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대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무어의 법칙’은 디지털 세상의 속도와 변화의 폭을 규정한다. 약 24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가 된다는 이 법칙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지수함수라는 걸 의미한다. 2년 뒤 2배, 4년 뒤 4배, 6년 뒤 8배로 컴퓨터칩 성능이 증가하니 갈수록 기술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안정적 직업·기술이 이내 기계에 대체되거나 사라질 운명임을 알려준다.

20여년 단골인 동네 카센터가 있다. 평생 자동차를 수리해온 60대의 정비기능장이 운영하는 업체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닫혀 있는 날이 많아, 어느 날 차량 정비를 맡기면서 이유를 물었다. “요즘 차량 맡기는 손님이 줄어 일주일에 절반은 아파트 보일러실에서 격일근무로 일하고 있다”는 사장님의 답변이었다. 보일러 관리는 자동차 정비 기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고교시절 차량 정비 기술을 익히면 자동차 대중화 세상에서 가치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자동차는 증가했지만 과거와 달리 정비 고객이 오히려 줄어 경영난을 겪는다는 게 ‘투잡’의 이유였다. 기술 발달로 고장이 줄었고 최근엔 내연기관 없는 전기차가 보급되는 현실이다. 미래 예측의 어려움을 알려주는 사례다.

올해 초 카센터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은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 공부였다. “보일러실에서 일하는 게 60대에는 힘에 부쳐요. 그런데 옆에 있는 전기실을 보니 업무가 힘들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자격증만 있으면 계속 할 수 있더라구요.” 카센터 사장님은 한때 유망하던 자동차 정비를 배웠지만 보일러 수리, 다시 전기기사 자격증으로 상황에 맞는 기술을 새로 배우고 있었다.


한때 도스 명령어를 다루는 능력은 유망한 생계기술이었지만, 윈도 운영체제가 나오면서 효용성이 사라졌다. 정보검색사, 항법사 등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술의 의존도가 높아지자 기계를 통해 자동화되었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는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다”라고 말한다. 미래 예측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무엇이 유망할지를 무한탐색하기보다 흥미를 갖는 분야에 뛰어드는 게 중요하다. 일단 실무를 접하면 그 다음 단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단히 직업을 업그레이드하는 카센터 사장님이 모범사례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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