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7.09 수정: 2014.11.10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잭 웰치의 길은 한 때 '주식회사 미국'이 동의한 '성공으로 가는 길'이었다. 잭 웰치는 지난 25년간 세계 경영계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그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영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경영자들에게 '잭 월치의 원칙'으로 알려진 경영지침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석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논쟁의 대상은 되지 않은 '신성한 지혜'로 통했다.


실제로 직접 본 잭 웰치는 그런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힘에 넘쳤다.


그러나 이제 잭 웰치의 방식이 흘러한 옛노래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힘과 확장과 실행을 강조하는 그의 스타일이, 다양성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존중해야 성공할 수 있는 요즘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MBA 수업에 찾온 잭 웰치의 특강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주장과 반대 논리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설적 경영자의 강연


잭 웰치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Take swing! Have fun!”(위험한 일에 올라타세요. 그리고 즐기세요!) 손을 번쩍 들고 ‘졸업 뒤 무슨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물은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신간 <Winning>의 홍보 차 MIT슬론스쿨을 방문한 전설적인 CEO 잭 웰치의 육성은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힘에 넘쳤다.


잭 웰치는 미국의 GE, 과거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 회장이다. 현재 제프리 이멜트가 회장인데, 2001년까지 근무한 바로 전 대 회장이다. 일리노이대 화공학 박사 취득 후 1960년 GE에 입사, 81년에 최고경영자가 됐다.


경영난을 겪던 GE를 맡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살려냈으며, NBC 방송국 등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업확장을 거듭해, GE는이제 전기회사가 아니고 금융회사는 이야기도 나온다.


웰치의 취임 당시 시가총액 120억 달러(12조원)이던 회사는 그가 제프리 이멜트에게 회장 자리를 넘긴 2001년에는 시가총액 4500억 달러(450조원)로 덩치를 키웠다.


그 육성을 들으려고 MIT MBA과정의 경영학도들은 대강당에 빼곡이 들어찼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어떤 식으로든 그가 성공에 이른 ‘전략’을 듣고 싶어했다. 대성공을 거둔 경영자는 커리어를 시작할 때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떤 전략으로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잭 웰치는 1시간 반 남짓한 강연 시간을, 경영은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실행을 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모두 보냈다. 자신의 머릿속에 “전략”이란 없다는 이야기다. 최고경영자는 최고 컨설턴트나 전략기획 전문가들과 함께 멋진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은 밑에서 저절로 실행되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똑똑한 학생들의 오래된 가정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최고경영자의 임무는 전략 구상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경영자가 하는 일은 사람 다루는 일입니다. MIT에서는 비즈니스가 숫자라고 가르치나요? 사업의 가치평가니 과학적 비즈니스 전략이니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모두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기획은 실행의 도구입니다. 실행만이 경영자의 과업입니다. 그렇다면 실행은 무엇이냐.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바로 실행 기술입니다.”


그는 미래를 계산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을 그럴듯한 모형으로 만들어 제시하지 않았다. 인생은 계산되지 않으며 자신의 결정은 많은 경우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대신, 그가 항상 갖고 있던 고민거리가 무엇이었는지 귀띔했다. 그건 모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 움직여야 하는지에 관련된 것이었다. 잭 웰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해서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일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최고경영자가 된 뒤로는, 중간관리자들을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가장 큰 이슈였다.


실행중시 경영이 불러온 피바람


잭 웰치의 육성을 가장 잘 전하는 하나의 단어를 고르라면 ‘실행’(Execute)이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기획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이다.


그런 데 때때로 그 ‘실행’이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다.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한 난폭한 경영”이라는 인상 때문에 그렇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과정에서, 잭 웰치는 ‘매출’이라는 단순한 목표를 세워 놓고 과단성 있게 밀어부친다. 매출 성장 이외 다른 이슈들은 잔 가지라 여겼다. 문제는 그 잔 가지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터를 잃어버리는 대량해고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직원의 생계도 잔 가지로 여기는 냉혹한 경영자라는 비판이 일어난 것은 물론이었다.


이런 가혹한 구조조정 때문에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인수합병이라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건물은 그대로 놓아두고 사람만 모두 살상하는 ‘중성자탄’처럼 인력 구조조정을 밥먹듯이 행한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잭 웰치 식의 독특한 인사 평가 방식도 나왔다. 잭 웰치 재임 당시 GE는 전 직원을 매년 A, B, C의 세 등급으로 나눴다. 그리고 하위 10%인 C는 1년의 준비 기간을 주고 회사를 나가게 한다. 매년 10%씩은 잘라내는 인사 평가 방식이다. 역시 가혹한 방식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그러나 실적이 워낙 좋았고, 미국 제조업 위기와 함께 성장 한계에 부닥친 제너럴 일렉트릭을 살려내 미국 대표 기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비난이 찬사 속에 묻힌 채 ‘경영의 달인’으로 칭송받았다.
그 칭송을 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뒤덮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경영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품질의 시대, 효율성의 시대, 지속가능성의 시대


세 계 기업계는 1970년대 일본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나온 품질의 시대, 1990년대 자본시장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나온 구조조정 및 효율성 지상주의 시대를 거쳤다. 잭 웰치식 경영은 구조조정과 효율성 지상주의 시대의 미덕이었다.


