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21 수정: 2014.11.10


*이 글은 [중국 두뇌집단 세계에 초대합니댜(1)]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중국 싱크탱크과 미국 싱크탱크의 관계, 중국 싱크탱크의 활동방식과 발전 전망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갈색 부분은 홍일표의 코멘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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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싱크탱크 생태계를 논의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싱크탱크의 '독립성'이었다. 특히 국책연구소의 정부에 대한 독립성, 재벌연구소의 기업에 대한 독립성 문제는 연구의 내용 자체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성'과 '영향력' 사이에는 일종의 '반비례'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리 청 박사 역시 싱크탱크의 독립성에 대한 "이상주의적 접근"에 대해선 경계한다(그렇다고 그가 '독립성 부재' 자체를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C : 취재 중에 많은 독립 싱크탱크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은 중국의 싱크탱크들이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싱크탱크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간 싱크탱크의 경우 아직 이런 ‘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퇴직했거나 아직 재직 중인 정부 고위 관료들이 민간 싱크탱크에 적지 않다고는 해도 민간 싱크탱크들은 여전히 장애에 부딪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와 미국 정책 제정 시스템의 상호 작용과 대비했을 때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들이 과연 정부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L : 과거 오랫동안 중국 정부는 비교적 자유로운 국면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고 또 이와 동시에 자신들에 대한 많은 비판이 가져올 연쇄반응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었다. 이 부분을 통해 정책 상의 간섭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이상주의도 피해야 한다. 어찌 보면 각국 싱크탱크들이 진정으로 독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싱크탱크는 어쩔 수 없이 나름의 정책적인 방향을 갖고 있기 마련이며 필연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작용하게 된다. 정책 문제에 대한 싱크탱크들의 어떤 경향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의 싱크탱크들 중 어떤 곳은 비교적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지만 상당히 보수적인 곳도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들을 필요도 없이 그 싱크탱크의 이름만 봐도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 알 수 있다. 


C : 중국의 싱크탱크들이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처리해나가야 할까?


L : 거기에 관해선 별다른 의견이 없다. 이 문제는 중국 경제와 시장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런 발전들이 더 많은 재원을 발생시키고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싱크탱크들이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이다. 완전히 상업화된 회사들과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인사를 나누는 오바마와 후진타오(2010.4.13, 출처-한겨레 자료)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력과 경쟁의 정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싱크탱크 세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찌감치 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기금, 브루킹스연구소 등은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하였고, 중국어 서비스를 실시하여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중국으로 발신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이처럼 '미국-->중국'으로의 정보발신을 넘어, '중국-->미국', 그리고 '중국미국' 상호간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할 수 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의 설립 자체가 이러한 상황변화를 잘 보여준다. 다만 리 청 박사는 중국의 싱크탱크들이 다소 '조급'해 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싱크탱크에 있어 가장 핵심은 '좋은 인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한국 싱크탱크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C: 브루스킹스연구소와 중국 싱크탱크들 사이에 교류는 없나?


L : 브루스킹스연구소와 중국 민간 싱크탱크들의 교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 반면 중국의 대형 싱크탱크들과 브루스킹스연구소의 사이의 교류는 많은 편이다. 올해 3-4개의 회의가 있었는데 하나는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中國國際經濟交流中心. China Center For International Economic Exchanges) ’ 또 하나는 ‘중국경제50인논단(中國經濟50人論壇, Chinese Economists 50Forum)’과 함께 하는 양원 합동 회의(조인트 미팅)다.


최근 쩡비지엔(鄭必堅) 의 측과 대규모 회의를 열었고 우리 쪽에서는 60~7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보냈다. 중국 여러 성(省)의 성장들, 시장들이 모두 참여했고 원지아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와 리커치앙(李克強) 국무원 부총리도 대표단을 접견했다. 어찌보면 이런 싱크탱크들은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독립성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정부에 속해있다고는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싱크탱크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세미나 모습(2008.6.24, 한겨레신문사 탁기형 선임기자)


C : 이런 교류를 통해서 볼 때, 중국 싱크탱크들의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L : 세계 일류급의 아주 우수한 학자들이 중국 싱크탱크에도 많이 있지만 많은 경우 연구가 형식에 치우치는 면이 있다. 사실상 연구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많은 경우 자신들의 위상을 탐색하고 찾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학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는 비교적 우수한 편이지만 사회, 국제 관계 분야의 경우 아직 미약한 편이다.


C : 민간 싱크탱크의 연구는 필연적으로 정부측의 정보원을 갖게 되기 마련인데 브루스킹스연구소의 경우 어떤 정보 확보 채널을 갖고 있나? 중국 싱크탱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L : 이런 문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브루스킹스연구소의 경우 정부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정부다. 브루스킹스연구소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며 정치색이 강하지도 않다. 민주당 집권기가 되면 공화당 계열의 인사들이 많이 부르스킹스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공화당 집권기가 되면 민주당 출신들이 부르스킹스에 들어와 우리와 합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정하게 독립성과 대정부 비판 역할을 유지해나간다. 전 정부 인사, 현 정부 인사, 앞으로 정부에 몸담게 될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정보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 백악관 비서실장이 실은 내 이전 동료였고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는 과거 클린턴 집권기의 정부 인사였다. 클린턴 정부 시절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냈었던 케네스 리버설(Kenneth Lieberthal)처럼 말이다. 이런 점이 브루스킹스연구소와 정부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주며, 우리는 이렇게 해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 주려고 하지 않는 정보도 있다. 우리 나름대로 채널을 갖고는 있는데 이것도 사실 한계가 있다. 그래도 다른 싱크탱크들과 비교했을 때 브루킹스연구소는 더 밀접하게 정보와 관계를 맺고 있고, 정보원도 다양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가 원해서 우리에게 주는 정보도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서 알아내는 것도 있다.


