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는 62%로 나타나 지방선거 직후에 비해 17%포인트 떨어졌다. 하락의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대선에서 지방선거까지 국민들은 한결같은 지지로 변화의 열망을 표출했다. 이제 성과가 필요한데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더디다. 여기에 최저임금, 종부세 인상 등 인화성이 큰 갈등 의제들이 가세했다.

사실 징후는 진작부터 나타났다. 지난 5월 취임 1주년 즈음 문 대통령의 갤럽 조사 지지율은 83%로 뜨거웠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냉기도 확연했다. 경제와 교육 분야에서는 긍정 평가가 50%에 못 미쳤고, 취임 100일 때에 견줘 외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평가가 하락했다.

대통령에게 거는 각자 기대의 합이 지지율이다. 임기가 경과하면서 서로 기대가 충돌하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지지율도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 임기 1년 차에 오히려 지지도가 오른 문 대통령이기에 최근의 지지율 하락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알고 보면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지금의 지지도 하락은 사회경제적 의제의 본래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높은 지지도의 핵심 동력은 한반도 평화 의제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이념, 세대, 지역을 망라해 강력한 지지가 형성되면서 국민적 통합이 꽤 진전됐다. 반면 대부분의 사회경제적 의제는 속성상 갈등적이다. 이해당사자가 훨씬 많고 해법도 복잡하다. 언론, 정당, 이익단체 등의 저항도 집요하다. 의제의 성격상 남북관계처럼 극적인 해결도 어렵다. 지지율 하락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말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표출된 시대정신은 ‘불평등이 해소된 공정한 복지사회’였다. 하지만 구체적 정책이 펼쳐지면서 각자의 욕망과 이해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서 임기 초반에는 큰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갤럽 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액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42%에 그쳤다. 1년 전 55%에서 꽤 하락했다. 20대 알바, 비정규직과 50대 자영업 종사자 간의 갈등, 즉 가난한 을과 을의 갈등으로 변질되면서 정책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

복지사회를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집값 안정과 세수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이다. 7월 초 정부가 극소수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부동산 세제 개혁을 발표하자, 한편에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비판이, 다른 한편에서는 ‘행여 나에게도 세금 불똥이 튈까’ 하는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그 결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4%에 그쳤고, 지난해 8월의 44%에 견줘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이라는 시대정신도 종종 부메랑이 된다. 역사상 가장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란 지금의 2030세대에게 공정성이란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룰’로 이해된다. 실질적 평등을 위해 약자에게 더 많은 혜택과 기회를 주는 것은 이들의 감각과 불화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의 공정성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막상 지지층 일부에게 거부당하는 이유다.

지지율 하락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이 우회전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래도 60%대 지지율은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막강한 힘이다. 문제는 대중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욕망의 미로를 독해하고 정교한 정책적 접근을 해나가는 것이다. 담대하면서도 영리한 기획, 대통령의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여당과의 팀플레이가 절실하다. 실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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