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5.12 수정: 2014.11.10
전략 경영의 대가, 제이 바니 교수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4가지 조건을 말한지 20년이 흘렀다. 과연 그 이야기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진리일까? 기업을 이끌고 있는 모든 경영자의 로망,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창출에 대해 알아본다.
1991년 당시, 미국 Texas A&M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제이 바니(Jay Barney)는 ‘Journal of Management’에 ‘Firm Resources and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그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어 했던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바로, 가치 있고(Valuable), 모방이 불가능하며(Inimitable), 희소하고(scarcity), 대체 불가한(in-substitution)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남들이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기술, 경영자와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조직문화, 다양하고 단단한 네트워크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든다는 얘기다.
물론,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반도체, TV 시장에서 선두에 올랐고, 2000년대 초 GE(General Electric)는 잭 웰치(John Frances Welch Jr) 퇴임 이후, 30%이상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애플의 매킨토시가 뒤 떨어진 기술력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에 밀린 것은 아니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생사를 달리한 금융기업들도 그 원인을 바니 교수가 지적한 자원의 부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담보하는 저 4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자원이란 없는 것일까?
한 가지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소비자다. 소비자만큼 가치 있는 자원은 없으며, 개인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어느 자원보다 잠재력 있고, 희소하며, 모방 불가한 존재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른 내부 핵심 자원과 달리 자신들의 의중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기업 내부 구성원들의 사고 범위를 넘어서는 홍보나 마케팅 수단이 되는 동시에,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모니터요원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자율성을 지닌 잠재적 강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충성심 강한 소비자라는 핵심 자원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선정된 곳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2010년 4월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랜드 가치 전문 평가기관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Millward Brown Optimor)`와 공동으로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Global top 100)`에서 구글은 4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충성심 강한 소비자들이 구글을 4년째 그 자리에 있도록 지켜준 것이다. 로레인 투힐(Lorraine Twohill), 구글 글로벌 마케팅 총괄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구글은 모든 사용자들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사용자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구글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절약할 수 있으며, 보다 더 현명해 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및 관계가 혁신도 만들고, 구글의 존재가치도 높여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애플과 IBM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용자가 원하고, 사용자가 신뢰하는 것을 사용자와 소통하면서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강한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이익의 질적 측면에서도 여타 기업과는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1분기 실적 발표 결과, 구글은 순이익률이 37%에 달하고, 애플은 20%가 넘는다. IBM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10%가 넘는 순이익률을 보여줬다. 흔히 이야기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애플의 경우 완제품을 판매하는 IT제품업체로써는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이러한 결과는 높은 브랜드 가치에서 비롯됐다. 고객과 기업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거래비용을 '신뢰'라는 매개체를 통해 줄였기 때문에 기업은 그 만큼 비용 부담이 줄었고, 이는 수익으로 환산됐다. 또한, 가격 책정 역시 여타 경쟁업체와는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 원가 중심 가격책정이 아닌 고객들이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는 ‘구매 의향 가격(WTP: Willingness To Pay)’을 조사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제품을 팔면서도, 서비스업의 순이익률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에게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담보해주는 자원이란 소비자 외에는 없어 보인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업들은 소비자의 가치를 알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어떤 기업의 내부 구성원 보다 강력한 기업 편이 되어 그들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줄 것이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