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장미대선 레이스가 결승점을 향하면서 소신투표와 전략투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신투표와 전략투표 사이의 논란은 대선 때마다 반복된 한국 대선의 고유 문법 중 하나다. 양자구도가 치열할수록 야권표를 분할할 위험이 있는 진보정당 지지자를 향한 압박도 강했다. 높은 경합도만큼이나 한 표의 가치가 커지니 전략투표 요구도 높아졌다. 그 이면에는 한국 정치가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탓에,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야권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전략투표 논란은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팽팽한 양자대결이 아니라 ‘1강 2중 2약’이라는 초유의 구도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표금지 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2위 후보와 15~20%포인트의 격차를 벌리며 1위를 고수했다. 이것이 투표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도 전략투표 압박이 높은 이유가 궁금하다. 첫째,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높아서다. 작은 변수 하나라도 제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 둘째, 과감한 개혁을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셋째,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맞히지 못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대개 반보수진영의 의제이던 소신투표 대 전략투표 논란이 보수층으로 확산된 것도 이번 대선의 새로운 현상이다. 보수 유권자를 놓고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하다. 안철수 후보는 자신만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며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경북, 60대 이상 등의 지지에 힘입어 뒤늦게 발동이 걸린 홍준표 후보는 선명한 보수색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며 소신투표를 읍소하고 있다. 그의 막말마저 소신으로 보일 지경이다. 보수의 혁신을 내세운 유승민 후보도 보수층의 소신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소신투표와 전략투표의 대립 이면에는 사표 문제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 소신투표하면 사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늘 차선, 심지어 차악을 강요해왔다. 강화되는 양당구도 속에 진보정당 등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는 정당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이 정권교체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야권 유권자들 사이에 불편함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소신과 전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소신과 전략은 정치를 존립하게 하는 두 기둥이다. 정치가 자신의 가치, 신념의 실현 행위라는 점에서 소신은 그 동기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른 타인과의 대결과 설득을 포함한 전략적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전략은 그 과정이다. 전략 없는 소신이 맹목이라면, 소신 없는 전략은 공허하다. 소신과 전략 사이의 무한대립을 끝낼 때 비로소 정치가 가능해진다.

소신투표가 전략투표가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말 제도를 바꾸자. 대선 이후 최우선 과제로 삼자. 마침 진보층은 물론 보수층에도 결선투표제가 절실해진 때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 총선에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통해 이 지긋지긋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 주권(sovereignty)은 그 위에 무엇도 있을 수 없는 최고의(sovereign) 권력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이 지극히 높은 권력을 행사하는 데 발목이 잡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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