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7.29 수정: 2014.11.11

브루킹스연구소의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왕리리(王莉丽)의 글이다. 미국 싱크탱크와 중국 싱크탱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쾌하게 분석하면서, 중국 싱크탱크의 향후 발전전망을 명쾌하게 서술하고 있다. 본래 2008년 10월 23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렸던<중국의 싱크탱크 : 성장하는 영향력과 정치적 한계>라는 토론회에서 영어로 발표된 것이나, 이후 상해금융법률연구소가 운여하는 <<사상고(思想库)>>에 다시 중국어로 번역게재되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연구자인 제임스 맥간이 중국과 미국 싱크탱크에 대해 발표를 하였고, 리 청 박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 글은 남혜선님께서 번역해 주셨다. 바쁜 틈을 쪼개 자신의 능력을 나눠주고 계신 남혜선님께 다시 감사드린다.


왕리리는 미국 싱크탱크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인 청화대학교 학생이지만, CCTV 아나운서와 중국 환경운동단체의 대표라는 독특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 싱크탱크에 과한 광범위한 연구조사를 진행함은 물론, 미국 사회에 중국 싱크탱크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7-2008년, 본인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미국 싱크탱크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던 시기, 왕리리와 자료와 고민을 나누며 식사를 함께 했던 기억이 새롭다.


------------------------------------------------------------------

중국 싱크탱크, 어디로 갈 것인가


왕리리(王莉丽)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브루킹스연구소(Bookings Institution) 존 손턴 중국센터(John L. Thornton China Center)의 방문학자 왕리리입니다. 오늘 이렇게 걸출한 전문가 그룹의 토론회에 참여하여 여러분과 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점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중국 싱크탱크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로 두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중국 싱크탱크의 주요 기능을 사상 혁신이 아니라 정보 여과와 정책 고취라고 보고 있고, 다른 하나는 중국 싱크탱크가 앞으로 미국식 모델의 방향을 따라 발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인식 모두 문제를 너무나 단순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싱크탱크가 30여 년 발전을 거듭하면서 정치 무대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 싱크탱크는 미국 싱크탱크의 특징들을 흡수하는 동시에 자신 만의 모델을 발전시켜 갈 것입니다.


제가 워싱턴에 머문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브루킹스연구소의 일상 업무와 운영에 참여했고 30 여 명의 미국 싱크탱크, 대중 매체, 재계, 정부 고위 관리, 전문가와 기자, 공무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게다가 관찰자의 신분으로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사회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바쁜 와중에도 제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는 학자로서 제 인생에 있어서도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연구 성과에 따라 제가 미국 싱크탱크를 관찰하며 얻은 것을 간단하게나마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중국 싱크탱크의 발전 현황을 대략 설명해드린 후, 미디어학의 각도에서 미국 싱크탱크와 중국 싱크탱크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사진설명] 2008년 10월 23일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왕리리(좌측 두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왕리리의 왼쪽이 리 청 박사이며, 오른쪽끝이 제임스 맥간이다(사진제공 : 사상고)


자,아주 간단한 문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싱크탱크란 무엇일까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모두 싱크탱크란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갖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전 국방부 부장관(Deputy Secretary of Defense)이었던 존 햄리(John Hamre) 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소장을  인터뷰 할 당시 제 첫 질문이 바로 싱크탱크란 무엇인가였습니다. 그는 크게 웃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제 어머니께서 항상 하시는 질문입니다. 도대체 싱크탱크가 뭐 하는 곳이냐? 참으로 간단하지만 대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회 엘리트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싱크탱크는 분명히 모호한 개념입니다. 싱크탱크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싱크탱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라집니다. 나라에 따라 싱크탱크의 개념과 기능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싱크탱크(Think Tank)라는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순수한 군사용어로 군사 전문가들과 문관들이 함께 모여 전쟁 계획과 군사 전략을 짜던 사무실을 가리키던 말로 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등 몇몇 공공정책 연구기관들이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정책 연구를 임무로 하며, 정책에 영향을 주고 일반 대중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싱크탱크는 대부분 정부와 정당에서 독립된 민간 싱크탱크를 말합니다. 그러나 미국 이외의 국가, 예를 들어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 싱크탱크는 대부분 정당,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미 양국 싱크탱크의 비교 편의를 위해 넓은 의미의 싱크탱크 개념을 사용하겠습니다.


