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6

사회적기업에게 ‘자금’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사회적 가치를 이루겠다는 이들이 왜 돈을 밝히냐고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회적기업은 어려운 분들에게 돈을 나누어주는 식의 단순한 자선활동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실패의 위험이 있고, 착수에서 성공까지의 긴 과정이 있습니다.


또 사회적기업은 특정 지역에서 영세한 규모에 머무르며 국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모델을 확산시켜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만들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모델을 복제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데 큰 관심을 갖습니다.


리스크를 져야 하는 사업, 투자로부터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 규모를 키워나가야 하는 사업, 이런 사업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금융입니다. 사업의 성장 단계와 리스크에 걸맞은 자금의 공급입니다.


벤처기업이라면 창업 초기 가족 또는 친구의 투자금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엔젤 투자와 벤처캐피털 투자가 차례로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규모가 더 커지면 은행의 대출도 필요해지고,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식 공모해 자금을 모으기도 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복잡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을 필요도 있습니다. 사업의 리스크, 회수 기간, 투자 규모 등을 감안해 잘 맞는 성격의 자금을 모으는 것은 사업 성공의 필수 조건입니다.


사회적기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Investing for Impact’라는 2009년 스콜세계포럼 둘쨋날 세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제는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자금의 성격도 다양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주류였습니다. 과거에는 자선적 성격의 기부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대출이나 투자 등 다양한 성격의 자금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의 컨설턴트 제시카 프라이리히는 잘 정리된 매트릭스를 하나 제시했습니다.


skoll_Yin-Yang-matrix3.jpg


실제로 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나 프로젝트의 경우, 매트릭스에 표시된 ‘인-양 딜’(YIN-YANG DEAL)의 영역에 포함되는 금융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시사점입니다. ‘인-양’은 중국 철학에서 서로 다르지만 함께 놓으면 보완적 기능을 하는 두 요소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위 매트릭스에 표시된 대로 재무적 가치를 우선하는 투자자의 자금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투자자의 자금과, 순수한 자선 기부금을 적절히 섞은 금융을 일컫는 이야기입니다.


영리기업은 투자와 대부 같은 금융을, 비영리기관은 기부금 같은 자금을 활용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는 이야기지요. 지금은 두 영역을 넘나드는 금융이 필요하고, 생겨나고 있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적 내용입니다. 금융은 산업의 젖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본적 존재 이유를 충실히 반영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자금 수요자 역시 금융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캘버트재단의 CEO 섀리 베런바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적 임팩트를 중시하는 투자와 기부활동을 하는 이 재단에서 오래 일하면서 보니, 전통적 금융 관행이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금융투자자에게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금융을 베런바흐는 ‘사회적 자본시장’(social capital market)이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투자에서 리스크와 리턴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리스크가 클수록 리턴도 커야 하고, 리스크가 낮으면 리턴이 좀 낮아도 투자자가 참아 준다는 이야기지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공식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자본시장에서는 하이 리스크는 그저 돈을 잃어버리는 것인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또 투자자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자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요. 일반 금융시장과는 달리 리스크-리턴 관계를 인식하는 패턴이 다양하다는 것이지요. 이 패턴을 알아야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펀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자본시장에서 시장 수익을 기대하는 자금이면서 동시에 리스크가 높은 것은 그린주식펀드, 마이크로파이낸스 주식펀드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시장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리스크가 낮은 것에는 채권, CD, CRA(지역재투자법)관련 자금 등이 있습니다. 수익률 기대 수준은 낮으면서 리스크도 낮은 것으로는, 캘버트의 커뮤니티투자채권, 신용협동조합이나 은행의 CD 같은 것이 있지요. 또한 리스크는 높으면서 기대수익률은 낮은, 특이한 자금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Acumen Fund, E&Co, 비영리 성장자본처럼 사회적기업 및 임팩트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금입니다.


제대로 된 사회적기업을 하려면, 이제 금융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금융에 대해 고민하는 그룹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도 사회적 가치에 대한 펀딩은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고요. 영국에서는 사회투자은행까지 준비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마른 사회적기업들을 생각하면, 또 한국이 사회적기업과 관련해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수기까지는 아니라도, 지금쯤 상수도시스템 정도는 갖춰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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