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9.10 수정: 2014.11.11
이 글은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 연구자인 스즈키 다카히로(죠사이 국제대학대학원 객원교수)의 책 <일본에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다(日本に「民主主義」を起業する : 自伝的シンクタンク論、第一書林、2007)내용 중 일부(pp.235-238)를 번역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다양한 일본 싱크탱크들에 직접 참여하고, 운영해 오면서 스즈키 다카히로는 "일본 싱크탱크의 특징과 전망"에 대한 실천적, 이론적 글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미 2006년 희망제작소 창립 기념 국제심포지움에서 '일본 싱크탱크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던 그는, 올 12월로 예정되어 있는 한겨레신문 주최의 <아시아미래포럼>의 '아시아 싱크탱크' 세션에도 참가하여 발표할 예정이다(중국 싱크탱크에 관해서 <착한경제>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던 난카이대학 쭈쉬펑 교수가, 한국 싱크탱크에 대해선 내가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싱크탱크의 특징에 대해선 <헤리 리뷰> 14호 '세계 싱크탱크 톺아보기' 기사를 참조하길 바란다.
스즈키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 싱크탱크의 역사와 개인의 '싱크탱크 경험'을 정리하고,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싱크탱크 2005, 일본'을 중심으로 한 '정당계 싱크탱크'의 가능성을 살핀다. 여기서 번역/소개하는 부분은 일본의 싱크탱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별히 약한 구조적 요인, 특히 '지적 인프라의 결여'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일본의 '정책지식 생태계' 특징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 상황과도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번역은 홍일표가 하였다. 번역게재를 허락해 준 스즈키 교수와 제일서림 측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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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에는 싱크탱크가 불가능한가?
일본에 본격적인 싱크탱크가 불가능한 것은 다양한 분양의 지적 인프라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우선 그 몇가지 내용들을 살펴보려 한다.
지적 인프라의 결여
(1)官(행정조직)에 있어서의 결여
일본의 관(행정조직)은, 일상적 업무가 바쁘고, 정책활동보다는 교섭을 위한 사전조작 등의 조정업무가 중심이다. 그로 인해 정책대안을 만들기 위한 연구 및 조사활동은 그다지 중점을 두지 않는 상황이다. 또 정책연구를 활용하여 정책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체제 역시 그다지 충분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은 많이 설립되어 있으나, 출장소 직원들에 의존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 이들 역시 충분히 제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후 지방분권화가 진전된다면, 정책연구조직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2)政(입법)에 있어서의 결여
중의원과 참의원에는 국회 스탭들이 있다. 또 국회도서관에도 조사 스탭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에게는, 정책담당비서를 포함하여 공식비서가 3명씩 허용되고 있지만, 정책활동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정당에도 전속 스탭이 있고, 자민당이나 민주당은 각 정당계 싱크탱크를 창설하였다. 더욱이 의원내각제에서는 정치가 행정을 콘트롤 할 수 있기 위한 정치주도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전체로서는 정치주도의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행정과 입법에서 정책활동에 관한 지원스탭의 숫자는, 220 대 6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 행정도 정책의 지적 인프라가 충분치는 않지만, 정(입법)은 더욱 불충분하다는 것이 명확해 진다.
(3)司法에 있어서의 결여
삼권분립에서는 사법에 의한 입법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에서 사법은 정치판단이나 적극적 입법기능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결과적으로는 정책의 지적 인프라로써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4)民에 있어서의 결여
민간에서는 정책을 체크하기 위한 역할이나,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지적 인프라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상징이 바로 민간비영리독립 싱크탱크의 부재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요체는, 정책의 입법자나 집행자가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그 이외의, 특히 시민적 감시가 이루어지고, 민간으로부터의 정책대안을 만들어 제출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싱크탱크의 개척자적 존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설립취지, 목적에도 그러한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5)대학의 정책적 '지적 인프라 결여'
일본 대학에서는 기초연구가 주류이고, 응용학문 인 정책지향적 연구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많은 정책관계학부나 대학원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정책형성에 도움이 되는 연구나 정책인재 육성에 필요한 체제가 되지 못하고 있고, 그 인프라도 불충분하다.
(6)저널리즘, 미디어에 있어서의 결여
일본의 저널리즘, 미디어에서는, 정치를 생각함에 있어 정책은 중시되지 않고, 정국이 중심이 된다. 그로 인해 미디어가 정책의 지적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는 면에서는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7)네트워크의 부재
관(행정), 정(입법), 사법, 민, 학, 미디어 사이의 네트워크가 효과적으로 기능한다면, 각 분야의 기능에서 불충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라 하는 것은 정보의 흐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의 장, 인적 교류 등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의 부재 문제는 앞서 말한 여섯가지 결여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 [일본에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다]는 2007년 출판이 맞습니다. 위의 표 출처인용이 잘못되었습니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