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8.03 수정: 2014.11.11


“나치의 인종대학살이나 남아공·미국 등의 인종차별 정책이 버젓이 행해진 데는 이 끔찍한 범죄에 가담하거나 뒷짐 지고 방관한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그 범죄행위에 맞서 싸우고 희생자를 도운 용기 있는 이들도 있었다. 방관자와 맞서 싸운 이들. 이 상반된 반응에는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까?”


캐나다의 교육운동가 메리 고든은 <공감의 뿌리>에서 이 차이가 바로 ‘공감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공감은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일시하여 적절하게 반응하는 감성능력이다. 다른 사람을 자기와 똑같은 인간으로 볼 줄 모르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설 줄 모르면,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기분일지 이해할 수 없다.”


비영리단체 ‘공감의 뿌리’를 이끌고 있는 교육혁신가인 저자는 공교육 체계 아래서 ‘공감교육’을 실시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초중등학생들이 갓난아기와 소통하면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교육프로그램은 좁게는 교실의 ‘왕따’ 현상에서 넓게는 흉악범죄와 인종 및 민족분쟁까지, 이 시대에 만연한 사회적 병폐는 대개 공감능력 부족에서 생긴다는 진단에서 출발했습니다.


실제 ‘공감교육’ 실시 후 교실에서 또래 괴롭힘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이 교육을 시행한 학교 교실에서 10년 만에 집단 괴롭힘 현상이 90%가 줄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2002~2003년 밴쿠버·토론토 지역 4~7학년 조사 결과도 이를 확인해 줍니다. 공감 교육을 받은 교실에선 또래 괴롭힘이 크게 준 반면, 비교집단 교실에선 증가했습니다. 사전 검사에서 공격성을 보인 아동만 따로 평가했더니, 공감 교육을 받은 아이는 1년 뒤 또래 괴롭힘(적극 공격) 행위가 67% 준 반면, 비교집단 아이들은 되레 64%가 늘었습니다.


“공감 능력을 가르쳐주고 남의 입장에 서보는 능력을 길러주면 아이는 공격적이고 남을 괴롭히는 대신 협력할 줄 아는 문화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저자가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한 사실입니다. 약자를 따돌리는 건 인간 본성이라 말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합니다. “아이가 잔인한 행동을 멈추는 법을 배우면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공감의 뿌리 교실에는 구경꾼이나 방관자가 없다. 약자를 괴롭히는 친구에게 용감히 맞서는 광경은 놀랍다.”


저자가 교실 안에 시민 의식의 씨앗을 심으려는 이유는 지역 사회 전체의 시민 의식을 높여서 무관심과 냉담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지금은 비록 학생이지만 나중에는 부모가 되고 정책입안자가 되고 유권자가 됩니다. “아동학대와 방치는 자식 세대로 대물림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공감교육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음으로써 한 가정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를 화합으로 이끌 수 있다. 더불어 세계 시민이라는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최저생계비로 하루나기 체험에 나선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체험수기가 네티즌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그는 식비 6300원으로 쪽방에서 한 세끼의 식사를 황제의 식사처럼 맛있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알뜰하게 살면 최저생계비로 문화비도 쓰고 기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그가 하루가 아닌 1주일, 1년, 아니 어쩌면 평생을 이렇게 산다고 한 번이라도 입장을 바꿔 생각했다면 이런 말을 했을까요? 아이들만큼이나 그에게도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설 줄 아는 ‘공감교육’이 절실해 보입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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