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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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은 우리에게 이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기암괴석의 천하명승만을 뜻하지 않는다. 금강산은 남북관계에서 “민족 화해, 협력의 체험장”이었다.

남북의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여성 등 각계각층이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첫발을 내디딘 곳이기도 하고, 눈물범벅의 이산가족 상봉 터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평화, 통일의 뜨거운 용광로”(이창복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였다. 2008년 ‘박왕자씨 사망 사건’으로 그 역할을 잃은 ‘금강산’이 다시 남북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우뚝 솟을 수 있을까.

“멀지 않았어라/ 민족의 명산 금강산 봉우리마다에/ 남녘 겨레의 웃음꽃 더욱 만발하고/ 개성공업지구에/ 창조의 동음소리 높이 올릴 그날이…”

해가 솟구치자 시를 읊던 북녘 시인(김송림)의 우렁찬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어찌 그만의 떨림이겠는가?

지난 2월13일 새벽, 수백명의 남과 북, 해외 민간단체 소속 인사들은 동해로 뻗은 절경지 금강산 해금강에서 감격에 겨운 해맞이를 함께 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거의 11년 만에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이었다. 이들은 전날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등을 이행하고, 남북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8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더불어 낭독하기도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남북관계를 통한 북-미 대화의 새 돌파구로 금강산관광 재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방안을 최대한 찾아달라”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현 대북 제재 안에서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적절한 방향이지만 민간과 함께 풀어갈 때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실질 성과를 거두려면 북의 적극적 자세와 미국의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금강산관광 재개는 그 상징과 효과 면에서 북-미 대화를 새로이 풀고 한반도 평화를 지속하게 할 ‘킹핀’이 될 수 있다.


이창곤 논설위원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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