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돈,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HERI 2014. 11. 11
조회수 4699

등록: 2010.09.07 수정: 2014.11.11


“부자들의 배를 불려주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언젠가는 돈이 똑똑똑 한 방울씩 지옥까지 떨어져서 가난한 사람들의 바짝 마른 입술을 적셔줄 것이다. 그러니 부자들이 더 많이 돈을 쓸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줄 일이요, 부자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화려한 사치 위주의 서비스 상품이자 상품시장을 확대할 일이요...”


<한겨레21> 인터넷특강을 책으로 엮은 <화>의 ‘울화와 돈’에서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런 낙수효과(트리클다운 이펙트, Trickle Down Effect)를 거론하는 미국의 경제학자에게 의문을 던집니다. “만약 돈이 물이 아니라 불에 비유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홍 연구위원은 동양철학의 ‘상징’을 이용한 방식을 빌려와 ‘돈’을 설명합니다. “동양철학의 ‘오행’(五行)은 우주나 사람의 몸이 전체를 순환할 때 반드시 밟아나가야 할 ‘국면’이다. 전국시대 동양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에는 ‘화’(火)의 속성으로 ‘흩어질 산(散)’자를 써 놨다. 심장에서 피가 뻗어나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돈’ 역시 ‘돌고 돈다’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있다. 사회 전체를 돌아서 ‘돈’이라는 것이다. ‘화’와 ‘돈’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돈’을 ‘화’에 비유한다면, 돈은 어떻게 굴러가야 할까요? 눈에 보이는 곳에서 물은 아래를, 불은 위를 향하지만 그렇게만 되면 지구가 유지될 수 없다고 홍 연구위원은 말하며 ‘수승화강’의 원리를 내세웁니다. “물은 수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고, 태양에너지는 아래로 내려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에너지가 된다. 이것이 수승화강(水乘火降)이다. 이는 우주의 원리로서 끊임없이 나타난다. ”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수승화강’의 원리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가장 위에만 꽁꽁 묶여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홍 연구위원은 도교경전에 나오는 ‘주화입마’의 상황을 떠올립니다. “주화입마(走火入魔)는 도를 닦다가 기가 잘못 흘러 역상하는 것을 가리킨다. 소통이 막힌 사회에서 살다 보면 순환이 안 돼서 ‘울화증’이 난다. 이유 없이 화가 뻗쳐 우발적인 살인을 한다. ‘입마’(入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보험금 때문에 가족의 생명을 뺏는 등의 패륜적 범죄가 일어나는 것도 사회 전체적으로 돈이 한 군데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홍 연구위원은 돈이 원래 가야 할 곳으로 돌게 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의 기운을 가진 ‘돈’은 아래에 풀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어째서 온돌을 애용했는지 생각해보자. ‘돈’은 ‘화’이기 때문에 아래에 갖다놔야 올라간다. 금융시장 등의 매개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빈곤층에게 돈을 풀어야 한다.” 아울러  "돈을 쟁여 놓으면 사람도 돈도 망가지게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덧붙입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 중국 기업가에게는 ‘원죄의식’이 있다

등록: 2010.11.26 수정: 2014.11.12 “중국 민간기업 경영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일종의 ‘원죄의식’ 같은 게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발판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법을 어겨가면서 돈을 번 어두운 기억 때문이죠...

  • HERI
  • 2014.11.12
  • 조회수 4685

[착한경제] 그 분이 오신다고요?!

등록: 2010.11.25 수정: 2014.11.12 대학시절, 함께 스터디를 하던 멤버 중에 똑똑하고 모범적인 선배가 있었습니다. 인자하고 현명해서 상담 신청을 하면 마치 자신의 일인냥 정성껏 조언해주곤 했습니다. 머리도 좋아서 공부를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500

[착한경제] 한∙중∙일 기업은 서구보다 사회책임경영이 뒤떨어졌을까?

등록: 2010.11.23 수정: 2014.11.12 한겨레경제연구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연구를 벌써 3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말끔히 풀지 못한 의문이 있다. 늘 한국 언론과 기업들은 '서구에서...

  • HERI
  • 2014.11.12
  • 조회수 4639

[착한경제] 스트레스, 내 안을 보라

등록: 2010.11.22 수정: 2014.11.12 '아! 스트레스 받아' 직장인이면 일주일에 몇 번 쯤은 내뱉는 말이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 살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필립스 헬스 앤 웰빙 지수’에 따르면 G20...

  • HERI
  • 2014.11.12
  • 조회수 4831

[착한경제] '벤처 박사' 안철수의 성공론

등록: 2010.11.18 수정: 2014.11.12 안철수(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올바른 사람이다. 그는 원래 올바른 창업가였다. 컴퓨터 바이러스백신이라는, 세상이 없던 제품을 만드는 '안철수연구소'라는 벤처기업을 세웠고, 성공시켰다. 편법 없...