싱크탱크는 공공정책 연구에 종사하는 비영리 조직을 뜻하며, 타켓층은 정책 제정자와 사회 대중입니다. 싱크탱크는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공공 정책의 제정과 사회 여론에 영향을 주고자 합니다. 이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최종 목표로 삼습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약 1,700여 개의 싱크탱크가 있으며 자금 출처와 해당 기구의 귀속에 따라 크게 국책 싱크탱크, 대학 부속 싱크탱크 그리고 독립 싱크탱크 이렇게 셋으로 나뉘어집니다. 국책 싱크탱크는 직접적으로 정부를 위해 서비스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분석합니다. 그러나 새롭고 참신한 사상을 내놓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학 부속 싱크탱크는 학생 육성과 정책 연구라는 양대 임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주로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립 싱크탱크는 주로 긴급한 정책 연구에 전념합니다. 미국 독립 싱크탱크는 브루킹스연구소,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연구원 규모는 대부분 100인 이상으로 년간 운영자금이 몇 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이 외에도 미국에는 수많은 중소형 싱크탱크가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 싱크탱크가 주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자금이든 인력 배치와 영향력이든 독립 싱크탱크가 모두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세 종류의 싱크탱크는 사상이 자유롭게 경쟁하며 상호 보완하는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의 싱크탱크 업계가 10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실로 전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싱크탱크 산업을 일구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에서의 연구와 인터뷰에 근거하여 저는 미국 싱크탱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첫째, 미국 싱크탱크의 주요 기능은 직접적으로 정책 제정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대중을 교육하고, 곧 집권할 정부를 위해 인재를 물색합니다


둘째, 회전문 현상은 미국 정치 체제의 특수한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회전문’은 정부와 싱크탱크 사이의 관계를 밀접하게 하고 정책 제정자와 연구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듭니다. 또한 새 정부를 위해 인재를 비축하고 국가의 활력을 지켜줍니다.


셋째, 미국 싱크탱크는 수적으로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싱크탱크들이 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금과 주목도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늘 대량의 자금과 시간을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홍보와 마케팅에 쏟아 붇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의 과도한 상업화는 앞으로 싱크탱크의 높은 품질과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넷째, 자유주의든 아니면 보수주의든 설사 그들이 스스로 공평무사하다고 주장한다 한들 현재 미국 싱크탱크들은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편견은 싱크탱크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 외에 대중과 대중매체에서도 나옵니다.


다섯째, 미국 싱크탱크 이사회는 존경 받는 전 정부 관원, 학자, 재계 엘리트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한때 관찰자의 신분으로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사회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이사회의 기능을 임원진 임명, 기금 조성, 연구 아젠다 비준, 그 외 해당 싱크탱크를 위한 영향력 행사 등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싱크탱크의 발전과 영향력은 상당 정도 이사회의 관리와 파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섯째, 기금이 미국 독립 싱크탱크의 연구 의제를 움직입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과 같은 몇몇 싱크탱크들은 방대한 기부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아젠다를 결정하는데 훨씬 더 자유롭습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같은 싱크탱크들은 연구 아젠다는 후원자들의 통제를 받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경우는 부분적인 기금이 회원에서 나오며, 그 회원들이 연구 아젠다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어서 중국 싱크탱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방금 발언을 한 제임스 맥간 교수(James  Maggan)와는 의견을 달리합니다.


