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6


사회적기업을 키울 때 드는 돈은 어디서 찾을까?
(Expansion Finance for Social Impact)


또 돈 이야기입니다. 요즘 제 관심사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financing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2009년 3월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면서, 여러 혁신적인 자금조달 방식이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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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스콜포럼의 모습 - 사진제공 스콜포럼>

이 세션의 내용은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기관은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세션에서는 작은 규모로 근근이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투자하며 확장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할 때 일반적으로 밟게 되는 자금 조달 경로가 있습니다. 우선 엔젤투자자나 친구, 친척이나 자기 자신의 자금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사업이 좀 모양새를 갖추면, 그 때 벤처캐피털을 찾습니다.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으면서 기업이 규모를 키웁니다. 그 뒤 은행 대출, 주식시장 상장 등 새로운 자금이 대규모로 흘러 들어올 때마다, 조직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업도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된다는 것이 이 세션의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이 세션의 발표자들은 다들 엄청난 규모의 펀딩을 여러 가지 가치혼합자금을 개발해 이루어 낸 사람들이었습니다.


뱀부 파이낸스(Bamboo Finance)의 설립자이자 CEO인 잔 필립 드 슈레벨은 전 세계 150개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돌려 말하면, 그렇게 공급되는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펀딩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 비밀은 영리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벤처자선가처럼 혁신적 마인드를 지닌 기부자를 찾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를 키우는 단계가 되면, 그 정도 자금으로는 어렵습니다. 영리 금융기관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걸 가능하게 만든 게 이런 사람이지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학위를 받은 드 슈레벨은 의외로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펀딩은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펀더와 신뢰를 쌓아야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영리 투자자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업을 신뢰하게 하려면, 조금씩 오랜 시간 함께 사업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신뢰라니,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드 슈레벨은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더군요. 최근 한 사회적기업에 최근 1600만 달러(약 200억원)의 대출이 일어났는데요. 그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우선 도이치뱅크 등 영리 금융기관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자를 제대로 받아 가겠지요. 그리고 몇 개 재단이 1% 남짓의 이자율로 자금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 등 완전히 사회적 성과만을 따지는 자금도 일부 들어왔다고 합니다. 과거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그랬듯이, 여러 종류의 자금이 섞여 들어와 하나의 사회적 성과에 제공되는 형태가 된 것입니다. 사회적기업 금융의 선진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다른 발표자인 조지 오버홀저는 NFF캐피털 파트너스의 창업 경영자입니다. 이 곳은 사회적 가치를 지닌 사업이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지금까지 오버홀저가 도운 사회적기업 펀딩 규모를 모두 합치면 2억5천만 달러(약 4천억원)이 된다고 하네요. 놀라운 규모의 액수이지요? 오버홀저는 이게 ‘주식형 펀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드 슈레벨의 사례처럼 여러 가지 asset class가 합쳐져야 이런 대규모 펀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이런 대규모 펀딩이 있어야 조직이 질적으로 커질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몇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우선 ‘정말 우리 조직 규모를 키우는 것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가?’를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작은 규모로, 지역적으로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인 사업도 분명 있습니다. 또 대규모 펀딩 이후의 경영에는 반드시 자금 제공자의 영향력이 행사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많이 받으면 그만큼 외부 의존성이 커집니다. 어떤 사회적기업이든, 성공한 사회적기업을 보면 소요자금의 90% 이상은 내부 조달입니다. 돈을 벌어서 쓴다는 이야기지요. 내부유보금의 중요성, 영업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오버홀저는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 펀딩이 영리기업 펀딩과 다른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우선 벤처기업 펀딩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첫 2천만 달러(약 260억원)가 가장 쉽다.” 차별화된 기술과 멋진 사업계획서가 있으면 어느 정도 투자는 받을 수 있지만, 그 뒤 규모가 커진 뒤 펀딩을 더 받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나 사회적기업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물론 그 2천만 달러까지 가는 일이겠지요?


또 벤처기업가들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휴우~ 펀딩이 끝났으니 이제 사업에 집중합시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 사업에 그런 말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펀딩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조금의 성과로 조금 더 펀딩을 받고, 그래서 늘어난 성과를 가지고 조금 더 펀딩받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어쩌면 자금조달능력은 사회적기업가나 비영리 경영자에게 더욱 중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리기업가에게 보다 말이지요. 끝없이 해야 하는 일이고, 사업이 성공할수록 더 잘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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