  • HERI
  • 2014.11.12
  • 조회수 4647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사회적기업, 국제협력에 나서야 하는 이유

등록: 2010.11.18 수정: 2014.11.12 동아시아 3국(이하 한중일)은 상당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다. 20세기 중반 패전국으로 대부분의 산업기반을 상실했던 일본은 높은 수준의 기술과 생산성에 기반한 성장을 거듭해 아시아의 거의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256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 사회적기업, 해외원조의 새로운 길

등록: 2010.11.18 수정: 2014.11.12 동아시아 3국(이하 한중일)은 상당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다. 20세기 중반 패전국으로 대부분의 산업기반을 상실했던 일본은 높은 수준의 기술과 생산성에 기반한 성장을 거듭해 아시아의 거의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730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 더 나은 기업이 가능하려면

등록: 2010.11.17 수정: 2014.11.11 지난 주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 대해 논란도 많았지만, 나는 내심 기대를 갖고 있었다. 주요국 경영자들이 금융위기 이전의 과거 경영 관행에서 탈피하겠다는 반성이라도 하지 않을...

  • HERI
  • 2014.11.11
  • 조회수 4906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 장하준이 삼류 경제학자?

등록: 2010.11.16 수정: 2014.11.11 “삼류 잡지 에디터가 무슨 …”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에 대해 서울대의 한 교수가 던진 말이라 한다. ‘삼류잡지’란 장 교수가 한 때 편집자(editor)로 활동했던 ‘케임브리지 ...

  • HERI
  • 2014.11.11
  • 조회수 6195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한중일 미래 정책, 누가 이끌까?

등록: 2010.11.15 수정: 2014.11.11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적 가치와 질서, 비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중·일 싱크탱크의 역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정책이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

  • HERI
  • 2014.11.11
  • 조회수 5304

[착한경제-아시아미래포럼] G20를 넘어서려면

등록: 2010.11.12 수정: 2014.11.11 10월 초, <조선일보> 1면을 보고는 큰 한숨을 쉰 일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0월 '한중일 경제대전'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진행했습니다. 첫 회 제목은 이렇습니다. "1등 하던 造船業, 中에...

  • HERI
  • 2014.11.11
  • 조회수 5035

[착한경제] 독립성은 싱크탱크의 근본

등록: 2010.11.04 수정: 2014.11.11 이 글은 왕후이야오(王辉耀)가 상해금융법률연구원(上海金融与法律研究院)이 운영하는 <思想库>에 2010년 9월 7일자로 게재한 것이다(그러나 글이 쓰여진 시점은 2009년으로 보인다). <사상고>는 중국 ...

  • HERI
  • 2014.11.11
  • 조회수 5821

[착한경제] 김성근 리더십

등록: 2010.11.03 수정: 2014.11.11 경영학 책에서는 유능한 리더를 설명할 때,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설명하곤 한다. 이를 테면, 위기관리에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는 위기관리형 리더, 조직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

  • HERI
  • 2014.11.11
  • 조회수 5899

[착한경제] 중국 싱크탱크의 국제적 영향력(1)

등록: 2010.11.01 수정: 2014.11.11 이 글은 왕후이야오(王辉耀)가 상해금융법률연구원(上海金融与法律研究院)이 운영하는 <思想库>에 2010년 9월 7일자로 게재한 것이다(그러나 글이 쓰여진 시점은 2009년으로 보인다). <사상고>는 중국 ...

  • HERI
  • 2014.11.11
  • 조회수 6514

[착한경제] 무상급식과 엄마의 도시락

등록: 2010.10.29 수정: 2014.11.11 지난 6월 지방 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에 대한 로드맵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속속 발표되고 있다. 사회복지선진국이라 일컫는 스웨덴과 핀란드, 그리고 영국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

  • HERI
  • 2014.11.11
  • 조회수 5654

[착한경제] 사랑한다면 프랑스처럼

등록: 2010.10.21 수정: 2014.11.11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위대에 고등학생들도 가세했다고 한다. 연금 받을 만큼 늙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안 들 나이에 그런 정치의식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래도 프...

  • HERI
  • 2014.11.11
  • 조회수 4687

[착한경제] ‘값싼 제품’의 위험한 진실

등록: 2010.10.15 수정: 2014.11.11 ‘값 싸고 질 좋은 상품’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결정적인 기준입니다. 얼마 전 이마트의 ‘싸고 큰 피자’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지난 8월 한 달 성수점에서만 6천개...

  • HERI
  • 2014.11.11
  • 조회수 4749

[착한경제] 대형마트 김치값이 오른 진짜 이유는?

등록: 2010.10.14 수정: 2014.11.11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서 파는 이른바 상품김치 가격이 올랐다. 회사별로 크게는 20%, 평균 10% 가량이 올랐다. 배추, 무, 고추 등 김치에 들어가는 식재료 가격이 적게는 두 배, 많게...

  • HERI
  • 2014.11.11
  • 조회수 5515

[착한경제] 노동연구원을 양대노총의 통합연구소로?

등록: 2010.10.14 수정: 2014.11.11 현 정부 들어 국책연구소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 정점에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파행이 있을 것이다. 노동연구원장의 '반노동자적' 발언과 행동들이 계속되었고, 연구원 노조와의 ...

  • HERI
  • 2014.11.11
  • 조회수 6911

[착한경제] 디지털 미디어와 화목하게 살려면

등록: 2010.10.12 수정: 2014.11.11 주말을 덕유산 자연휴양림에서 보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기 힘든 오지의 대명사였던 무주구천동 부근의 숲 속에서 울창한 나무가 내뿜는 상쾌한 기운을 받으며 청명한 가을을 만끽했다. ...

  • HERI
  • 2014.11.11
  • 조회수 5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