중국의 싱크탱크도 국책 싱크탱크, 대학 부속 싱크탱크, 독립 싱크탱크 이렇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국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약 1000 여 개의 싱크탱크가 있고, 그 중 대부분이 국책 싱크탱크이며, 독립 싱크탱크는 전체 점유율이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독립 싱크탱크들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으로 많아야 20 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매해 연구 경비가 45만 달러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중국 싱크탱크의 가장 큰 특징은 국책 싱크탱크가 수량과 영향력 면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과 대학 부속 싱크탱크들은 이미 점진적인 발전 과정을 거쳐 성숙 단계에 이르렀으나 독립 싱크탱크는 아직도 유아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런 큰 차이로 인해 이 세 종류 싱크탱크들의 상호 협력과 보완이 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중국의 싱크탱크는 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중국의 국책 및 대학 부속 싱크탱크는 이미 비교적 성숙한 발전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수적 규모과 영향력 면에서 모두 국책 싱크탱크가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민간 싱크탱크는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국책, 대학 부속 그리고 민간 싱크탱크라는 세 종류 싱크탱크들 사이의 상호 보완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며, 심각한 불균형 발전 현상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민간 싱크탱크는 국책 싱크탱크와 대학 부속 싱크탱크 사이에 존재하는 모델로 이들의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점이 상당한 정도로 중국 정치와 정책 결정 과정의 과학화, 민주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둘째, 현재 민간 싱크탱크는 발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수적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모두 취약한 상태입니다. 현재 중국 사회에서 이들은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는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정부 비판, 새로운 사상 전파, 대중 교육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습니다.


셋째, 1978년 이래로 중국의 싱크탱크들은 정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점차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대부분 몇몇 개개 학자들을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온전한 하나의 기구로서 싱크탱크가 영향력을 미치고 명성을 떨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밖에도 세계화 시대에 중국 싱크탱크들은 국제 무대에서의 목소리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1]와 국제 무대에서의 발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넷째, 비록 중국 싱크탱크와 정부 사이에는 아직 미국식‘회전문’메커니즘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싱크탱크와 정부 사이에는 이미 인재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싱크탱크, 특히나 국책 싱크탱크와 대학 부속 싱크탱크가 정부의 몇몇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정도와 그 깊이, 그 와중에 발생하는 영향력은 아마도 미국 싱크탱크의 그것을 훨씬 웃돌 것입니다. 몇몇 학자들과 정부가 오래 동안 협력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되었고 이들이 중국 고위층이 매우 중시하는 브레인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 정치 정책 결정 과정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간단하며 싱크탱크 층면에서도 아직 경쟁 메커니즘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또 다른 중요한 원인입니다.


시간 관계상, 중국과 미국의 싱크탱크 현황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에 이어 미디어학의 각도에서 간략하게나마 중국과 미국 싱크탱크의 차이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싱크탱크의 명확한 차이는 중국 싱크탱크는 주로 국책 싱크탱크가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 싱크탱크는 독립 싱크탱크가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 점에 근거하여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와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 사이의 차이를 간단히 비교해보겠습니다.


싱크탱크의 영향은 대중에 대한 영향과 비공식적인 영향,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와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는 모두 세 가지 종류의 전파 모델, 즉 대인 전파, 조직 전파, 대중 전파를 통해 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파 경로와 전파 범위 그리고 목적에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대인 전파는 싱크탱크가 인간관계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함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와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는 모두 대인 전파를 정책 제정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경로로 봅니다. 미국에서 대인 전파는‘회전문’메커니즘으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에는 대략 100명의 고급 연구원들이 포진해있고, 그 중 과반수가 행정부처에서의 업무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또 그 중 6명은 전직 미국 대사를 지냈습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회전문’메커니즘을 보기는 힘들지만 이미 그 단초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개혁개방논단(中國改革開放論壇, China Reform Forum)의 이사장 쩡비지엔(鄭必堅)은 전직 중공중앙당교(中共中央黨校,Party School of the Central Committee of C.P.C) 부교장을 지냈고, 전 중국인민해방군(中國人民解放軍, People’s Liberation Army) 부참모장이었던 슝광카이(熊光楷)는 현재 중국국제전략학회 주석직을 맡고 있습니다. 현 중국국제문제연구소(中國國際問題研究所, China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소장인 마전강(馬振崗)은 전 외교부 차관을 지냈으며 주영(駐英) 중국대사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베이징대학중국경제연구중심(北京大學中國經濟研究中心, China Center for Economic Research) 교수를 지낸 이깡(易綱)은 현재 중국인민은행(中國人民銀行, The People’s Bank of China) 부행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 학자들도 고위층을 위해 자주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바로 이 경로를 통해 싱크탱크 학자들은 최고위층과 직접적인 만남을 갖습니다.


