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유레카] 위기의 유럽모델 / 이창곤

admin 2017. 06. 23
조회수 3809
자료: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 학술워크숍 자료집(2017)
자료: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 학술워크숍 자료집(2017)

“일주일은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영국 노동당 지도자 해럴드 윌슨이 생전에 한 말이다. 그는 1960~70년대 영국 총리를 두 차례나 지냈다. 그의 발언에 빗대어 오늘의 영국을 견주면 1시간도 아닌 5분도 길어 보인다. 그만큼 변화가 많고 빠르다. 브렉시트, 잇따른 테러와 참사, 출렁거리는 정당 지지도와 정세 급변 등은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마저 혼돈과 균열의 격랑에 휩싸이게 한다.


18일의 프랑스 총선 결과는 격동 속 유럽의 이면을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하원 577석 중 과반을 석권했다. 반면 295개 의석으로 제1당의 지위를 지녔던 사회당은 29석의 제5당으로 추락했다. 더 주목할 요소는 낮은 투표율이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그리고 분배와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복지국가 시스템은 우리 사회가 본받고 싶은 유럽모델의 주요한 특장이었다. 하지만 신민족주의, 극우정당 등이 발호하면서 유럽모델의 특장이 흔들리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전개될까? 여러 풀이가 나오지만, 유럽 각국의 기성 정당이 저성장 등 유로존 위기와 이에 따른 실업 등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외국어대 김면회 교수는 급변하는 유럽의 가장 큰 우려점은 민주주의의 핵심 관계망인 정당의 퇴조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유럽 주요국의 유권자 대비 당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09년 현재 프랑스는 1.85%, 영국은 1.21% 수준에 불과했다. 유럽 전체의 평균도 4.7%에 그쳤다. 유권자의 정당 이탈이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유럽모델을 위기로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 요인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원문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기업들은 지금 사회적 가치 ‘열공’ 중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빅프라핏>, 신현암·이방실 지음/흐름출판(2017) 네슬레의 농학자들이 커피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네슬레의 농학자들은 다수확 묘목을 얻기 위해 연구개발을 하고, 여기서 얻은 기술을 다시 농민들...

  • admin
  • 2018.01.30
  • 조회수 4240

[유레카] 열병식, 평창 그리고 남북관계 / 이창곤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인 2월8일 건군절 열병식을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열병식이 남북관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3년 창건 81주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군사...

  • admin
  • 2018.01.29
  • 조회수 3655

[한겨레 프리즘] 세대담론의 함정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영화 <1987>을 계기로 그 시대 ‘주역’이던 86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은 20대 민주항쟁을 이끌었지만 여느 세대처럼 기성의 정치와 경제 질서에 잘 적응해갔다. 20세기 이후 ...

  • admin
  • 2018.01.17
  • 조회수 4120

[유레카] 북간도에서 다시 만난 '동주' / 이창곤

윤동주 탄생 100돌을 기려 지난 12월30일 찾은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 동산(東山)에 있는 윤동주의 묘소와 묘비. 무덤 왼편으로 이름 모를 묘소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종사촌이자 평생의 벗인 송몽규의 무덤이 있다. 1931...

  • admin
  • 2018.01.04
  • 조회수 4899

[한겨레 프리즘] 주거 분리의 욕망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내가 사는 아파트 맞은편에 꽤 큰 행복주택단지가 들어섰다.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불평의 목소리가 아파트 카페에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집값 걱정임은 물론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 admin
  • 2017.12.20
  • 조회수 4320

유로, 허약한 기초 위에 쌓은 화려한 성채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경제학자 스티글리츠의 진단 유럽통합의 주춧돌이었던 유로 제도적 장치 미비한 단일통화 유로존 위기의 근본 원인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채 단일통화를 시도한 유로가 유...

  • admin
  • 2017.12.12
  • 조회수 4472

[유레카] 4차 산업혁명과 사회정책 4.0 / 이창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1월22일 오전 베를린에 있는 독일통합서비스노조(베르디)에서 바르바라 주제크 ‘혁신과 좋은 노동국장’과 함께 ‘노동 4.0’ 논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일행과 함께 독...

