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6


2009년 3월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서 보니, 영국이나 미국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기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금융시장 붕괴, 특히 주식시장 붕괴가 큰 이유라고 생각이 됩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비영리기관은 각종 독립 재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운영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재단의 자산운용 수익이 금융시장 붕괴로 추락을 하게 되지요. 이에 따라 비영리기관으로 기부되는 자금도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금융시장 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영국 비영리기관, 특히 사회적기업 지원기관들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토니 블레이 전 총리가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정부 내에 관련 부서까지 설치해 둔 뒤로는, 사회적기업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지원기관들에게 예산이 지속적으로 지원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영국 정부도 그런 예산을 늘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지요. 금융사나 파산기업에 대한 지원, 실업자 대량 발생에 따른 예산 수요 등 때문에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에 새로운 투입을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이 세션의 사회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매튜 비숍이라는 영국 기자인데, 'Philanthrocapitalism'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자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자선자본주의의 시대가 오면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를 쓴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원서로 구입해서 읽는 중인데, 저자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연사로는 우선 영국 Social Finance Ltd. 의 이사인 로널드 코언 경이 있었습니다. 옥스포드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 MBA를 마친 코언 경은 현재 대영박물관의 자산관리인을 포함해 여러 기관에서 자산관리를 맡았었고, 현재도 포틀랜드캐피털 등 여러 자산운용사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은 Social Finance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인데, 이를 Social Investment Bank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치혼합투자’를 하는 본격적 금융기관을 설립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가장 주류 금융기관인 은행 형태로 말이지요.


그는 최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들의 에너지가 커지고 있다는 게 한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자본시장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투자 형태를 찾는 욕구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주식보다 회사채가 더 주목받고 있다든지 하는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균열을 이용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를 주류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최대의 지역투자 금융기관인 쇼어뱅크(ShoreBank)의 부사장인 잔 피어시는 더욱 낙관적이고 공격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이런 명언을 남기더군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future is to invent it)


쇼어뱅크는 현재 자산규모가 28억달러(약 4조원)입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것이지요. 그는 현재 금융위기의 본질은 금융기관들이 재무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가치 있는 일에 자산을 운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쇼어뱅크처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금융기관들끼리 ‘가치를 중시하는 국제 은행 연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협력해, 위기를 가치중시금융이 주류화되는 계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운용하는 쇼어캐피털은 주류 펀드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은 일반 대출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매튜 비숍은 이런 말로 세션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흐름은, 사람의 흐름이다. 과거 주류 금융기관으로 가던 인재들이 사회 부문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금융위기 이후 사회 부문이 주류화될 수 있는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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