조직 전파란 싱크탱크가 어떻게 그 기구의 역량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뜻합니다.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는 대규모 공개 회의를 자주 개최해 정책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교육합니다. 중소 규모의 회의도 여는데 통상적으로 어떤 회의는 정책 제정자, 기자와 학자들에게만 개방이 됩니다. 2007년, 브루킹스연구소는 200회의 대규모 공개 회의를 개최했고 이런 교류에 약 400만 달러의 경비를 소비했습니다.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가 조직 전파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미국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경로는 같지 않습니다. 임무의 특수성과 정부 배경이라는 이유 때문에 중국 싱크탱크는 그 연구 성과와 토론 상황을 대중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습니다.


국책 싱크탱크인 그들은 보통 정책 제정자에게서 직접적으로 연구 과제를 받고 바로 그 정책 제정자들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정책 건의안을 제공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국책 싱크탱크는 중국의 정책에 직접적이면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촌 지역과 농업 발전에 대한 중국 국내의 정책들은 대부분 중국사회과학원(中國社會科學院, Chinese Academy of Social Sciences)과 국무원발전연구중심(國務院發展研究中心, Development Research Center of the State Council)에서 나옵니다.


대중 전파는 싱크탱크가 각종 미디어, 예를 들어 신문, 잡지, 서적, 라디오, TV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퍼뜨림을 의미합니다. 비록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와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는 대중 전파에 기대 여론에 영향을 끼치지만 양자의 강도와 목적이 다릅니다.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에게 대중 매체는 간접적으로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선거 제도에서 정책 결정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수많은 대중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라는 점입니다. 비교해보면,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는 대중 전파를 정책 제정자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중요한 방식이 아니라 대중 홍보와 정책 문제 교육을 위한 중요한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이는 중국의 국책 싱크탱크가 강력한 인간관계 네트워크와 조직적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는 인터넷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지구적인 전파 방식과 신속한 속도 때문에 인터넷 매체는 이미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싱크탱크는 자신의 사상과 대중 영향력을 전세계로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입니다. 2004년,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중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중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05년 북경사무소를 설립했고 현재 중국어 홈페이지 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매체는 미국 독립 싱크탱크의  글로벌 전략을 추진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이 미국 독립 싱크탱크가 글로벌 전략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점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국책 싱크탱크에게 인터넷은 대중과 소통하는 중요 경로입니다. 이 경로를 통해 연구 성과에 대한 대중의 평론, 건의 사항과 비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국내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면 전국 각지의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량의 의견을 내놓고 평가합니다. 중국 국책 싱크탱크는 바로 이 인터넷 여론을 통해 대중들의 생각, 욕구, 기대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연구 과제와 정책 건의안을 조정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중국의 수많은 국책 싱크탱크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전세계로 확대해가는 선견지명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상의 간략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독립 싱크탱크는 중국 국책 싱크탱크보다 훨씬 큰 대중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인 전파의 비공식적인 영향력 면에서는 중국 국책 싱크탱크가 어쩌면 미국의 독립 싱크탱크 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싱크탱크의 앞으로 발전 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 싶습니다. 작년에 중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국책 싱크탱크 중 하나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은 매킨지(Mckinsey)를 컨설팅 기관으로 선정했습니다. 매킨지는 이들에게“브루킹스를 배우라”고 충고했다고 합니다. 이는 실화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서양에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유사한 속담이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록 미국과 중국의 싱크탱크 사이에 정치, 경제, 문화적인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정책과 대중 여론에 영향을 주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덩샤오핑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에는 일정 정도의 계획 경제 특성이 존재하고, 사회주의 국가에도 일정 정도의 시장 경제 특성이 존재한다”. 똑 같은 개념이 싱크탱크에도 적용됩니다.


