과 비슷하다. 알라딘의 마술 램프, 해리 포터의 마법 주문처럼 희한한 요청을 하더라도 인공지능은 눈 깜짝할 새 답변을 내놓는다. 챗지피티가 환각 현상 없이 유용한 결과를 내놓도록 질문하는 기술을 다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마법학교에서 실수 없이 주문 외우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여겨진다.

챗지피티 시대에 마법 주문 외우는 법을 익히는 것은 얼마나 유용할까?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인터넷 초기의 정보검색사 운명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자연어 검색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검색사는 금세 사라졌다. 기술 장벽은 점점 낮아져 평평해질 텐데, 그 시점에서 중요한 능력은 무엇이 될지가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과 직업 탐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다.

챗지피티와 동화 속 마법을 비교하자면 빼먹지 않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소중한 마지막 소원을 몸에서 소시지를 떼어내는 데 쓸 수밖에 없었다는 ‘세가지 소원’ 동화다. 마법처럼 강력한 기술을 누구나 자유로이 쓸 수 있는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그 힘을 어디에,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누구나 욕망한 대로 도구를 쓸 수 있게 되는 환경에서는 어떠한 개인적·사회적 통제체계를 마련해야 하는지도 과제다. 이미 챗지피티는 부정행위와 해킹 등에 쓰이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876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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