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의 후원 페이지. 월 10달러의 정기적인 후원을 권하고 있다. 가디언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대신 질 높은 뉴스로 독자에게 만족감을 줘서 후원을 받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100만명 이상의 후원회원을 모집했다. 가디언 누리집" alt="영국 진보언론 <가디언>의 후원 페이지. 월 10달러의 정기적인 후원을 권하고 있다. 가디언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대신 질 높은 뉴스로 독자에게 만족감을 줘서 후원을 받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100만명 이상의 후원회원을 모집했다. 가디언 누리집" editor_component="image_link">영국 진보언론 <가디언>의 후원 페이지. 월 10달러의 정기적인 후원을 권하고 있다. 가디언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대신 질 높은 뉴스로 독자에게 만족감을 줘서 후원을 받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100만명 이상의 후원회원을 모집했다. 가디언 누리집

20210504503473.jpg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

(언론학 박사)


9000개. 국내 인터넷신문사 개수다. 감염병으로 경제가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700개 넘게 늘어났다. 4월말 방송된 <한국방송>(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큐(Q)’는 20여만원에 등록과 홈페이지 제작을 해치우고, 기사 한 줄 안 쓰고도 언론사 행세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의 돈줄은 지방정부나 기업의 홍보비. 귀찮게 하니까 간간이 몇백만원씩 할당한다고 한다. 언론이 ‘민폐’가 된 것인데, 서울의 큰 언론사라 해서 큰소리칠 일 없다.

인터넷 시대에 언론 생태계는 황폐해졌다. 광고와 구독료 수입이 줄어들며 저널리즘의 질도 같이 떨어졌다. 언론이 계속 이렇게 망가져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정론이 없이는 민주주의도, 복지국가도, 통일도, 기후변화 대응도 어렵다. 문제는 모두가 바닥을 향해 달려가는 이 판에서 품질로 대결할 유인이 별로 없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논의가 활발해진 ‘언론 바우처’에 주목하는 것은 시민의 힘으로 언론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언론 바우처 제도는 정부나 지방정부의 홍보비 일부를 시민에게 바우처로 돌려주고, 마음에 드는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게 하는 것이다. 지원할 언론사와 금액을 시민들이 정하기 때문에 언론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노력하는 언론에 보상하는 제도다.

2019년 미국 시카고대 스티글러센터 디지털플랫폼연구위원회 보고서는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재무부가 성인 한명당 연 50달러의 언론 바우처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들은 바우처를 받으면 좋아하는 언론에 5달러씩 열번에 걸쳐 지원할 수 있다. 지원받는 언론사는 △정규직 언론인 1명 이상 고용할 것 △공적 관심사에 대해 보도할 것 △소유와 수익구조를 투명하게 공시할 것 △윤리강령을 준수할 것을 요건으로 했다. 특정 언론사가 바우처를 독식하지 않도록 한 회사당 1%를 한도로 했다. 만일 <뉴욕 타임스>가 1% 한도대로 바우처를 지원받으면, 이 회사 소속 기자 1700명 가운데 1000명의 인건비를 충당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도 언론 바우처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와 제안이 있었다. 경기도의회 의뢰로 강남훈 교수(한신대) 팀은 2019년 초 ‘경기 언론 주권자 배당’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18살 이상 모든 주권자에게 쿠폰을 지급하고, 후원하고 싶은 기사나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선 경기도 홍보비 예산의 10% 정도인 10억~20억원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도 지난해 4월 ‘미디어 바우처’ 보고서를 내고 1만명의 시민 패널에게 5만~1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한 뒤 모니터링하는 실험을 제안했다. 재단은 본격 시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출연금을 징수하거나, 디지털 광고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언론 바우처 제도는 뉴스의 품질 향상과 언론의 신뢰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언론진흥재단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바우처를 기부받기 위해서는 경영상의 투명성과 윤리강령 실천이 언론사에 요구된다”며 “더 많은 바우처를 기부받기 위해 언론사는 자발적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또 언론 바우처를 특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방정부 홍보 예산에 빨대 꽂는 언론이 아니라 주민이 인정하는 지역 언론이 커가는 토양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탐사보도 등에 특화된 소규모 언론 벤처에는 후원금이 혁신의 생명수가 될 수 있다.