중국은 많은 법률이 완비되지 못한 상태이며 많은 정보가 새어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중국화폐위원회의 위원인 판강처럼 정치국(政治局) 에 가서 직접 강의를 하는 싱크탱크 연구원들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싱크탱크들도 그들의 채널을 갖고 있는 것이다.


C : 민간 싱크탱크 측에서는 정부가 소유한 언론사들은 일반적으로 민간 싱크탱크 학자들의 관점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브루스킹스연구소는 어떤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관점을 밝히나?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들이 어떤 부분을 참고할 수 있을까?


L : 브루스킹스연구소는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정책의 향방에 영향을 주는데 여기에는 공청회와 정부 자문이 포함된다. 또 브루스킹스연구소 자체의 독립 출판물을 통해 우리의 관점을 밝힌다. 그리고 또 미디어들이 브루스킹스연구소의 강연 내용을 택해 보도하기도 하고, 브루스킹스연구소가 낸 연구 보고서가 학술 출판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외에 기타 다른 매체들의 간접적인 보도, 대형 학술회의 등을 통해 우리의 관점을 밝힌다.


싱크탱크의 영향력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인재다. 대학의 핵심이 교수이듯 말이다. 싱크탱크는 반드시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연구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싱크탱크들이 때로는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조급증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같은 곳이 그러한 경우인데, 그들은 다양한 재정 자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슈퍼 싱크탱크가 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브루스킹스연구소에는 백 여 명의 주요 연구원들이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객원 연구원과 방문학자들이 있다. 다른 자원과 마찬가지로 인재풀도 다년간의 축적 끝에 만들어지는 것인데, 브루스킹스연구소는 9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싱크탱크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이 바로 인재이며, 싱크탱크가 진정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그래서 다른 이들이 그 싱크탱크를 찾게 만드는 것도 결국 인재다.


C : 어째서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들은 지금까지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일까?


L : 이 문제는 정치적인 배경, 경제적인 상황과 관련이 있다. 어떤 나라가 경제가 취약하면 싱크탱크도 매우 취약하다. 서구사회 안에서도 큰 차이가 있는데,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미국의 싱크탱크들만큼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수도 적고 재원도 매우 빈약하다. 유럽에는 정당과 완전히 합치된 싱크탱크가 많다.


중국 경제의 발전에 따라 사회 형태도 더욱 다원화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중국이 싱크탱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순풍에 돛 단 듯 잘되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분명하다고 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2010.1.4 한겨레신문)

 


미국의 싱크탱크 공동체는 일종의 '시장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몇몇 거대 싱크탱크들의 '과점경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정책상품을 팔고, 사는 정책시장"이라는 구도 속에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리 청 박사가 중국의 시장경제 발전과 싱크탱크의 성장을 연결시키는 것 또한 이러한 메커니즘 자체와 연결된다. 민간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싱크탱크들이 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인 것이다. 더 나은 정책, 더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경쟁'의 구조를 거쳐, 정책결정자들에게 선택될 것이는 정책생산과 유통의 구조는, 기존의 중국 공산당과 주요 국책연구기관 사이의 관계와 확연히 다르다. '완전한 시장'이 어디에도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은 '정책경쟁'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정책이 경합을 벌일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싱크탱크들의 향방을 제대로 이해하는 작업은 중국 사회의 변화 자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상황 역시 아직은 '정책경쟁 시장'을 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더욱이 '공정 경쟁의 룰' 또한 없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국책연구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민간 싱크탱크 관계자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국책연구소들의 '독립성'만큼 큰 문제가 그들의 '독점'적 지위라는 의견이다.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한국의 정책생산 및 유통구조 자체가 혁신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는 비단 싱크탱크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싱크탱크로부터 시작될 수는 있을 것이다.

 


C : 중국 싱크탱크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어디서 오리라 보는가?


L : 앞으로의 경제 발전이 하나의 동력이 될 것이다. 많은 민간기업들이 끼어들면서 더 많은 싱크탱크들을 후원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중국이 오히려 서구보다도 나을 것으로 본다. 서구의 대기업들은 사실상 이미 충분히 많은 싱크탱크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써가면서 싱크탱크를 지원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C : “민간 싱크탱크의 발전은 정부가 추진한 개혁의 결과다. 결코 싱크탱크 자체의 시장주의적 발전의 결과라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특색이다. 중국의 민간 연구기관들이 민간기업처럼 자신의 성장과 발전으로 강대해지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가 어떤 발전 경로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L : 그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상호발전의 과정을 거치게 되리라 생각한다. 일류 지식인들이 성장하고 시장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싱크탱크 자체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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