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5.20 수정: 2014.11.10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다시 봉착해 있다. 도대체 정부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믿을래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과 혼선이 심하기 때문이다(자칫 못믿겠다고 말했다가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믿는 척 할 것을 권한다...). 특히 북한의 '인간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을 수 있다는 기사를 보노라면, 한국 언론의 무한한 상상력만큼 한국 군대의 어설픔에 놀라게 된다. 한미합동 군사훈련, 이지스함이 이렇게 무력할 줄이야... "이게 다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의 기강해이때문"이라는, 어느 택시기사의 주장이 그나마 일관성을 갖춘 듯 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와 보수/우파들의 대응은 북한의 위협을 더욱 강조하는 것으로 쏠리고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라는 기구가 구성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5월 13일 열린 첫 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에 수립되어, 지난 2009년 자신의 재가를 거쳐 수정된 "국방개혁 2020"의 전면재검토를 지시하였다.


그런데 헤럴드경제가 2010년 5월 12일 보도한 천안함 사건 계기 '한국판 네오콘'이 뜬다 라는 기사에 따르면, 점검회의의 의장으로 임명된 이상우 국방선진화위추진위원장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청와대 외교안보자문위원),  현홍주 전 주미대사, 통일부 현인택 장관 등과 더불어 하였다. 이들은 '서울국제포럼'이라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의 회원들이라고 한다. 이상우 위원장은 지난 5월 10일 위원장 내정 직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유예가 안보회의 최대 과업", "(천안함 침몰 원인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주적은 북한"이라며 대북 강경발언을 연신 쏟아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국제포럼(이사장 : 이홍구 전 총리)은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비교되곤 한다. 1986년 설립 이후 국제, 외교, 안보, 통상 문제에 대해 연구와 토의, 정책제언 활동을 벌여 왔고, 현 정부 들어 "MB 정부의 인재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인물들을 배출했다고 한다.  헤럴드 경제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포럼 회원으로 현 정부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로는 류우익 주중대사,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현인택 통일부장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 등이 있고, 홍규덕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이 올해 초 회원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 정치권, 재계, 언론계의 핵심적 인물 8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가입은 인맥을 통해 추천, 승인되는 '이너 서클(inner circle)'이라고 한다("보수 싱크탱크---MB정부 인재사관학교", 헤럴드 경제, 2010년 5월 12일).


이름과 면면으로 보자면, 정말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우파 두뇌 집단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이들을 미국 헤리티지재단에 비교하여 그 특징을 살피는 것은 조금 잘못된 듯 하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헤리티지재단의 집중력과 기동력, 규모와 위상을 갖춘 싱크탱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싱크탱크들이 창립 당시 '브루킹스'와 '헤리티지'를 표방하지만, 아직은 없고, 아직은 아니다. 그리고 '보수성'이라는 기준이나 현 정부와의 깊은 인적 연계, '네오콘'적 특징 등을 살펴 보려 한다면, 헤리티지재단보다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 프로젝트(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 PNAC)와의  유사성을 파악해 보는 것이 훨씬 유용할 듯 하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국 부시 행정부 당시 최고위급 인물들


1997에 설립된 이 싱크탱크는, 딕 체니(Dick Cheney),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  스쿠터 리비(Scooter Libby), 젭 부시(Jeb Bush), 윌리엄 크리스톨(William Kristol), 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 등, 부시 행정부의 초고위직을 지냈거나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네오콘'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곳으로 유명하다.


1997년 창립 당시 발표했던 "원칙선언(Statement of Principles)"이나 2000년 9월의 "미국 방위의 재건설(Rebuilding Americ'a Defenses)" 등의 문건에는,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네오콘'들의 공동서명이 제시되었고, 실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의 골자를 일찌감치 주장해 왔다. 이들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부터 이라크의 정권교체를 주창해 왔고, 특히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더욱 강력하게 이를 요구하여, 결국 실현시키는데까지 성공을 거뒀다(1998년에 이 단체가 작성한 '미국의 세계 지배를 위한 비밀 청사진'이라는 문건이 유럽신문에 의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초강대국 미국의 위세'도, 부시 행정부의 끊임없는 실정과 부패, 이라크 전쟁이 초래한 상상 이상의 군사적, 재정적 파탄,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줄도산과 금융위기 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을 거듭하였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역시, 2006년말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 싱크탱크의 전 상임이사이자, 또다른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상근연구원이기도 한 게리 슈미트(Gary Schmitt)는 "프로젝트는 자연사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네오콘'의 총집결체라 불리던 싱크탱크의 '자연사'와 부시 행정부의 종언,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등을 이유로 '네오콘'들이 이제 역사의 뒷면으로 물러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인 듯 하다.  이 프로젝트의 공동대표였던 로버트 케이건과 윌리엄 크리스톨, 그리고 또다른 대표적 보수인사인 댄 세너(Dan Senor) 등을 공동대표로 하는 '외교정책연구소(Foreign Policy Initiative)로 '조직적 전환' 또는 '조직적 부활'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2009년 창립된 이 싱크탱크는, "강한 미국의 외교", "세계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개입", "미국의 민주적 동맹국들에 대한 지지", "불량국가들에 대한 반대"를 자신들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외교정책연구소'가 다루는 세계 곳곳의 이슈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했던가? 이들은 그들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싱크탱크'라는 조직적 형태를 통해, 인적, 물적 결속과 결집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꿈꾸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와... 저 사람들이 아직도 저런 일을 하고 있었나", "와, 이런 일이 2010년에도 벌어질 수 있다니...", "와, 아직도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얼마나 놀라고, 당혹해하고 있는가?


"한국의 네오콘"이라 불리는 이들 역시 우리는 잘 알 수 없었던 <서울국제포럼>이라는 싱크탱크를 매개로 계속 그들의 '생각'을 다듬어왔고,  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요직 곳곳으로 진출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정책'으로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자신들의 '생각'을 다듬고, 발전시키고 있는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출신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소중한 공직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고, 발전시키고 있는가? 다음엔 이들의 현재 행적을 찾으러 떠나 보겠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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