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5.03 수정: 2014.11.10


일주일 동안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중국에 간 것은 중국 기업이 경제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중국 칭화대, 일본 호세이대, 한국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연구자가 모여서 회의를 했고, 또한 중국 기업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4월 26일, 베이징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했던 일은 인터넷 접속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 계정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중국 도착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숙소의 인터넷 접속은 훌륭했습니다. 속도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먼저 접속을 시도한 트위터 페이지가 뜨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더군요. '접속할 수 없습니다.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거나...'하는 에러메시지만 계속 뜨더군요.


순간 "아, 이 곳은 중국이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깐 스쳐갔습니다. 정치적인 검열이 존재하는 나라,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플랫폼을 통해서 국민들의 생각이 교환되는 것을 막고 있는 나라. 숙소 도착까지 실감할 수 없었던, 언론 자유가 제한된 나라의 실체를 비로소 느낀 것입니다.


어쨌든 아쉽게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한 채,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원 동기이자 현재 인터넷 사업가인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막은 것이 낳은 경제적 효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 국에는 Tencent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은 QQ라는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뿐 아니라 한국의 포털사이트와 같이 다른 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이 아직 탄탄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데 반해, Tencent는 가입 회원 1인당 월평균 3위안의 매출을 올리는 수익모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들어 보니 과거 '싸이월드'에서 도입한 도토리와 비슷한, 버추얼 머니 개념의 수익모델이더군요.


1인당 3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500원 가까이 됩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수익모델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회원 수를 들어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이 때 계산의 기준이 되는 회원 수가 3억명이라고 하니까요. (회원 수는 8억명까지 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만 허수가 많은 듯합니다.)


3 억명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연간 2조원 가까운 매출액이 됩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도 나왔습니다. 페이스북 회원이 4억명이라고 놀랐었는데, 여기 이미 육박하고 있군요. 그것도 지불가능성 있는 회원 수가요.


더 놀라운 것은 동시접속자입니다. 올해 1월, QQ는 8천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사용하는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가 됐습니다. 1억에 가까운 동시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는 서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질문했더니, 친구는 "중국에서 사람숫자에 관한 한 질문하지 마라"면서 빙긋이 웃더군요.


이런 실적 덕에 텐센트의 현재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약 44조원)으로 세계 IT기업 가운데 세번째로 크답니다. 바이두의 두 배나 되네요. 또한 2010년 4월 알렉사닷컴 집계로는 전세계 열 번째로 큰 인터넷사이트입니다.


돌아오는 날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니, 구글 철수에 따른 수혜를 중국 검색사이트인 바이두가 받고 있다는 기사(사진)도 나왔더군요. 트위터와 페이스북 뿐 아니라 구글도 변수가 되겠네요. 바이두가 매출과 순이익 모두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구글 철수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와 주가가 크게 뛰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또는 서글픈 현상입니다. 원래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작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록'이 경제적 '블록'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어'라는 변수도 경제적 '블록'을 만들 수가 있는데, 이래저래 만리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네요.


정치사회적 변수와 문화적 변수가 모두 시장의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서구 기업에는 제한이 되고, 중국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중국에서는 놀라운 인터넷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고 성공한 기업이 나오고 있었지만, 정치사회문화적인 만리장성이 그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봄은 왔으되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꽃은 피었으나 그 향기는 우리가 알던 그것과 달랐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원래 화가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다가 못생긴 얼굴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 미인이 했던 한탄입니다. 진실이 가로막힌 땅에서 펼쳐지는 비즈니스가 어떤 기회와 한계를 맞을지 궁금합니다.


한편으로는 '순수하게 자유로운 시장'이 기업을 성장시킨다며 걸핏하면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맹목적 시장근본주의자들의 믿음이 얼마나 순박하고 애처로운 것인가, 절감하면서 다시 인천공항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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