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개천에서 용나려면…

HERI 2014. 11. 10
조회수 4395

등록: 2010.07.20 수정: 2014.11.10

 

‘개천에서 용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용 없는 성장과 사교육 확산으로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이전되는 '부(富)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분석을 내 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공적 장학금을 확충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늘리고 유아교육 단계에서부터 경제력에 따른 교육의 질적 차이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국제중학교가 ‘사회적 배려 장학금’을 중단해 그간 혜택을 받았던 학생이 결국 학교를 옮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빈곤을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적지 않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는 <깨어있는 자본주의>의 ‘빈곤과 싸우는 민주주의’에서 빈곤층이 가난을 낳은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가난은 사회가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해 생긴 결과라는 것입니다.

“빈곤층은 분재와 같다. 가장 키 큰 나무의 가장 좋은 씨앗을 화분에 심으면 키 큰 나무를 복제할 수 있지만 겨우 몇 십 센티미터밖에 자라지 못한다. 심은 씨앗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화분의 흙이 너무 적을 뿐이다. 빈곤층은 인간판 분재여서 인종에는 문제가 없다. 사회가 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만들어주지 못할 뿐이다.”


유누스 총재는 빈곤층이 가난을 극복할 수 있게 하려면 그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만 정비해주면 된다고 봅니다. 빈곤층이 행동력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가난은 당장 해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라민 은행 활동을 하면서 인간의 창조력을 굳게 믿고 있고 인간은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인간이 행동성과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공평하게 얻을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써보자”고 제안합니다.


구체적인 빈곤 해소에 대해 유누스 총재는 현재 자본주의 관례의 범위 내에서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각국 정부가 사업운영, 의료, 교육, 복지의 여러 대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없어 ‘민간분야’를 대안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섹터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입각한 사회의식이 높은 민간 섹터의 창설을 호소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빈곤층이 주주가 되는 사회적기업을 제안합니다. 이윤추구 사업이라 해도 주식의 전부, 아니면 대부분을 빈곤층에게 양도함으로서 사회적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그라민 은행도 이런 형태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이 활동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출 이용자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활동이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우수한 세대를 키워 그 가족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이어진 빈곤의 사슬을 끊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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