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6.07 수정: 2014.11.10


미국의 사회적기업가 지원기관 '아쇼카-공공을 위한 혁신가들'의 창립자이자 CEO인 빌 드레이턴을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났습니다. 2009년 가을 그와 만나 진행했던 대화(관련 글 링크)에 이어 다시 한번 큰 통찰을 얻었습니다.


이번에 그는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험과 통찰력은 60대 후반이지만 시각은 30대인 듯한 그에게서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 20년 뒤 완전히 바뀐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 혁신 의지와 공감능력을 갖춘 갖춘 청소년을 제대로 교육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지난 번 곽노현 교육감 등 진보 교육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쓴 글에 이어 다시 한번 교육 이야기를 해 봅니다.


빌 드레이턴, 노벨평화상 받아야 하는 거인


빌 드레이턴은 2005년 하버드대 공공리더십센터와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함께 선정한 ‘미국 최고의 리더 25명’(America's Greatest Leaders 25) 중 하나였습니다. 그 25명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전 국무장관 콜린 파월과 콘돌리자 라이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같이 포함됐지요.


이 사람은 67세의 나이로 가장 앞서가는 생각을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 세상을 바꾼다고 역설하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런데 드레이턴이 말하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기업'과는 좀 다릅니다. 매출을 일으키면서 사회 문제 해결도 하는 한국의 '사회적기업'을 드레이턴은 social business라고 부르면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포괄하는 영역의 일부라고 봅니다.


드레이턴이 말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혁신적인 마인드입니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사회적 기업가라고 부릅니다. 꼭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와 관련이 없어도, 혁신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사회적 기업가인 것이지요.


미 국 386 세대의 영웅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들었고, 여전히 추앙하고 있는 '미국 386세대' 중에는 빌 드레이턴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국의 이 새로운 진보적 세대는 기술 혁신과 사회 혁신에 동시에 열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 혁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젊은 세대는, 사회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이나 커뮤니케이션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적 금융이나 소셜미디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그를 가리켜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하는 진정한 거인”이라고 부른 일이 있습니다.


빌 드레이턴, 당신이 한국의 교육감이라면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새로 당선된 한국의 교육감이라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저라면 학부모들에게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당신의 딸이 수학을 잘 못한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럼 대답이 나오겠지요.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입니다. 학원을 보내든, 과외를 시키든, 교재를 바꾸든, 문제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그 다음이었지요.


"그런데 학부모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떨까요? 그 딸이 사회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이상한 질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겠지요."


부끄럽지만 나도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정면으로 던져 본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자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본 일이 있으셨나요?


"우리는 자녀에게 수학처럼 적응적 지식을 가르치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교육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사회를 혁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 한국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교육은 '모든 사람이 사회혁신가(changemaker)인 사회'를 추구하는 교육입니다."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당위는, 단순히 정의감이나 윤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드레이턴이 보기에, 20년 뒤의 세계에서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수학 같은 기존 사회에 적응 하기 위한 적응형 지식이 아닙니다. 새로운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문제를 푸는 변화창조형 지식입니다.


20년 뒤의 세상을 바꾸려면, 교육에 손을 대라


"교육감 1명이 자기 구역의 학부모 5%만 바꾼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 몇 시간 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에게 과감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사회의 불공정한 일을 고치는 데 몇 시간을 보냈느냐고."


5%의 학부모만 바꾼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20년 뒤를 생각하면 정말 그렇습니다. 2년 뒤의 세상이 아니라, 정말 20년 뒤의 세상을 생각한다면.


"세계 경제 패러다임은 통째로 바뀌고 있습니다. 20년 뒤 세상은 스스로 사회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 사회와의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끌 것 입니다. 지금처럼 사회 적응에 통달한 사람이 이끄는 게 아닐 것입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플레이어인 기업, 예를 들면 실리콘밸리의 구글 같은 기업이 뜨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 사람이 플레이어고 모두가 노예인 기업, 예를 들면 디트로이트의 지엠 같은 기업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은 이제 멸종위기를 맞은 공룡입니다. 개인과 개인이 연대한 형태의 유연한 기업, 사회와 소통하는 기업이 미래 경제를 이끌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공감 능력과 사회 문제 해결 의지를 갖춘 사람이 세상이 원하는 인재상이 됩니다."


수학 말고, 사회 혁신 공부는 몇 시간 했니?


드레이턴은 실제로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교육과정 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학교 근처 하천이 오염되고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아이들에게 내 주는 것이지요.


"아이들 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하다가, 그룹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리더가 생기고, 리더십 교육이 자연스레 되겠지요. 오염된 하천을 사진으로 찍어 미디어에 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미디어 활용 및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되겠지요.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토론 교육도 되겠지요.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미래 사회에 필요한 많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정말로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직된 상명하복식 문화를 가진 조직들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사회혁신가인 그림을 말입니다.
지금 생기고 있는 변화는 저항이 불가능합니다. 상명하복 조직은 몰락할 것입니다. 유연한 팀제 조직과,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내고 변화에 동참하는 민주적인 조직이 성공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세계는 유연한 팀과 팀이 얽혀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될 것입니다. 이런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이나 개인은 뒤처지는 것이지요.
변화에 저항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십시오. 기업에게도 분명히, 20년 뒤에는 사회혁신가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교육감이라면 그것을 설득하고 기업의 지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강고한 집단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던 '팔랑크스'(phalanx)의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유연한 개인의 창의력으로 세계를 이끄는 '팀'(team)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에게서는 여전히, 현자의 향기가 풍겼습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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