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6.10 수정: 2014.11.10


이 글은 중국 싱크탱크 전문 연구자 주쉬펑 교수(중국 남개대학교)의 ((2009년 8월 12일))를 번역한 글의 후반부이다. 글의 전반부는 라는 제목으로 본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다. 중국 싱크탱크가 처한 문제점, 앞으로의 개선방향까지 함께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싱크탱크 생태계의 성장과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도, 뒤쳐지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안 역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내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중국 싱크탱크에 관한 중국 연구자들의 다양한 글들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계획이므로,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중국 싱크탱크에 관한 다양한 주장과 분석, 고민들이 여러 경로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기존의 "중국식" 싱크탱크와 다른 "미국식" 싱크탱크. 싱크탱크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입니다. 

 

2009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싱크탱크 정상회의. /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제공


싱크탱크의 함정권력 혹은 돈의 포로가 되다


싱크탱크의 정체성을 판단할 때 조직의 정치적 배경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독립적인시각만큼은 모든 싱크탱크가 추구해야 할 공통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독립적인 시각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은 싱크탱크가 모든 단체 혹은 조직의 이익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정의에 입각하여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싱크탱크는 독립적인 시각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어떤 상황에서는 싱크탱크가 정책 합리화의 도구로 이용당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행정체제가 주요 정책 결정의 권한을 장악하고 있다. 대중의 참여와 전문가의 이성이 결여된 이런 정책 결정과정을 통해 제정된 정책은 도전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의 합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결정 부문에서는, 정책 제정 이전에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책자문회의’를 여는 것이 아니라, ‘정책 제정 이후’에 전문가들을 선별해 불러모아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법을 구사하곤 한다.


전문가와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가격 공청회’도, 물가 상승에 관한‘기자회견’으로 탈바꿈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부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이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부당한 정책을 기꺼이 옹호하는 경우가 꽤 발생하고 있다. 최근들어 ‘전문가’란 단어에는 사회적 오명이 덧칠 되었는데, 인터넷에서는‘전문가 교수’라는 단어를 발음이 같은 다른 한자를 사용한 언어로 대체해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황당한 여론을 부추기는 학자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역자주)중국어로 ‘전문가 교수’는 ‘专家教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 상에서 전문가의 ‘专’과 발음은 같지만 ‘벽돌’이라는 뜻을 가진 ‘砖’과 교수의 ‘授’와 발음이 같지만 ‘짐승’이라는 뜻을 가진 ‘兽’를 넣어 조합한 ‘砖家叫兽’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똑같은 발음의 글자로 조합하여 ‘전문가 교수’ 집단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싱크탱크는 또한 이익집단에 종속되어 그들의 대변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은 중국 대학과 싱크탱크의 10대 저명학자들과 국내 이익집단 사이의 종속관계를 보도한 적이 있다. 또 일부 국제세력과 다국적 기업들도 국제조직이나 재단을 통해 국내 싱크탱크의 시각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싱크탱크의 국제협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 싱크탱크가 해외 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을 때는 반드시 그 자금출처의 공익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유로운 정치환경에서 다원화된 방안 나와 
지난 30년 간 중국 싱크탱크는 눈부시게 발전하여 중국의 개혁과 제도 변혁을 이끄는 세력이 되었다. 그러나 결점을 가지고 있는 정책 결정 시스템 안에서 싱크탱크의 사회적 가치가 왜곡될 수 있음에 우리는 주의해야 한다. 중국 싱크탱크의 독립적인 시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싱크탱크 외부의 제도적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싱크탱크를 둘러싼 이러한 전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정책분석시장”이라 통칭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분석시장에서 싱크탱크는 정책 철학, 전문지식, 제안과 비판 등을 공급하고 정부와 언론 그리고 대중은 이들 상품의 수요자 혹은 소비자가 된다.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싱크탱크에 대한 정부의 평가 그리고 정부의 정책분석 수요가 싱크탱크의 역량 발휘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나 공급의 측면에서 보자면 반관(半官) 싱크탱크나 민간 싱크탱크 같은 서로 다른 배경의 여러 싱크탱크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정치 환경에서 평등하게 공존해야 다원화된 정책 철학을 제공할 수 있다.


싱크탱크의 재원 다원화 
조직의 생존을 위해 생크탱크는 그야말로 ‘돈줄에 목이 타는 상태’라 ‘프로젝트 따오기’에 주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정부는 싱크탱크가 공급하는 상품의 최종 수요자이자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싱크탱크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와 동시에 공익재단, 개인 기부자 혹은 기업도 연구과제에 대한 재정 지원의 방식이 아닌 기부를 통해 싱크탱크의 운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부와 재정지원의 차이는 기부의 대상이 기관인 반면, 재정 지원의 대상은 연구 프로젝트란 점이다.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은 싱크탱크가 일부 이익집단에 연루되는 주요 원인이 되므로 효과적인 제도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싱크탱크의 재원 다원화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재원의 다원화 방안으로는 정부의 정책연구 기금 설립, 법률 혹은 정책을 통한 사회 공익 기부의 장려, 법률을 통한 민간자본의 연구기금 보완 장려,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정책연구 공익기금 신청 장려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루트의 연구 재원이 마련된다면 싱크탱크가 생존의 위협 때문에 일부 다른 꿍꿍이가 있는 재정지원자들에게 종속되어 자신의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연구성과의 다층적 활용
싱크탱크는 매우 다양한 행위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싱크탱크의 연구 성과는 정부 부문에 공급될 뿐만 아니라 여러 형식을 통해 정책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단체에게 공급된다. 따라서 완전한 정책분석시장이라면 정부는 정책의 최종 소비자로서 정책들을 수집하고 여과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함으로써 새로 생겨난 언론들이 생산해내는 관점, 더 나아가 비판 의견까지도 보다 넓게 포용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우열을 가릴 선 메커니즘
정책 분석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책제정자들은 제안된 정책의 객관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정책 심사와 경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정책 주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개적인 변론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면 정책들의 우열을 효과적으로 가릴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정책제정자들은 선택 가능한 정책 방안들이 가득 진열된‘슈퍼마켓’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정책분석시장에 대한 감독
싱크탱크가 공개한 연구 성과와 경비의 출처 사이에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감독해야 한다. 싱크탱크의 연구역량과 독립적 시각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업계 협회와 협력하여 진입장벽, 직업윤리, 제무감독제도 등과 같은 기본적인 제도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끝)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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