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데이터 분석도 없이 중개인 등의 ‘호가’에 의존
정책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벌써 “실패할 것”
느린 호흡으로 면밀히 분석한 뒤 대안 제시해야
지난해 가을 서초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시민이 부동산 매물 목록, 재건축 안내문 등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가을 서초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시민이 부동산 매물 목록, 재건축 안내문 등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 부처 중 가장 일하기 힘든 곳 중 하나가 기상청일 것이다. 하루 단위로 나오는 일기예보는 바로 다음 날이면 사실확인(팩트체크)이 되기 때문이다. “비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오지 않거나 그 반대일 경우 예보를 한 직원들이 겪어야 하는 곤혹스러움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을 놓고 대부분의 언론이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고,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답이 정해진 주간 예보를 계속하고 있다. 한 주에 한 번 이상 기사를 낼 뿐 아니라, 부르는 값인 ‘호가’에 기반을 둔 기사라는 점에서도 ‘주간 예보’이다. 언론 보도에는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 ‘시즌 2’가 될 것”이라는 예보가 가득하다. “강남의 똘똘한 집 한 채”, “강남을 때렸더니 지방이 초토화되었다”, “강남 불패”, “규제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 “풍선 효과” 등 주택 정책에 대한 다양한 프레임과 예보가 언론을 통해 무한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기사가 포탈의 메인 화면을 장식하지 않는 날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한 예상 부담금을 단지에 따라 최대 8억 4천만원, 강남권 평균으로는 4억 4천 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최근 언론 주간 예보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도입 된 후 5개 단지에 대해 적용되었으나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유예되었다가 2018년 부활한 제도이다. 부담금은 주택가격의 정상적인 상승분을 제외한 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천만원을 넘는 경우에 부과되는데, 그 비율은 3,000만원을 넘는 초과이익에 대해 최대 50%이다. “위헌 가능성”, “부담금 폭탄”, “부담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없어 한 채뿐인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실수요자” 등 많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예보에 동원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을 만들 때 헌법 학회, 대형 로펌, 전문가에 의해 위헌 가능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이 법률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무시한 채 언론은 “사유재산제에 반하는 법률로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주간 예보를 반복하고 있다. 초과이익에 따른 부담금 산정 비율이 법률로 정해져 있어 (예를 들어 1억 1천만원의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부담금은 2천 만원이다), 최근 3.3㎡당 매매가가 8천 만원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한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이 수 억원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의 주간 예보에서 부담금은 ‘폭탄’으로 묘사 된다. 언론은 “부담금이 6천 만원 정도일 것이고, 많아야 1~2억원 정도일 것”이라는 조합쪽의 희망을 근거로 정부가 산정한 예상 부담금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의하면, 강남의 주택 점유형태는 자가, 전세, 월세가 각각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만큼 세입자 비율이 높고, 부재지주 비율이 높다는 얘기인데, 이런 사실은 무시된다. 그러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강남이 논밭일 때부터 살아와 담세능력이 부족한 실 수요자가 한 채뿐인 집을 팔 수밖에 없다”는 주간 예보를 계속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이러한 일이 정말로 발생할지는 불확실하다.

언론의 주택 정책에 대한 주간 예보가 기상청의 일기예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간 단위로 ‘팩트체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론들은 예보가 맞거나, 틀리 거나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예보를 해댄다. 투기꾼들을 빼면, 대부분의 사람이 집을 사고파는 일을 일생 몇 번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무시된 채, 집은 주식이나 가상 화폐처럼 주간 단위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상품이 될 뿐이다. 2017년 8월 2일에 발표된 ‘8.2 대책’의 주요 정책 수단인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 다주택자 중과세 등은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고, 신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는 시행된 지 보름도 되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언론사는 이미 “8. 2대책이 실패했다”는 주간 예보를 오래전부터 했다.

슈퍼컴퓨터로 빅데이터까지 분석해서 하는 일기예보도 틀릴 때가 있는데, 데이터 분석도 거의 하지 않은 채, 부동산 중개인, 혹은 소수 전문가의 전망에만 의존하는 언론의 부동산 주간 예보가 틀릴 가능성은 크다. 틀릴 가능성이 큰 주간 예보를 토대로 언론이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 “결국 실패할 것”이라 비웃고, “시장과 싸우지 말고 정부는 가만히 있어라”, “공급을 늘려라” 고 끊임없이 훈수를 두는 일도 인제 그만 둘 때도 되었다. 정부 주택 정책의 영향을 지금보다는 훨씬 느린 호흡으로 차분히 지켜본 후,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해서, 그 결과에 따라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언론이 조급하게 정부의 실패를 예보하기에는 집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파란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 카페의 마당 의자에 한가로이 앉아 있다가 지붕을 보고는 황급히 일어난 적이 있다. 커피도 맛있고, 풍광도 아름다운 카페라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던 생각도 지붕을 보는 순간 바로 지웠다. 카페의 지붕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1급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발암 물질인 석면 슬레이트를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은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어디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중앙정부 50%, 시도 20%, 시군구 30%로 배분되어 주택 도시기금과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사용된다.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강남의 집값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매일매일 거주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철거와 보수,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일에 쓰일 것이라는 희망찬 언론의 장기 예보를 꼭 보고 싶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