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5.25 수정: 2014.11.10


축구라면 죽고 못사는 당신, 레알과 밀란의 경기가 있는 날 하필 여자친구와의 100일과 겹쳤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런 당신을 이해하는 하이네켄이 '축빠'를 감동시키고 그들의 여자친구를 분노케 했던 희대의 사기 사건을 벌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배우는 마케팅 기법은 치밀하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축빠라는 말이 있습니다. 축구와 빠돌이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빠돌이의 어원은 빠순이입니다. 빠순이란 팬클럽 회원들을 지칭하는 말로, "오빠"를 외친다고 해서 빠순이지요. 여기서 파생된 빠돌이란 말은 가수에 빠진 소녀의 심리 상태를 남자에 적용하여, 뭔가에 빠져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같은 의미로 오덕(오타쿠의 한국식 표현인 오덕후의 줄임말)이 있구요.


설명이 길었네요. 정리하면 축빠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축덕(축구 오덕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축빠들에겐 꿈이 있습니다. 평생 그 어떤 중요한 경기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현장에 갈 수 없더라도, 부디 생중계로 라도 볼 수 있기를.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일이 생긴다던지, 여자 친구와의 기념일이 빅매치와 겹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럴때마다 축빠들은 불행하게도 생존을 선택해야 합니다. 축구 보자고 회사에서 짤리고 여자친구에게 차일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축빠들을 위해 작년 10월, 하이네켄이 재미있는 프로모션을 했습니다. 축빠를 감동케 하고 그들의 여자친구를 분노케 했던,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하이네켄 사기 사건'.

이 사건은 비단 축빠들 뿐 아니라, 전세계의 마케팅 담당자들의 마음도 설레이게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다들 "이거야!" 하고 외쳤을 겁니다. 이 사건은 사회적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왜냐구요? 아- 그 전에 우선, 이 희대의 사기 사건을 담은 동영상부터 보시죠.


[youtube A6u3MFwXB_8]


하이네켄이 초대한 사람은 고작 1136명.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사건을 알게 되고 하이네켄이라는 브랜드를 접한 사람의 수는 2,000만명이 넘습니다. 이 한편의 동영상이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타고 여기저기에 퍼졌기 때문이지요.

보통 이 정도의 광고 효과를 유발하려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하이네켄은 불과 천여 명 규모의 클래식 공연 한번 개최하고 그 정도의 효과를 거둔 겁니다. 효율성의 정의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이라면, 그야말로 엄청 효율적인 이벤트가 아닐 수 없죠.


이 사건은, 비용 규모를 떠나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사회적 기업들이 이 사건을 곱씹어 보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럼, 이 이벤트를 조금씩 뜯어 보도록 하죠.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있었습니다.


첫째, 치밀하게 설계된 프로모션입니다.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었는지는 저 동영상 자체로도 설명됩니다. 영상의 내용으로 알 수 있듯이 하이네켄은 치밀하게 사전 작업을 진행하였고, 멋지게 이벤트를 터트렸습니다. 그 다음엔? 방금 여러분들이 보신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여기에 성공 요인이 있습니다.


입소문 마케팅을 이용하려는 사회적 기업은 많지만 대게는 쉽게 실패하곤 합니다. 절망할 필요는 없어요. 입소문 마케팅은 원래 실패율이 높으니까요. 왜냐하면 입소문이 날 꺼리는 있지만, '소문'으로 가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퍼지지 않거든요.

예컨대, 하이네켄이 저 이벤트를 치룬 다음 이 동영상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저 보도 자료 몇장 뿌리고 말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몇일 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후 조용히 잊혀졌겠지요. 지금처럼, 작년 10월에 일어난 일을 이듬해 5월인 지금에까지 회자되는 일이 불가능했으리라는 겁니다. 결국 사전 준비는 물론 사후 관리까지 하나의 프로세스 속에서 계획대로.

어떤 형식으로 퍼져 나가는게 좋을지, 어떤 채널을 통해 퍼져 나갈 확률이 높은지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접근한 셈입니다. 그러고 보면, 하이네켄은 소셜 미디어가 없었다면 이렇게 사기 칠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둘째, 강력하고 뚜렷한 공감대 형성입니다. 하이네켄이 저 이벤트를 진행한 곳은 다름 아닌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입니다. 그 땅에서 살아가는 남자는 모두가 꽃돌이요, 축빠라 불리우는 바로 그런 나라이지요. 게다가 경기는 레알마드리드 vs. AC밀란으로, 빅매치 of 빅매치.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이탈리아에서 저 경기를 생중계로 보지 못한 남자가 있다면, 그는 생중계로 보지 못한 것을 평생을 두고 후회하는 게 당연한 그런 상황입니다. 반드시 봐야 하는 경기, 못봤다는 것 자체가 불행인 경기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하이네켄의 귀여운 사기 행각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겁니다.


바로 이 공감대는 동영상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찐~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 이순간의 나를 소름돋게 하는 감동은,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게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내 감동을 자랑하고 싶어 집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축빠 1인이 축구 사이트에 동영상을 퍼다 나르는 것과 함께, 축구라고는 박지성 밖에 모르는 여자친구에게도 보여주고자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빠른 확산을 보이는 콘텐트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감동'입니다. 감동의 크기가 클수록 확산도 빠르고 넓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하이네켄이 공감대 형성을 통한 감동을 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이벤트가 일종의 소셜 마케팅(social marketing, 기업이 구매자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식에 기초를 둔 마케팅)이었기 때문인데요, 기업 차원에서의 마케팅적인 목적은 숨기고, 마치 '이러한 빅매치를 놓칠 위험에 처한 그들을 구해야' 하는 사명감으로 일을 벌인듯한 느낌이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감동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주의해야 할 것은 소셜 마케팅이 그냥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게 제대로 마케팅의 의미를 지니려면 기업에 대한 호감을 주고 나아가 구매로 이어지도록 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가 되어야 하죠.

여기에 하이네켄 사례가 빛나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의 후원 기업인 하이네켄이,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축구를 보여준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하이네켄의 사기 사건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 공감대와 감동이라는 감성적 영역을 움직이면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들은 대체로 일반 기업에 비해 풍부한 스토리와 생각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들을 잘 녹여 낼 수 있는 프로모션을 만든다면, 상당히 감동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이네켄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핵심적이고 적은 수의 그룹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이를 입소문 마케팅의 콘텐트로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사회적 기업이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와 직간접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이며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재미난 사례가 도출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개념을 정의하는 작업이지요.


어쨌든 오늘의 포스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 같네요.


"작게 터뜨리고, 멀리 퍼뜨려라!"


최근 들어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 채널이 많아졌습니다. 비용이 안든다는 점은 좋지만, 그만큼 제대로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신개념 프로모션 채널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속성 코스 같은건 없습니다.

다만, 하이네켄처럼 기업의 사례들 중에 오히려 사회적 기업이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은 마케팅 전략들이 많습니다. 사회적 기업가시라면, 주변의 이런 사례들을 많이 접하시면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면 좋겠다는, 거친 조언을 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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