앞으로 중국 싱크탱크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아래 두 가지의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1. 앞으로도 한동안은 국책 싱크탱크가 계속 핵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몇몇 국책 싱크탱크들은 자금 출처와 운행 시스템, 관리 모델 등에서 개혁을 대폭 진행하여 서구 독립 싱크탱크들의 경험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 과제가 사회 현실에 더욱 근접하고 다원화되도록, 더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의 번영과 안정, 세계화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2. 중국의 독립 싱크탱크는 질과 규모, 영향력 면에서 점진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부와 외부에서 기인한 파워가 그 발전을 자극할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국제 정치와 경제 무대의 강력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었고, 점점 더 복잡한 사회 문제와 정치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제공해줄 싱크탱크를 필요로 합니다. 마찬가지로 시민 사회의 신속한 발전에 따라 대중들의 정치 참여 요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립 싱크탱크는 앞으로 정부, 국민과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일반 대중의 정치 참여, 중국 사회의 조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싱크탱크의 발전은 분명히 중국과 세계의 소통과 융합을 촉진할 것입니다. 저는 이에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기회를 빌어 제 연구를 지지해주신 브루킹스연구소에 감사를 표합니다. 동시에 저를 격려해준 동료들과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1]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정보과학이나 문화, 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말한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계는 부국강병을 토대로 하는 하드 파워, 곧 경성(硬性) 국가에서 문화를 토대로 한 소프트 파워, 즉 연성(軟性) 국가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고 보고 있다(역주).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착한경제] 한-EU FTA 읽는 법

등록: 2010.10.11 수정: 2014.11.11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다. 언론에는 국책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한 전망이 넘쳐난다. 국민총생산(GDP)가 10년간 5.6%가 늘어난다는 둥, 무역수지 144억달러 흑자 효과가 ...

  • HERI
  • 2014.11.11
  • 조회수 5016

[착한경제] 소비, 어떤 기준으로 하시나요?

등록: 2010.10.06 수정: 2014.11.11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나, 이념적으로 하나” 최근 이마트 피자가 인기리에 판매되면서 트위터에서 벌어진 일부 누리꾼들과의 설전 중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되물은 말입니다. 정용진 ...

  • HERI
  • 2014.11.11
  • 조회수 5874

[착한경제] 부동산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등록: 2010.10.05 수정: 2014.11.11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8.29대책’이 애꿎은 서민들만 잡고 있습니다. 매매시장은 살리지도 못하면서 되레 전셋값 상승만 더 부추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

  • HERI
  • 2014.11.11
  • 조회수 4432

[착한경제] 윤리적 소비? 정용진, 조국, 공병호에 답하다

등록: 2010.09.29 수정: 2014.11.11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국 서울대 교수.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세 명은 각각 한국의 대표 유통기업의 최고경영자, 인권과 법에 대한 국내 최고 논객, 대중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자...

  • HERI
  • 2014.11.11
  • 조회수 7419

[착한경제] '남자의 자격' 박칼린의 리더십

등록: 2010.09.27 수정: 2014.11.11 커다란 강당을 메운 관객들 앞에서 합창이 끝나자마자 합창단은 눈물바다가 됐다. 한국방송의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의 '남자 그리고 하모니'의 마지막, 여덟 번째 편에서 지켜본 광경이었...

  • HERI
  • 2014.11.11
  • 조회수 6112

[착한경제] “위기 다시 오지만 살 길은 있다”

등록: 2010.09.16 수정: 2014.11.11 “우리는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여전히 위기를 불러오고 있으며, 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 국가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적절한 개입으로 금융시스템의 신뢰성이...

  • HERI
  • 2014.11.11
  • 조회수 4751

[착한경제] 왜 일본에는 싱크탱크가 불가능한가?

등록: 2010.09.10 수정: 2014.11.11 이 글은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 연구자인 스즈키 다카히로(죠사이 국제대학대학원 객원교수)의 책 <일본에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다(日本に「民主主義」を起業する : 自伝的シンクタンク論、第一書...

  • HERI
  • 2014.11.11
  • 조회수 6821

[착한경제] 돈,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등록: 2010.09.07 수정: 2014.11.11 “부자들의 배를 불려주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언젠가는 돈이 똑똑똑 한 방울씩 지옥까지 떨어져서 가난한 사람들의 바짝 마른 입술을 적셔줄 것이다. 그러니 부자들이 더 많이 돈을 쓸 수...

  • HERI
  • 2014.11.11
  • 조회수 4693

[착한경제] 기업 책임 평가하는 아시아의 잣대 만들다

등록: 2010.09.02 수정: 2014.11.11 8월 22일은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한겨레경제연구소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을 생각하는 전문가들에게도 그랬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한중일 CSR전문가들이 모여, 기업...

