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7.27 수정: 2014.11.11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나요?”
신뢰를 측정하는 대표적 국제기구인 세계가치관조사에서 2006년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10명 가운데 몇 명이 그렇다고 답했을까요?


이동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함께 쓴 <제3의 자본>에 그 답이 나와 있습니다.  한국인 10명 중 3명만이 타인을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다민족국가인 미국(4명)은 물론 베트남(6명) 같은 개도국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저자는 신뢰와 같은 개인과 기업, 정부 등 사회 주체를 협력적인 관계로 연결하는 무형의 자산을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 인프라 등의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 외에 사회적 자본에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같은 물적,  인적 자본을 갖고 있어도 사회성원 간의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경제, 사회적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실제 세계은행은 사회적 신뢰도가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8% 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학자 후쿠야마 교수도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신뢰 수준이 낮은 수준임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보여줍니다. 일반인의 신뢰도는 물론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도 역시 외국에 견줘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국회와 정부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 71곳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사회적 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저자는 지적합니다. 그리고 신뢰가 국가의 부와 사회적 안정을 동시에 증진시키는 역할을 함을 노벨경제학 수상자 케네스 애로의 연구결과를 빌어 보여줍니다.  "모든 비즈니스에는 일정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다. 이것은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거래에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 또한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교육, 보건, 범죄율, 경제.사회적 평등의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의 사회적 자본이 풍부해지도록 정부가 합리적인 소통을 통해 사회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정부는 정책을 집행할 때 강제적인 권력을 이용하기에 앞서 소통을 통해 갈등 당사자와 충분히 협상을 해야 한다...또한 정부는 공공사업의 입안 단계에서 반대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사업 추진의 절차적 정당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의사소통 기술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정보를 통제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국민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운하, 4대강, 세종시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습니다.  최근 정부는 'G20' 회담 개최를 앞두고 국가경쟁력과 국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격과 국가경쟁력을 진정으로 높이고자 한다면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국민과 정부간에 신뢰가 쌓이기 위해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소통이지 않을까요?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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