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7.07 수정: 2014.11.10
예술은 고귀하다. 항상 저 높은 곳에서 난해하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에, 속세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 그래서일까? 존경하는 예술가는 많지만, 친근한 예술가는 드물다.
그런데,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안양시가 나섰다. 2010년 6월 28일 안양 국토연구원 지하 강당에는 좀처럼 함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였다. 안양시가 주관하는 ‘2010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An-Yang Public Art Project)’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안양시 관내 영세상인이 겪는 어려움을 공공예술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의도로 친근한 예술가, 동네주민,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엮어줄 지역 전문가가 모였다.
-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PAP 2010) 행사 모습 (출처 - APAP 홈페이지)
먼저, 친근한 예술가로는 안양에 위치한 계원대 이영준 교수 및 학생들이 맡았다. 평소, 지역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지역 예술가’들의 역할이 필요했다.
다음으로, 동네 주민은 안양의 영세상인 가운데, 예술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발로 뛰면서 모았다. 물론, 자리에 함께한 주민들은 각양각색이다. 편의점, 문구점, 통닭집, 화장품 가게, 미용실 등 업종뿐만 아니라, 욕구도 천차만별이다. 낡은 간판을 새 것으로 바꾸고 싶은 주민, 나무로 된 내부 진열장을 깔끔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꾸고 싶은 주민,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표와 로고를 만들고 싶은 주민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역 전문가는 한국도시연구소와 성공회대학교 유통정보학과 장승권 교수 및 학생들이 참여했다.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대상 주민을 선별하고, 지역 상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서종균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예술가들을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도록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우아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활동에서 벗어나, 영세상인들 틈에서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 주길 바랐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역시 예술적 작품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 지역 주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적극 유도해 이를 예술과 접목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컨설팅과 같이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처럼 한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에서 탈피해, 예술가와 지역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자발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12팀의 영세상인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8월말까지 지역 전문가 그룹과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왜 자신의 가게에 공공예술이 필요한지를 문서화 해 심사위원들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최종 선발된 한 분께는 본인이 계획한 구상대로 공공예술 작품을 접목시켜준다.
부디 이번 프로젝트가 낙후된 지역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영세상인들에게 공공예술이라는 새로운 도움 방정식이 됐으면 한다. 두 달 뒤 공공예술로 한껏 멋을 낸 동네 문방구, 음식점, 화장품 가게 등의 화려한 비상도 함께 꿈 꿔 본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