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4.23 수정: 2014.11.10

‘악마는 제일 뒤처진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도 사회에서 가장 최하층의 사람들부터 희생시킨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보호를 위한 안전보장'이 왜 자유를 위한 도구로서 중요한가를, 또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가 왜 발전 그 자체를 위해서 꼭 필요한가를 잘 알려준다.’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미티아 센은 자신의 강연내용을 모은 책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에서 ‘인간의 안전보장’이 발전을 위한 중심과제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센은 결과와 수치에만 집중하는 양적 성장을 경계합니다. 대신, ‘사람다운 삶’을 우위에 둔 양심적인 경제관점을 지향합니다. 그는 아시아에 몰아닥친 외환위기 분석을 통해 ‘인간의 안전보장’을 중요한 개념으로 떠올렸습니다. 아시아의 위기는 성공한 경제라도 돌발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골고루 분담되지 않았고 일부는 심각한 고통에 빠진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바로 이때 이들을 구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센은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습니다. 한국은 비교적 평등한 소득분배를 동반하는 경제성장을 실현해 온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IMF와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공평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고 센은 평가합니다. 더욱이 위기가 엄습했을 때 한국은 사회적 안전망에 의한 적절한 보호시스템도 없었고 돌발 사태에 신속히 대응‧보호해주는 어떤 보장시스템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 '공평성을 동반한 성장'이라는 뛰어난 업적이 있었더라도 거기에 새로운 불평등이나 어떻게 손도 써볼 수 없는 궁핍상태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인 센은 민주주의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어려울 때 민주주의 보호 역할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정치적 자유와 시민 권리의 부정이란 그 자체가 곧 권리박탈을 의미하며, 참여와 열린 정치 시스템은 인간의 안전보장을 위한 정치적 동기유발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유발된 정치적 유인은 갑작스럽게 궁핍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이어서 인간의 안전보장을 위한 여러 제도에 힘을 실어줍니다. 센은 실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기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무상급식도 인간의 안전보장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갑작스런 위기에도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최소한 먹는 걱정은 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이번 6월 선거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의 작은 참여가 우리 사회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