그런데 세계는 이제 두 시대를 거쳐, 지속가능경영의 시대로 간다. 그러면서 과거의 성공공식은 유통기한이 끝나가고 있다. '주식회사 미국'이 새로운 경영지침서를 필요로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잭 웰치의 경영지침서를 찢어버려라”라는 공격적 제목의 기사로 잭 웰치 시대의 종언을 알리기도 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2001년 잭 웰치가 GE에서 은퇴할 때부터 예감된 것이다. 잭 웰치가 은퇴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점도 있지만 실은 경영 패러다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는 취임하자마자 지속가능경영, 사회 책임 경영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에코메지네이션’, 환경과 상상력을 합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 에코메지네이션이 지금 GE의 경영 이념이다. 잭 웰치의 경영 철학과는 사뭇 다르다.


잭 웰치는 중성자탄 이미지답게 환경경영이니 사회책임경영을 매우 싫어했다. 잭 웰치는 기업은 명백하게 주주의 것이고,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해 경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규모를 키우고 이익을 늘리는 것이 지상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경영환경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법적 주인인 주주의 장기적 이해관계를 채워주려면, 다른 이해관계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주주자본주의’의 순혈주의를 잠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왕이라는 이야기나, 직원이 중요해진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 공헌해서 기업과 사회가 함께 발전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된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이야기가 모두 우리 시대 경영의 거대한 흐름이지만, 잭 웰치의 경영신조와는 맞지 않는다.


다른 경영 철학은 전략 양식도 낳는다. 잭 웰치는 규모를 키워야 시장을 장악한다고 했다. 시장에 진입하면 무조건 규모를 키워 1등이 돼야 한다고 했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요즘 성공한 경영자들은 규모가 비대한 것보다는 민첩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전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경영계의 영웅은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다. 그런데 애플컴퓨터가 컴퓨터업계 1등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팟이라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신제품으로 소비자들과 콘텐츠업계에 문화 혁명을 이끌고 있다. 소비자 음악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의 개척, 이게 민첩함이다.


또 인사 원칙이나 CEO상도 바뀌고 있다. 잭 웰치는 능력을 절대시했다. 근무 평점을 매겨 거기에 따라 경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가치관이나 ‘영혼’을 중시하는 흐름이다. 일반 직원들이나 경영자나 모두 그 가치관이나 도덕성을 점점 더 크게 평가한다.


리더십 요소에서도 변화가 크다. 잭 웰치는 사람을 다스리는 카리스마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긴 반면, 요즘 CEO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용기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 스타 경영자로 떠오르는 게 흐름이다.


컨설팅 절대 하지 말라는 이유


이런 모든 비판에도, 여전히 잭 웰치의 미덕은 남아 있다. 바로 모험을 즐기는 도전 정신, 탁상 공론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실행 정신이다. 강연이 끝날 무렵, 그가 남긴 멋진 말 속에서 그 정신이 드러났다.


한 학생이 용감하게 일어나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비즈니스스쿨 졸업 뒤에 할 만한 가장 유망한 일이 무엇입니까?”


잭 웰치는 서슴없이 컨설턴트와 투자은행가를 좋은 직업으로 여기는 세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컨설팅과 투자은행은 써버린 학비를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깐 일하려는 게 아니라면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라는 충고를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컨설팅과 투자은행은 MBA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이고, 몇 년 안에 1백만 달러(10억여원) 연봉을 받는 초호화 샐러리맨으로 갈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잭 웰치가 두 직업을 난도질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그들은 계획만 세우는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어디든 위험한 곳에 가서, 배운 걸 마음껏 써먹고 실행하기 시작해라. 절대로 안주하지 말라. 그게 MIT MBA졸업예정자들을 향한 그의 충고였다. 도전하는 경영자, 실행하는 경영자다운 육성이었다.


잭 웰치의 4E 경영


잭 웰치의 리더십 스타일을 잠깐 엿보자. 잭 웰치의 스타일은 ‘E’로 시작되는 네 개의 단어로 정리된다고 해서 4E리더십이라 불리기도 한다.


잭 웰치가 강조하는 성공하는 리더의 첫번째 덕목은 E는 에너지(Energy)이다.


에너지는 열정이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열정은 시끄럽거나 현란한 것은 아니어도 된다. 열정은 경영자의 내면 깊숙이에 있는 연료다. 죽은 고등어처럼 조용하고 밋밋한 사람이라도 내면에 열정이 있다면 조직은 활기를 띠게 된다. 성공하는 조직은 경영자가 열정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간관리자들의 열정을 점화하고 양성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한다.


두번째 E는 에너자이즈(Energize)이다. 경영자는 조직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사람들이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각하도록 해준다. 소수의 목표를 제시해 비전을 명료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명확한 기준을 가족 행동하게 만든다.


세번째 E는 에지(Edge)이다. 경영자는 항상 모호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결단을 강요받는다. 이 때 단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바로 에지다.


예를 들면 잭 웰치는 재임 기간 1200여건의 기업 인수를 단행했다. 기업 인수는 아무리 단순하고 작은 규모라도 법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1000건 이상의 인수가 믿을 수 없는 숫자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잭 웰치는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당시 GE의 입장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수를 통한 기업규모 확대였다. 결론이 내려지자 다른 문제들은 가차없이 쳐내고 돌파했다. 이게 바로 결단의 리더십이다.


네번째 E는 실행(Execute)이다. 앞의 세 가지 E를 충족시키더라도, 실제로 계획을 실행시켜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리더들은 열정을 갖고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결단을 내려야 하기도 하지만, 그 결단이 결과로 이어지도록 실행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졸저 ‘MIT MBA 강의노트’의 일부를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단행본 공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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