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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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원도심 차명 투기 의혹,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두 사안이 다르고, 손 의원의 경우는 논쟁적 요소가 꽤 있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와 정치지형에 미칠 파장은 심상치 않다. 예후가 나쁘다.

서 의원이 2015년 국회 파견 판사에게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인의 아들에 대해 선처를 요구한 사건의 심각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문제는 민주당이 별도 징계 없이 원내수석부대표직 자진 사퇴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처리한 것이다. 집권당의 도덕불감증과 이중잣대, 관행이라는 이름하의 ‘여야 카르텔’에 대해 국민적 공분을 넘어 지지층의 체념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손 의원이 목포 역사문화거리 일대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사건은 좀 더 복잡하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문화재 보존’이라는 선의를 십분 인정하더라도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제도적 해결과 입법을 우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재 지정 전후 친인척과 측근을 통해 ‘건물 매입’에 나선 것은 이해상충에 해당하며, 공익과 사익을 혼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제법 설득력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김혜교 스캔들’이라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두 사건이 공통으로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는 공정성 문제다. 특히 공정성에 예민한 이 시대 청년들에게 청탁과 특혜는 용서하기 어려운 잘못이다. 취업이든 재판이든 청탁과 특혜는 ‘공정성’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한 이 정부의 존립 명분을 위협한다. 손 의원이 조카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한 것도, 본인의 ‘선의’와 별개로 자산을 물려받을 부모도 친척도 없는 대다수 청년들에겐 상실감과 박탈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가뜩이나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국면에서 이번 사건은 청년들의 공정성 촉수를 건드렸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집권당의 무감각을 넘어 무능이 전면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도덕성 문제, 일탈 행위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응과 처리다. 내부일수록 더 엄정하고 철저하게 처리한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로 바뀌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개혁이다. 하지만 서 의원에 대해서는 지인의 아들을 도우려 민원을 넣은 순수한 의도였다며 면죄부를 줬고, 손 의원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며 두둔하기에 바빴다. 정치는 ‘책임윤리’가 요구되는 직업이다. 의도에 관계없이 결과에 대해 온당히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이 두 사건 직전에는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있었다. 본인은 실수라고 사과했지만 인권의식 결여는 물론 집권당 대표의 후진적이고 낡은 감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이 컸다. 심상치 않은 것은 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중들에게 어떤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무능하고 낡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메시지다. 과거 기득권 보수세력 모습과 겹쳐진다.

개혁의 골든타임도 놓치고 경제는 위태롭고 고단한 내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가는 시기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지는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를 가졌던 ‘새로운’ 지지층은 이미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들만의 특권 리그’를 보면서 이제는 20대 청년층 등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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