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9.16 수정: 2014.11.11


“우리는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여전히 위기를 불러오고 있으며, 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 국가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적절한 개입으로 금융시스템의 신뢰성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위기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고 신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은 계속해야 한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위기의 예언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위기경제학>에서 지금이야말로 개혁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스티브 미흠 조지아대 부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그는 “여전히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데도 섣부른 낙관론이 제기되면서 개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루비니 교수는 위기란 일반적인 현상이며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경제위기는 예측할 수 있다. 위기는 반복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결코 100년 만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생한 이래 수없이 일어난 위기의 하나였을 뿐이다.”


경제위기의 본질을 루비니 교수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투자자들이 호황기에 한몫을 쥐기 위해 과다한 빚을 지게 되면 거품이 이리저리 퍼져나간다. 신용대출이 쉽게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빌린 돈으로 투자를 감행한다. 소비는 늘고 기업은 이익을 내면서 개인과 기업은 더 쉽게 돈을 빌려 더 쉽게 쓴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하지만 거품자산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거품은 꺼지고 일시에 재앙이 닥친다.”


이런 수순은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로부터 1710년의 미시시피 회사 사건, 1929년의 대공황 등을 거쳐 2008년 금융위기까지 모든 경제위기에 공통된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말합니다. 이처럼 거대한 재난인 경제위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내다봅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위기는 다시 오지만 살 길은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덧붙입니다. 그리고 위기대처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아주 기초적이며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금융기관 종사자의 보수 시스템 개혁을 꼽습니다.“월스트리트의 보너스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는 보너스시스템을 단기이익이 아닌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좀 더 냉혹한 해결책으로는 트레이더와 은행가에게 돈이나 주식이 아닌 바로 그들이 만들어낸 기묘한 파생증권을 아주 특별한 형태의 보너스로 주는 것이다. 이 경우 파생상품을 만들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미래에 금융시스템이 최소한의 안정이라도 이루고자 한다면, 거대 금융기업을 쪼개고 분해하는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고 루비니 교수는 말합니다. “그 어떤 CEO라도 수천 종에 달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업을 혼자 이끌 수 없다. 감독관에게 금융기업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해 거대은행을 분할시켜야 한다.” 그리고 은행을 예금을 받아 단기대부하는 단순한 은행으로 되돌릴 것을 제시하며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합니다.


얼마 전 통화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중소기업 대표들이 금융감독원에서 금융당국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키코를 판매한 은행을 솜방망이 처벌한 것에 항의하며, 자신들이 상으로 받은 ‘수출의 탑’을 정부에 반납하겠다며 놓아둔 채 돌아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이 루비니 교수가 우려한 금융시스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불운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보입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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