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7.08 수정: 2014.11.10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달,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거기간 동안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실천을 다짐하며 주민들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역대 지자체장들의 그 어떤 취임식보다 많은 기사가 신문지면을 가득 채웠다. '지역권력'의 교체가 갖는 오늘의 의미와 내일의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감들의 취임도 있었고, 이번주나 다음주면 대부분 지방의회의 개원이 된다. 대통령과 집권정당의 오만함과 독선, 역주행에 대한 시민들의 '무언의 항의'가 만들어낸 이번 선거 결과였지만, 새로 당선된 이들이 과연 어떤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기대만큼 우려와 걱정도 크다. 벌써부터 많은 지방의회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자리배분'을 두고 볼쌍 사나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지자체장으로 당선된 이들은, 과거와 달리 분주하게 '취임 이후'를 준비하였다. 대통령 선거 이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수위원회가'가 곳곳에서 만들어졌고, 공동정부, 연합정부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또한 진지하게 논의되었다. 특히 무소속 김두관 지사가 정무부시장으로 강병기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이 시민사회 출신 민주당 위워장 신동근씨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김종민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한 것과도 느낌과 의미가 다르다).


이와 더불어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 이은진 경남대 심리사회학부 교수를 임명하였고, 이교수는 7월 5일 원장으로 취임하였다.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사회학자인 이은진 교수의 경남발전연구원장 취임을 계기로, 경남발전연구원 또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참고로 경남발전연구원은 한해 예산이 134억 7천만원이나 된다.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이다. 지방연구원들의 현황과 특징, 신임 지자체장들에게 이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언을 담은 글들("자원 부족과 불균형---두뇌집단간 협력구조 만들어야", "'손발'보다 '머리'를 : 신임 지자체장들께 권함")을 참조).


그러나 이번 지자체 인수위 활동 과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적지 않은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점이다. '손발'보다 '머리'를 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필자의 제언처럼, 많은 지자체장들이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회디자인연구소가 인천과 경남 등에 관여하였고,  좋은예산센터가 수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노원구와 성북구, 생활정치연구소가 노원구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이보다 더 많은 싱크탱크들이, 더 많은 지자체들에, 더 다양한 형식으로 참여하였다). 비단 지자체장의 인수위만이 아니라, 개원을 앞둔 지방의회와의 협력 또한 발견된다(서울시 민주당 의원들과 몇몇 독립 민간싱크탱크들이 공동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좋은예산센터의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받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작지만, 매우 소중한 변화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입장에서 그러할 뿐만 아니라, 싱크탱크들 스스로에 있어 더욱 그러하다. 선거과정에서 '매니패스토'를 작성하고, '무상급식'과 같은 핵심정책을 '의제화'시키면서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은 서서히 정치과정(선거과정과 정책과정)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활동은 시민단체들의 선거개입과 양상을 달리하였고, 구체적인 정책을 매개로 정치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인수위 참여 또한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지자체장들에게 '민심을 담은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소연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인수위는 끝이 났고, 지자체장들은 취임선서를 마쳤다. 의회는 개원이 되고, 곧바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준비와 올해 사업에 대한 결산을 시작해야 한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정치일정이 시작되면, 선거과정에서는 물론, 선거 직후에 가졌던 커다란 포부는 어느새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크다. 싱크탱크들에 대해서도 '가치'와 '비전'을 담은 정책을 요청하기보다,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 주기만 바랄 위험성도 높다. 싱크탱크들 역시 자신들의 고민과 내공을 충분히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내기보다, 당장 급한 일처리에 허둥대고 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각 싱크탱크들(또는 소속 연구자들)이 이번 선거과정 전후를 거치며 획득한 소중한 경험과 정보, 자원들이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채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연구원들이 가진 자원을 제대로 나누기 위해선 보다 '제도화된 협력'이 필요한 것처럼,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 또한 자신들의 경험을 서로 충분히 공유하기 위한 '조직화된 협력'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이번 주 금요일 오전에 사회디자인연구소와 공공경영연구소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싱크탱크의 인수위 참여'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참으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도이다. 아마 조금만 지나면 "우리가 언젠 지방선거를 치뤘고, 인수위에 참여했었던가"할 정도로 정신없이 지낼 것이 분명하기에, "더 늦기 전에"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제도화된 협력'과 '조직화된 협력'의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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