한국 언론 신뢰회복 프로젝트로서 언론 바우처는 시도해봄직한 아이디어다. 이런 재원의 흐름이 새로 생기면 신뢰에 바탕을 둔 후원 모델이나 구독 모델을 추진하는 <한겨레>를 비롯한 국내 언론사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을 작은 지역에서 몇년간 사회실험 하듯, 언론 바우처도 작게 실험을 해서 그 성과와 방법을 검토하면 좋겠다. 물론, 정파적인 독자에 언론이 지나치게 휘둘리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결과가 좋으면 내년 출범하는 새 정부의 주요한 언론지원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기능차별 어려워진 스마트폰 성숙기 새 경쟁

스마트폰은 디지털 세상의 풍경을 바꾼 혁신의 상징이다. 2007년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업체들은 해마다 새 모델을 통해 혁신 경쟁을 벌여왔고, 기술과 보급률은 빠르게 올라갔다. ‘생필품 스마트폰’은 어떠한 차별화를 지향할...

  • HERI
  • 2021.08.23
  • 조회수 1838

[말 거는 한겨레] 한국언론과 ESG 경영 / 이봉현

기후환경 분야 정상회의로 5월 말 열린 ‘2021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에 깜짝 등장한 ‘김갑생할머니김’의 이에스지(ESG) 경영 선포 영상. 시가 총액 500조원, 코스피 1위의 가상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의 이호창 본부장은 기...

  • HERI
  • 2021.08.18
  • 조회수 1690

사회적경제 기업은 비옥한 금융 생태계에서 자란다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신생 기업 저비용 자금 조달받는 ‘메자닌 금융’처럼 사회적경제 기업 성장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 늘려야 사회 투자자에 인센티브 주거나 기업 수익 일정 부분 사회 투자 강제하는 법 등 정...

  • HERI
  • 2021.08.12
  • 조회수 1523

‘촉매 자본’으로 금융사에 ‘넛지 전략’ 펼치자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금융소외 계층 구제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듯 사회·환경 가치 큰 사업 위한 촉매기금 조성 필요 사회적 가치 창출 무관심한 금융사에 인내 자금 제공해 더 나은 사회 위한 협력 파트너십...

  • HERI
  • 2021.07.29
  • 조회수 1987

[유레카] 비운의 브로드피크 / 구본권

8000m대 봉우리 14좌 중 사람 발길에 너그러운 곳은 없다. 한국인 최초로 14좌에 오른 박영석 대장이 2011년 숨진 안나푸르나1봉(사망률 25%)을 비롯해, 등반 사망률이 10~20%를 넘는 곳이 숱하다. 파키스탄-중국 경계를 이루는 ...

  • HERI
  • 2021.07.28
  • 조회수 1939

[말 거는 한겨레] “현장에 가봤어?” / 이봉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달 말 사퇴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매입해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의 토지. 도로가 바로 앞에서 끊겨 건축이 가능하지 않은 ‘맹지’이지만, 주변의 개발 상황 등을 면밀...

  • HERI
  • 2021.07.22
  • 조회수 1799

[유레카] 해고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 구본권

로봇이 실험실을 나와 영업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바리스타 로봇, 서빙 로봇, 안내 로봇이 속속 배치되고 있다. 인건비 절감과 서비스 효율화를 내거는 만큼 일자리 불안이 뒤따른다.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2014년 휴머노...

  • HERI
  • 2021.07.20
  • 조회수 1928

우리도 독일처럼…‘에너지 은행’ 정부가 나서서 만들면 어떨까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독일, ‘에너지 전담 은행’ 통해 신재생 에너지 정책 실행에 앞장 서 ‘기후악당’ 국가 선정된 한국도 은행 설립 등 적극적 전략 마련해야 독일재건은행 누리집 (www.kfw.de) 은퇴한 60대 부부가...

  • HERI
  • 2021.07.15
  • 조회수 2201

내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다면?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네덜란드 트리오도스·독일 지엘에스 등 고객에 투자처 묻거나 공익 창출 분야에만 투자 사회적 가치 중시하는 40개국 65개 ‘착한 은행’ 경제·사회·환경 지속가능성 고민하며 윤리적 금융 생태계...