  • admin
  • 2017.12.12
  • 조회수 4140

뉴스를 읽을 때도 ‘넛지’가 필요해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넛지 리처드 세일러·캐스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2009) <넛지>의 내용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 10월 공동 저자 중 한명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가 노벨 경제...

  • admin
  • 2017.11.27
  • 조회수 4147

[한겨레 프리즘] 우리 안의 ‘갑질’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성심병원 갑질 사태를 계기로 직장 갑질에 대한 폭로가 분출하고 있다. 마침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구원 모임인 산별노동연구포럼이 지난 6개월 동안 직장민주주의를...

  • admin
  • 2017.11.21
  • 조회수 4049

[한겨레 프리즘] ‘대놓고 보수’ 안철수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퍽이나 닮은 직업이다. 자기 부고 기사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라도 반긴다며 두 직업의 비슷함을 꼬집는 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 admin
  • 2017.11.02
  • 조회수 3901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세계 경제, 변곡점에 서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김동환·김일구·김한진 지음/다산북스(2017) 9년 전 이맘때, 세계는 6천억 달러의 빚을 지고 손을 들어버린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충격에서 헤매고 있었다. 나날이 들려오는 경제 소식은 최악이었...

  • admin
  • 2017.11.02
  • 조회수 3569

[유레카] 반복지의 덫 / 이창곤

한국은 왜 경제 규모에 견줘 복지 수준이 낮을까?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보면 2017년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복지에 쓰는 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여전히 꼴찌에 가깝다. 파이부터 늘...

  • admin
  • 2017.10.24
  • 조회수 4217

비트코인은 사기일 뿐인가?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케이시·폴 비냐 지음, 유현재·김지연 옮김/미래의창(2017) 비트코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가 2014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관에 설치한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

  • admin
  • 2017.09.25
  • 조회수 4144

비트코인은 사기일 뿐인가?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케이시·폴 비냐 지음, 유현재·김지연 옮김/미래의창(2017) 비트코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가 2014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관에 설치한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

  • admin
  • 2017.09.25
  • 조회수 4769

[한겨레 프리즘] 합리적 보수라는 미망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독일의 부국강병을 이끈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강경 보수였으되 복지국가의 기초를 놓았다. 노예해방을 이끈 링컨, 자유당을 포용하고 반귀...

  • admin
  • 2017.09.25
  • 조회수 3795

[한겨레 프리즘] 합리적 보수라는 미망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독일의 부국강병을 이끈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강경 보수였으되 복지국가의 기초를 놓았다. 노예해방을 이끈 링컨, 자유당을 포용하고 반귀...

  • admin
  • 2017.09.25
  • 조회수 4458

[유레카] 뒤틀린 ‘비둘기집’ / 이창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집은 사회생활이 유지되고 모든 재생산이 이뤄지는 중심 장소다.” <제3의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앤서니 기든스의 집에 대한 정의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

  • admin
  • 2017.09.25
  • 조회수 3816

[유레카] 뒤틀린 ‘비둘기집’ / 이창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집은 사회생활이 유지되고 모든 재생산이 이뤄지는 중심 장소다.” <제3의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앤서니 기든스의 집에 대한 정의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

  • admin
  • 2017.09.25
  • 조회수 4344

[유레카] ‘귀 기울이는 관료’ / 이창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들어가서 보니 전부 관료들이고 나 혼자였습니다. 생산적 복지란 틀을 만들 때도 그렇고,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 때도 그렇고 경제 관료들이 엄청나게 반대했습니다.”(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

  • admin
  • 2017.09.14
  • 조회수 3432

[한겨레 프리즘] 강용주의 자유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일제강점기 문학의 사회참여를 외치며 활동하던 카프 작가 중 김남천은 1931년 공산주의자협의회 사건으로 구속되어 전향한다. 그가 1937년 발표한 작품 <처를 때리고>는 전향 이후의 자...

  • admin
  • 2017.08.29
  • 조회수 3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