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화려하던 MBA의 시대는 갔다?!

admin 2014. 10. 16
조회수 4008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6



사람은 누구나 지울 수 없는 '시그널'을 달고 삽니다. 그것은 국적이나 출신지역이기도 하고, 피부색이기도 합니다. 출신학교의 이름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직업 및 사회적 지위이기도 합니다.
 
저는 MBA학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동안, 'MBA'라는 시그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세계적 경영자들, 컨설턴트,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상당 수가 미국이나 유럽 톱스쿨의 MBA학위를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MBA가 그저 실용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꼭 MBA출신 경영전문가가 끼어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2년 남짓 동안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경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 게 MBA 과정입니다. 5년 이상씩 한 분야 이론을 파고드는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만큼 깊이있는 이론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지닌 유연성과 현실 감각 덕에, 'big picture'를 논의하는 데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이름은 그리 권위적이거나 고리타분하지도 않습니다. 경제학자나 물리학자라는 이름보다, 'MBA'는 뭔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유연하면서, 동시에 누구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것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MBA는 그렇게 세상을 매혹시켰습니다. 저는 그 시그널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조금 바뀌어 가는군요. 지금 'MBA'라는 이름은 자산이면서 동시에 부채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몰고 온 거품의 상당 부분이 MBA들이 '기여'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투자은행과 컨설팅사, 파산 기업의 고위 임원 자리는 대부분 톱스쿨 MBA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잘못해서 위기가 왔다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MBA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말로 MBA가 더욱 다양해지고 폭이 넓어지면서 영향력을 한층 높여야 할 때라고 말입니다. 로스쿨이 여전히 미국 사회를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은, 기업을 변호사는 대형로펌의 중역에서부터 기업의 약점을 공격하며 소비자를 보호하는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까지, 정관계의 변호사 출신 관료들과 빈곤지역에서 NGO활동을 펼치는 인권변호사까지 다양한 변호사가 세상에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법률가는 그래서 국제 사회 흐름이 어떤 방향이냐에 관계 없이, 그 논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MBA 중 사회적 가치에 유난히 관심을 많이 갖고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다뤘습니다. 2009년 4월 1일치 <한겨레>에 'MBA 2.0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고 MBA의 지향점이 다양해질수록 MBA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저도 그들 중 하나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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