  • HERI
  • 2021.07.01
  • 조회수 2062

[유레카] 알고리즘 인식과 인간 인식의 차이 / 구본권

퇴사율은 기업 생산성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은 채용 때 오래 근속할 직원을 선호한다. 미국의 사무기기 업체 제록스는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퇴직 가능성이 높은 구직자를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분석결과 통근 거리...

  • HERI
  • 2021.06.30
  • 조회수 1892

[말 거는 한겨레] 왜, 이준석을 내려놨나 / 이봉현

최근 이준석의 국민의 힘 대표 당선이 갖는 의미를 분석한 한겨레 티브이 <논썰> 프로그램 화면 이봉현 ㅣ 저널리즘책무실장 (언론학 박사) 30대 당대표 이준석은 한국 정치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준석 현상’에 주목하는 언...

  • HERI
  • 2021.06.28
  • 조회수 1660

“관계금융 실현하는 지역밀착 공공은행 만들자”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신용정보 낮은 청년, 매출실적 낮은 성장 잠재력 있는 기업은 기존 금융에서 금융 서비스 이용 어려워 도약 어려운 악순환 지역에 뿌리내리고 정성적 정보 종합판단하는 관계금융 절실 지역밀착...

  • HERI
  • 2021.06.17
  • 조회수 2024

“동의없는 이용자 추적 차단” 인터넷 서비스 대세될까?

애플 ‘프라이버시 강화안’ 파장 이용자 90% ‘앱 추적 차단’ 선택 “이용자식별 관뚜껑 못질한 셈” 애플 선공에 인터넷 사업모델 흔들 페이스북 ‘반발’, 구글은 ‘따라하기’ ‘초기설정’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정보주체...

  • HERI
  • 2021.06.14
  • 조회수 1850

SNS ‘사진 태그’ ‘위치정보’는 해커의 ‘먹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보이스 피싱을 막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은행 출금 때 다양한 안전장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메신저 피싱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가족·지인을 사칭한 메신저...

  • HERI
  • 2021.06.14
  • 조회수 1557

[유레카] ’메타버스’의 무한성과 유한성 / 구본권

‘메타버스’는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스노 크래시>에서 ‘아바타’와 함께 처음 사용한 말인데,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해 만든 ‘메타버스...

  • HERI
  • 2021.06.10
  • 조회수 2204

“사회적 경제에 금융을 흐르게 하라”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혹독한 경제상황 속에 싹틔운 따뜻한 금융 돈이 위기 극복하고 지역 번영에 기여해야 다양한 사회적 경제 형태 품을 수 있는 금융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과 도매기금 역할 중요 언스플래쉬 일반...

  • admin
  • 2021.06.03
  • 조회수 2011

“정책 효과성 높이려면 공적집단의 소명의식 회복해야…”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훌륭한 정책과 정부의지 높아도 실현은 난항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포획’된 공적집단 합종연횡하며 정책결정이나 실행 연기되기도 실행 난항 극복하고, 실행 효과성 높이려면 경제·사회 전반 고려...

  • HERI
  • 2021.05.31
  • 조회수 2102

‘사이버 인질극’이 바꿀 인터넷 구조

[유레카] 신종 인질극이 잇따르고 있다. 범인들은 인질극 몇시간 만에 수십억원의 몸값을 챙겨 흔적 없이 사라진다. 지난 7일 미국 동부지역 석유 공급의 45%를 담당하는 송유관 운영회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해커 집단 ‘다...

  • HERI
  • 2021.05.24
  • 조회수 1898

애플 에어태그 ‘위치추적’ 실시간 미행·스토킹 우려

애플이 4월30일 개당 3만9000원에 출시한 위치추적용 액세서리 에어태그. 애플 제공 “열쇠를 어디 뒀더라” 더이상 건망증을 탓하지 않게 만들 똑똑한 위치알리미가 등장했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위치 추적용 소형 액세서리 ‘...

  • HERI
  • 2021.05.17
  • 조회수 2271

[말 거는 한겨레] 언론 바우처, 실험해 보자 / 이봉현

의 후원 페이지. 월 10달러의 정기적인 후원을 권하고 있다. 가디언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대신 질 높은 뉴스로 독자에게 만족감을 줘서 후원을 받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100만명 이상의 후원회원을 모집했다. ...

  • HERI
  • 2021.05.10
  • 조회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