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7.21 수정: 2014.11.10


한국 사람들이 유독 많이 쓰는 단어 가운데, ‘우리’라는 말이 있다. 그 의미는 ‘나’라는 말과 유사하지만, ‘나’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한국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에둘러 우리라는 표현을 쓴다. 특히, 한국에서는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의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나’보다는 ‘우리’를 선호하고, 장려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의식과 실제 행동은 좀 다른 것 같다. 공동체와 통합을 중요시하는 의식은 있을지언정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행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올해 우리나라 장애인 관련 예산(1조1526억원)은 추정 국내총생산(GDP·1100조원) 대비 0.1% 수준이다. 이는 23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장애연금 수급비율 역시 1.5%로 OECD 평균 5.8%에 크게 못 미친다.


연장선상에서 장애인 취업률은 보다 심각하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근로자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킨 사업장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라는 인식은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라는 사회 전반의 통합 인식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좋은 대안이나 모델은 없을까?


경기도 강화군에 위치한 ‘우리마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마을은 2000년 3월 성공회 김성수 주교가 기증한 2,000여 평 시설에 세워졌다. 장애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증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 장애인 50명이 생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활시설에서 밖으로 내 몰리는 일반적인 장애인 생활시설과는 달리 삶 전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를테면, 실질적인 장애인 복지를 추구하는 시설이다.


이 때문에 우리마을에서는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부와 기업의 그리고 비장애인, 개인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생협 등에 납품하고 있는 콩나물이 대표적이다. 지적 장애인 10여명이 비장애인 2명과 함께 한 달 4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마을의 자립과 자활 소식을 듣고, 이에 동의하고, 지원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매주 하루 콩나물 데이를 선정했다. 하루 동안 우리마을에서 생산되는 콩나물을 사용해 식단을 짠단다.


하지만, 우리마을의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유찬호 신부는 경계해야 될 부분도 적지 않다고 얘기한다. 장애인 시설의 자립과 자활을 핑계로 매출 및 수익확대를 시설의 미션 위에 세우게 될 경우 의도와는 달리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장애인 시설의 자립과 자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인에게 심적․물적으로 가장 좋은 업종을 고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매출뿐만 아니라, 시설의 미션 즉,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추구에 사업 추진 방향과 업종의 특성이 충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마을이 추진하고 있는 화훼사업은 이러한 점을 백분 고려해 진행 중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일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아 장애인들의 일자리 잠재력이 크고, 무엇보다 장애인의 정서함양에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우리마을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지원의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와 같이 중증 장애인들도 충분히 생산 활동을 통해 평생 동안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돌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작은 우리마을이 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이들이 나설 차례다. 지금 당장이라도 허울만 좋은 ‘우리’가 아닌 내 마음 깊은 곳의 ‘우리’를 구체화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마을 내에 위치하고 있는 기숙사시설이다. 여기에는 지적장애인 32명이 2인 1실에 생활하고 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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