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10.05 수정: 2014.11.11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8.29대책’이 애꿎은 서민들만 잡고 있습니다. 매매시장은 살리지도 못하면서 되레 전셋값 상승만 더 부추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서울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70%에 육박하는 지역도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집값 전망에 집을 사기보다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더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제혜택 등 후속 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과연 이런 대책들이 부동산 문제의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에서 돈의 경영이 아닌 삶의 경영을 가르치고 있는 강수돌 교수는 사회구성원의 근원적인 태도변화를 강조합니다. <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에서 강 교수는 부동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근원적 장치는 땅과 집을 ‘탈상품화’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땅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땅과 집은 소유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삶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이나 투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주거의 의미나 삶의 기본 조건으로 봐야 한다.”
실제 이런 사회적 합의 속에 공공 주택개념을 도입해 성공한 나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싱가포르입니다. 1960년 싱가포르 정부는 토지공개념에 근거해 토지를 국가가 수용하여 국유화한 뒤 공공 아파트를 지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렴하게 분양했습니다. 그 집을 팔 때에는 반드시 정부에 되팔도록 해서 주택전매금지와 주택환매제를 실시했죠. 공공아파트는 우리의 국민연금 격인 중앙연금준비 기금으로 지어져 민간 아파트값의 45%수준에 분양됐습니다. 결국 싱가포르 국민들은 저렴한 주거비로 생활이 가능해져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죠.
강 교수는 2008년 초 숭례문의 붕괴나 그 해 9월 미국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삶의 방식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숭례문을 복원하고, 투자은행과 주식이 바닥을 친 후 또다시 치솟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집이나 땅에 대해 근원적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요란한 제도나 정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부동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사회 양극화는 막지 못할 것이다.”
150년 전 미국 원주민이던 시애틀 추장이 쓴 편지 문구를 인용하며 강 교수는 왜 땅과 사람 사이의 근원적 일체감이 회복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안다. 땅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것을. 모든 사물은 우리 몸을 연결하는 피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