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코로나19로 인한 일부 현상은 팬데믹이 지나가도 일상으로 자리잡을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예측됐다. 비대면 회의와 배달 문화, 영화관 대신 온라인 동영상 감상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 팬데믹 탈출 시기에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주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주가는 약 40% 폭락했다. 올 1분기 유료회원이 2억2160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만명이 줄어들었다는 1분기 실적발표 직후 일어난 일이다. 2011년 서비스 이후 매 분기 꾸준히 늘어온 가입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넷플릭스는 치열해지는 경쟁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에서의 사업 중단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우려는 스트리밍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시엔엔>(CNN)은 지난달 말 뉴스 스트리밍 구독서비스인 시엔엔플러스를 출시했는데, 가입자 저조로 오는 30일 서비스를 접는다고 발표했다.

1998년 미국에서 우편을 통한 비디오 대여서비스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온라인을 통해 영상 문화의 틀을 바꾸며 새 표준을 만들어온 대표적 혁신 기업이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은 디브이디(DVD)플레이어 같은 가전을 유물로 바꾸고 대기시간, 메모리가 필수였던 다운로드를 구식으로 만들었다. 미국에서 넷플릭스는 인기 시청시간대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점유한다. 최근엔 <오징어게임>에서 보듯, 각국의 다양한 작품을 순식간에 전세계인이 공감하게 만드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기업이자 문화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의 최대 장점은 시청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용자별 추천이다. 이용자가 어느 장면을 되돌려 보는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면 시청을 중단하는지를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하는 기능이다. 시청을 시작하면 웬만해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 경쟁상대는 수면시간이다”라며 질주해왔는데 제동이 걸린 셈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1971년 “정보가 소비하는 것은 정보 수용자의 주의력이다.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며 오늘날의 주의력 산업 출현을 예고했다. 팬데믹으로부터 일상 복귀 국면에서 소중한 자원인 주의력을 어떻게 재배치할지도 각자의 과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0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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