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8.24 수정: 2014.11.11


"오늘날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은 한 세대 전에 혼자 벌던 가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일단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금, 세금, 보육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오늘의 이중소득 가정은 한 세대 전의 단일소득 가정보다 뜻대로 지출할 수 있는 재량적 소득이 더 적고, 어려운 시절에 대비해 저축한 돈도 더 적다."

하버드대 법대교수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법률인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보험사 창립자인 딸과 함께 2003년에 쓴 <맞벌이의 함정>에서 왜 둘이 버는 맞벌이 가정이 재정난을 겪게 되는 지  원인을 분석합니다.


저자는 열심히 일하고, 규칙에 맞게 살아온 미국 중산층 맞벌이 가정의 재정위기 이유를 '자녀교육'과 '주택'에서 찾습니다. 즉 자녀에게 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더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외줄타기 중산층 생활은 설상가상으로 실직이나, 질병, 이혼과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그 충격을 흡수할 쿠션 또는 버퍼가 없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중산층 생활양식을 유지하기 원하지만, 결국은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파산지경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섬뜩한 예측을 내놓습니다. "파산은 이미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심장발작을 겪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파산을 맞고 있다. 그리고 암 진단을 받는 성인보다 더 많은 성인들이 파산을 신청한다....이런 추세라면 2010년경에는 유자녀 가정 일곱 중 하나가 파산 신청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해법으로 사회에는 교육개혁과 금융규제를 제안하는 한편, 맞벌이 가정에는 가계의 위험을 미리 진단하고 대비책을 세워둘 것을 충고합니다.  "한쪽 소득이 없어져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주택대출금 등의 고정비용을 줄이고, 장기적 할부는 가급적 피하는 등의 비상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빚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고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3분기보다 58조원 늘었습니다.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2004년 1.14배에서 지난 해 1.43배로 증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가계빚 위험신호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는 분위기입니다. 금방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았는데 별일 없이 여러차례를 그냥 넘겼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무슨 일이든 위험신호를 지나쳐 버리면 언젠가는 큰일을 당합니다. 개인 살림살이에서도 위험신호를 결코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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