  • HERI
  • 2014.11.11
  • 조회수 4731

[착한경제] 중국의 눈으로 본 미국 싱크탱크의 '회전문'(2)

등록: 2010.09.02 수정: 2014.11.11 왕리리의 "중국의 눈으로 본 미국 싱크탱크의 회전문(원제 : 미국 싱크탱크의 회전문 '메커니즘)"의 후반부이다. 지난번 게재했던 글의 전반부가 미국 싱크탱크를 특징짓는 '회전문' 메커니즘의 ...

  • HERI
  • 2014.11.11
  • 조회수 5518

[착한경제] 중국의 눈으로 본 미국 싱크탱크의 '회전문'(1)

등록: 2010.08.26 수정: 2014.11.11 이 글은 브루킹스연구소의 방문연구자로 있는 왕리리가 쓴 글로, 2010년 3월 17일 <사상고(思想库)>에 실린 것이다. 이미 왕리리의 글은 몇차례 번역, 소개한 바 있고, 바로 앞서 "중국과 미...

  • HERI
  • 2014.11.11
  • 조회수 6348

[착한경제] 둘이 버는 데 왜 빚에 쪼들릴까?

등록: 2010.08.24 수정: 2014.11.11 "오늘날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은 한 세대 전에 혼자 벌던 가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일단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금, 세금, 보육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오늘의 이중소득 ...

  • HERI
  • 2014.11.11
  • 조회수 4555

[착한경제] 누가 유기농을 멍들게 하는가

등록: 2010.08.24 수정: 2014.11.11 세계의 유기농을 선도하는 캐나다 밴쿠버 주변을 이달 중순에 다녀왔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한국을 대표하는 유기농업인 13명과 함께, 더없이 알찬 경험을 했다. 대규모 과수농장, 병충해 방지시...

  • HERI
  • 2014.11.11
  • 조회수 4153

[착한경제] 취업시장, 약한 인맥의 강한 힘

등록: 2010.08.18 수정: 2014.11.11 최신 경영 지식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각종 취업 훈련 프로그램에서 익힌 이력서 작성과 인터뷰 기술도 수준급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노동시장에서 충분히 준비된 전사일까? 유감스럽게도 그...

  • HERI
  • 2014.11.11
  • 조회수 6951

[착한경제] 집값 하락세 속 '막차' 조심!

등록: 2010.08.17 수정: 2014.11.11 요즘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입니다. 특히 새 집 입주를 앞두고 살던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입주기간을 넘기면 연 20~30%이상의 높은 연체 ...

  • HERI
  • 2014.11.11
  • 조회수 4389

[착한경제] 풍년에 시름하는 농민, “유기농이 답이오”

등록: 2010.08.16 수정: 2014.11.11 흙살림의 이태근(52) 회장. 이태근과 흙살림은 한국 유기농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유기농 운동 초기인 1990년대 초반, 한국형 유기농 기술의 체계적인 개발에 나섰다. 이태근이 세...

  • HERI
  • 2014.11.11
  • 조회수 5175

[착한경제] 한 마디의 충고

등록: 2010.08.16 수정: 2014.11.11 올 여름휴가 회심의 피서지는 과천시민회관 빙상장이었다. 푹푹 찌는 더위에 얼음이 가득한 곳에서, 일에 찌든 몸을 스케이트에 실어 단련시킬 수 있는 곳. 게다가 내 휴가의 최대 고객인 아...

  • HERI
  • 2014.11.11
  • 조회수 4645

[착한경제] 오래된 노래 ‘동반성장’ 부활의 조건

등록: 2010.08.10 수정: 2014.11.11 “대기업과 각을 세우더라도 윗목(서민)을 따뜻하게 하겠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뒤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 HERI
  • 2014.11.11
  • 조회수 5000

[착한경제] 미국을 대하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

등록: 2010.08.05 수정: 2014.11.11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새로운 미국재단(New American Foundation)>의 스티븐 클레몬스가, 지난 7월 22일 <외교(The Diplomat)>에 게재한 글이다. 중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

  • HERI
  • 2014.11.11
  • 조회수 4949

[착한경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

등록: 2010.08.03 수정: 2014.11.11 “나치의 인종대학살이나 남아공·미국 등의 인종차별 정책이 버젓이 행해진 데는 이 끔찍한 범죄에 가담하거나 뒷짐 지고 방관한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그 범죄행위에 맞서 싸우고 희생자를 ...

  • HERI
  • 2014.11.11
  • 조회수 4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