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경제와 행복, 어떤 관계일까

HERI 2014. 11. 10
조회수 4664

등록: 2010.07.13 수정: 2014.11.10


“부산의 한 복합쇼핑몰이 개장하는 날, 붉은색 속옷을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속옷 매장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는 기사를 읽는다. 붉은색 속옷만 해도 5천여만 원어치가 삽시간에 팔려 나갔고 그 외의 여성 속옷도 브랜드별로 1억 원씩 매출을 올렸다니, 놀랍다. 속옷을 사러 몰려든 사람들의 사진 속엔 남자들, 젊은이들도 많다. 이유는 ‘개업 점포에서 속옷을 사 옷장에 걸어두기만 해도 온 가족에게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에서 작가 박범신은 요행수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는 우리네 모습을 이 사례를 통해 반추합니다. ‘사서 걸어놓기만 해도 가족들이 다 행복해진다는 데 누군들 그 ‘속옷’을 사고 싶지 않겠는가’라며 작가는 사는 일이 팍팍할수록 이런 요행 기대심리가 늘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현상들 배후에 오로지 경제 불황만이 있다고 맹신하는 데 있습니다.  작가는 특히 정치 지도층이나 지식인, 나아가 성직자들조차 경제만 좋아지면 삶이 충만해지고 사회 갈등과 분열까지 다 봉합될 거라고 믿는다는 점이 정말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과연  경제만 좋아지면 모든 비정상적 사회현상들이 극복될 수 있을까요.  작가는 경제만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고 오로지 그것만을 우러러보라고 부추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는 행복의 절대적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 상대적 필요조건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것은 최종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지, 자본의 신을 제단 위에 모셔놓고 그 밑에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합니다. 경제는 그 길로 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라고 작가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런데도 경제가 아니면 행복해지는 길이 없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최종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데 자본을 통하는 것이 편리하고 또 저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지금의 위기는 경제만의 위기가 아니다. 이미 경제위기가  곧 삶의 총체적 위기라고 생각하도록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우리는, 이 경제 불황을 일시적으로 극복한다 해도 확대재생산되는 욕망을 계속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위기라고 느낄 것이다."


작가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옛 성현의 지혜로운 말씀에서 찾습니다.   " '행복은 자족 속에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행복이 자기정체성을 찾는 데서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리고 있고 '남을 행복하게 하는 자만이 행복을 얻는다'는 플라톤의 말은 행복이 나눔과 헌신과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걸 암시하고 있으며 '행복은 번뇌의 소명에 있다'는 <법구경>의 한마디는 행복이 정신적인 안락에서 온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올 들어 각종 경제지표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하지만 물가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져 '두 얼굴의 한국경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딴 나라 소식처럼 들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제만 나아지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는 '경제가 만사'라는 생각의 틀을 바꿔야 우리는 행복한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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