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는 인기 높은 국민스포츠인데, 청소년 명문구단 선수들의 생일을 분석했더니 이색적인 통계가 나왔다. 전체 선수의 40%가 1~3월에 태어났고, 상반기 출생 선수를 합치면 전체의 70%에 이르렀다. 11~12월에 태어난 선수는 모든 엘리트 하키팀에서 10%에 불과했다. 1990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전 선수들의 생일을 조사했더니 288명이 9~11월에 태어난 반면, 6~8월에 출생한 선수는 절반도 안 되는 136명에 그쳤다.


왜 아이스하키는 1~3월생이, 축구는 9~11월생이 유리한 것일까? 두 나라에서 아이스하키와 축구 선수를 선발하는 나이 기준이 각각 1월과 9월인 게 배경이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몇 달 차이는 무시 못 할 체격과 체력의 격차다. 몇 달 먼저 태어난 게 선수 선발과 훈련 기회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선천적 재능이나 노력을 압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다양하게 확인됐다.(맬컴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윤석열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살로 앞당기겠다고 밝힌 이후, 새삼 주목받는 통계다. 현행 교육법에서도 5살 조기 취학은 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이른 사회 진출과 경제활동 기간 연장 목적에서 조기 취학 풍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각종 부작용에 시들해졌다. 교육이 경쟁 위주로 치닫는 현실에서 섣부른 정책은 교육 수요자와 국가 전체에 큰 피해로 이어진다. 교육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입시정책이 바뀔 때마다 악용하는 이들에 의해 변질되어온 게 한국 교육정책의 역사다.

현 정부가 교육부를 경제부처로 간주하며 교육을 저출생 대책과 산업정책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안동대 학생들을 만나 “인문학은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며 병행해도 되는 것”이라며 인문학의 역할과 가치를 한껏 폄하한 바 있다. 2017년 유발 하라리는 한국을 찾아 “현재 학교교육의 80~90%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쓸모없어질 것”이라며,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 위주 교육의 한계와 인문학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라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5살 취학과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생일 격차 [유레카]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유레카] 등반가 쉬나드가 연 ‘자본주의의 새 길’ / 구본권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 김재욱 화백 한동안 극점과 8000m대 봉우리는 숱한 생명을 삼킨 모험과 과시적 국가주의의 대상이었다. 1964년 중국 시샤팡마(8027m)를 끝으로 8000m 14좌 모두에 사람 발길이 닿고, 1986년 라인홀...

  • HERI
  • 2022.09.26
  • 조회수 19

[아침햇발] 전현희 위원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 / 곽정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감사 재연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곽정수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감사원은 직무상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위...

  • HERI
  • 2022.09.16
  • 조회수 104

[아침햇발] 한가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 이봉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용골자리 성운.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진 이 성운은 태양보다 몇배 더 큰 무거운 별들의 고향으로, 우리은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가운데 하나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이봉현 | 경제사회연구원...

  • HERI
  • 2022.09.13
  • 조회수 110

‘심심한 사과’ 문해력 논쟁과 ‘헤어질 결심’ 서래에게 배울 것 [유레카]

청소로봇 룸바, 지뢰탐지 로봇 팩봇 등을 개발한 미국의 로봇공학자 로드니 브룩스는 최근 창고로봇 카터를 선보였다. 작업자의 동작을 판독해 사람을 효과적으로 보조하는 이 로봇에 대해 외신들은 ‘사람의 몸짓언어를 해독하는...

  • admin
  • 2022.08.24
  • 조회수 292

[아침햇발] 유럽은 올겨울이 두렵다는데, 우리는? / 이봉현

천연가스 소비의 55%를 러시아산에 의존했던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 등으로 올겨울 가스 소비를 20% 줄여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가스 공급망의 핵심을 이루는 ‘오픈 그리드 유럽’의 가스압축 시...

  • HERI
  • 2022.08.22
  • 조회수 280

[유레카] 제트세대의 문해력 ‘수평적 읽기’ / 구본권

페이스북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정보 게시물을 삭제하던 정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페이스북은 초기엔 “표현 자유”를 내걸고 백신음모론 등 허위정보를 방치했는데 비판이 높아지자 방침을 바꿔 지난 2년간 2500만...

  • HERI
  • 2022.08.22
  • 조회수 150

[아침햇발] 기업이 ‘반칙’하기 좋은 나라 / 곽정수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소회와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곽정수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법과 윤리를 위반한 임직원...

