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퍽이나 닮은 직업이다. 자기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라도 반긴다며 두 직업의 비슷함을 꼬집는 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욕먹는 게 아니라 잊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확실히 정치인답다. 잊히기보다는 욕먹는 쪽을 택했다. 대선 패배 책임과 제보 조작 논란을 무릅쓰고 당 대표에 출마해서 승리를 쟁취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총선 당시 당 지지율 26.7%를 복원하겠다던 공언이 무색하게 지지율은 여전히 민망하다. 갤럽의 10월 넷째 주 조사에 따르면 40석 정당이 6% 지지율로 원내정당 중 꼴찌다. 6석의 정의당 7%보다 낮다.

그래도 안 대표에겐 달라진 게 있다. 극중주의 같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보수’ 행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자기도 공약한 걸 까맣게 잊은 듯 문재인 정부의 원전 건설 중지와 공론화 추진을 극렬 비판한다. 햇볕정책 포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오락가락하면서도 ‘간 보는’ 모양새 정도는 취했지만, 지금의 안 대표에게 좌고우면 따위는 없다.

이 ‘대놓고 보수’ 행보는 왜일까? 대통령이 꿈인 이상 그 전제에서 추론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꽤 간단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유일한 길은 보수 대표가 되는 것뿐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촛불 민심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설사 지지도가 떨어지더라도 안 대표에게 환멸을 느낀 진보개혁 대중이 그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보수진영은 몰락했고, 지리멸렬하다. 보수 대중은 메시아를 갈망하고 있다. 누가 메시아 노릇을 할 것인가? 이미 확실하게 패배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티케이(대구경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이? 설마 황교안 전 총리나 김무성 의원이? 답이 없다.

그들의 절망이 안 대표에게는 희망이 된다. 이렇게 보면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그저 징검다리일 뿐. 티케이와 호남의 강경파 일부를 배제하면서 중도와 보수의 대통합을 추구하고 그 대표가 된다는 게 밑그림일 것이다. 또 반문재인 연대다.

돌이켜보면 ‘새정치’라는 의제를 던지며 등장한 이후 안철수 대표의 정치 여정은 놀라운 변신의 연속이었다. 혜성처럼 등장하던 무렵 그는 386의 시대정신을 운운했고, 벼랑 끝에 선 약자들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래서 진보개혁 진영의 환호를 받았다. 그 후 새정치연합 창당,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가 되었다. 탈당, 창당, 통합 추진, 참 어지러운 행보다.

안철수 대표가 보수 대표가 된다면, 벼랑 끝에 선 약자와 함께하겠다던 다짐을 지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11년, 2012년에는 진보 진영에 희망이 없었고, 다가올 선거들에선 보수 진영에 희망이 없다. 물론 그가 말한 약자가 이런 의미였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그의 정치는 가치도 비전도 없이, 그저 당선 가능성만을 찾는 닳고 닳은 ‘헌정치’일 뿐이다.

대중의 관심을 좇는 것은 정치인과 연예인의 숙명이니 탓할 일이 아니다. ‘무릎팍도사’에서 그토록 순수해 보이던 사람이 저렇게 달라졌다며 욕할 일도 아니다. 그래도 두 직업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연예인에게 우리 사회의 비전을 바라지는 않는다. 정치인은 그걸 하라고 있는 자리다. ‘대놓고 보수’가 되는 것은 안철수 대표의 자유다. 그의 지난 언행과 대조하며 평가하는 것은 대중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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