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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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다가온다. 전임 두 대통령도 정권 초기에 인사 난맥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문제로 몇차례 곤욕을 치렀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70%대로 고공비행 중이다. ‘김기식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요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72%다. 전주(74%)와 비교해서 변화가 거의 없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서는 사퇴 찬성(50.5%)이 사퇴 반대(33.4%)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비판 여론이 높다(리얼미터 조사). 인사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지도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 이마저 비껴가고 있다. 왜일까?


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공감과 진정성의 리더십 덕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국내외적으로 나라다운 나라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데 인사문제 정도로 대통령에게 흠집 내고 싶지 않은 심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층분석을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을 넘어 정치지형의 변화라는 거시 변수를 살펴야 한다.


첫째, 보수 몰락이라는 흐름과 문재인 대통령 고공 지지율의 관계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지지도와 제1야당 지지도는 대개 반비례했다. 야당이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간주될수록 대통령의 작은 실정에도 지지도는 휘청거렸다. 관망하던 중간지대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불안한 리더십을 인내하기보다 반대 당 지지나 무당파를 선택했다. 자연스러운 정치 동학이다. 문제는 지금의 보수정당들이 대안세력의 모습과는 한참 멀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은 탄핵 국면에서 형성된 진보와 중도의 동맹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우위의 옛 정치지형에서 보수와 중도 동맹의 고리 역할을 한 것이 옛 한나라당-새누리당 안의 소위 ‘개혁보수’ 세력이었다. 이들은 ‘수구보수’ 색깔이 짙은 보수정당 안에서 포장지에 불과할지언정 비판자, 견제자 노릇을 했다. 보수 10년 집권이 가능했던 데는 온건 보수층과 중도층에 대한 이들의 외연확장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 세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줄곧 약화되었고,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멸종했다. 떨어져나간 바른미래당은 대안이 못 된다. 이제 중도층은 물론 온건 보수 유권자들 입장에서 선택지는 더러 ‘아쉬워도’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둘째, ‘직접민주주의’와 ‘행동주의’로 무장한 강력한 지지층의 형성이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 국면을 거치면서 촛불 시민들의 정치적 열정은 대통령 선거로 집약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은 ‘우리가 만든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지키고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거셀수록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김기식 금감원장님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세요!!’ 청원은 닷새 만에 9만명을 넘어섰다.


언론에 대한 불신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를 난도질하는 언론의 의제설정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직접 맞서 행동하겠다는 의지가 굳다. 보수언론은 물론 진보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김기식 금감원장 인사에 대한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무차별적 공세는 대통령 지지층에게는 금융개혁을 위해 강력히 지켜야 할 인사라는 신호로 읽히고 있는 셈이다.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게 유권자들의 정서인데, 자유한국당은 진부한 쇼조차 못 보여준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소위 의제설정 능력이 급락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40670.html?_fr=mt5#csidx93851a401cc36d68af8d87a3192b2d5 onebyone.gif?action_id=93851a401cc36d68af8d87a3192b2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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