  • HERI
  • 2022.08.19
  • 조회수 148

“일주일내 범죄 발생 예측 정확도 90%” AI 도입 득될까?

시카고 구역별 범죄 발생확률 AI, 높은 정확도 예측 불구 유색인종, 빈곤층 과잉 대표 채용시 민감정보 배제해도 성·인종 추정가능 대리지표로 ‘비의도적 차별’ 만들어내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 차별 만연한 사회현실 반...

  • HERI
  • 2022.08.09
  • 조회수 272

5살 취학과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생일 격차 [유레카]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는 인기 높은 국민스포츠인데, 청소년 명문구단 선수들의 생일을 분석했더니 이색적인 통계가 나왔다. 전체 선수의 40%가 1~3월에 태어났고, 상반기 출생 선수를 합치면 전체의 70%에 이르렀다. 11~12월에 ...

  • HERI
  • 2022.08.03
  • 조회수 352

[아침햇발] ‘아마추어’ 대통령 / 곽정수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특별 사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곽정수 | ...

  • HERI
  • 2022.07.26
  • 조회수 500

[아침햇발] 정책 상상력이 아쉬운 ‘올드보이’ 정부 / 이봉현

정부는 기름값이 급등하자 유류세를 법적 한도인 37%까지 인하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주유소에서 내 건 유가 알림판에 휘발유가격이 2169원 표시되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봉현 | 경제사...

  • HERI
  • 2022.07.19
  • 조회수 398

[유레카] 카톡에 올린 자녀 사진의 프라이버시권

2016년 캐나다 캘거리에 사는 당시 13살 소년 대런 랜들이 부모를 상대로 합의금 수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부모가 자기 얼굴에 초콜릿을 묻히고 사진을 찍는 등 아기 시절 ‘굴욕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10년 넘게 공...

  • HERI
  • 2022.07.13
  • 조회수 522

당신의 임신 중지, 빅테크 ‘디지털 흔적’으로 남아 있다

임신중지 기소때 디지털증거 활용관행 위치 정보, 문자메시지, 검색 기록 등 “공권력의 디지털정보 요청을 빅테크가 판단·결정할 수 있는가” 빅테크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 부각 지난 6월 25일 시민들이 미국 연방대법원 청사 ...

  • HERI
  • 2022.07.13
  • 조회수 349

[아침햇발] 대통령이 ‘바이네르 구두’를 살 때 못 들은 이야기 / 곽정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 주말인 지난 5월14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바이네르 매장을 찾아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바이네르 제공 곽정수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김원길(61) 바이네르 대표...

  • HERI
  • 2022.06.27
  • 조회수 403

[아침햇발] ESG에 부는 역풍 / 이봉현

지난 2년간 한국 기업에도 이에스지 ‘열풍’이 불어 이에스지 위원회를 꾸리고 경영의 지표로 삼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 누리집 갈무리 이봉현ㅣ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에...

  • HERI
  • 2022.06.22
  • 조회수 571

[유레카]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한국 웹환경 / 구본권

웹브라우저의 대명사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출시 27년 만에 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예고해온 대로 지난 15일 익스플로러에 대한 지원을 공식 종료했다. 이날 이후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면 엠에스의 새 브라우저인 ‘에지...

  • HERI
  • 2022.06.20
  • 조회수 502

[아침햇발] ‘신기업가정신’ 선언이 쇼가 아니라면 / 곽정수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주주에 대한 봉사와 이윤 극대화라는 가치를 넘어 종업원과 고객, 납품업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겠다.” 2019년 8월19일 미국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

  • HERI
  • 2022.05.31
  • 조회수 666

[아침햇발] ‘한국이 말한다’를 시작할 때

201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독일이 말한다’에서 생각이 크게 다른 두 사람이 짝을 이뤄 대화를 하고 있다. <디 차이트> 온라인 이봉현 |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소셜미디어를 넘겨보다 몇번 불편하면 ‘친구 끊기’를 ...

  • HERI
  • 2022.05.20
  • 조회수 752

[유레카] ‘반지성주의’와 ‘투명성’ / 구본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화두로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 HERI
  • 2022.05.16
  • 조회수 666

[유레카] ‘고발당한’ 노사협의회 / 곽정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51번째 과제로 노사협력을 제시했다. 또 이를 위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대표성·독립성 강화를 통해 참...

  • HERI
  • 2022.05.08
  • 조회수 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