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6.28 수정: 2014.11.10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축구클럽을 찾으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성적이나 재무성과가 좋은 축구클럽을 따져 고르면 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클럽을 고르라고 하면 선택하기 쉽지 않을 꺼다. 왜일까? 아마도, 축구클럽에게 팬의 사랑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오늘날 시장에서 축구클럽을 판단하는 잣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0억 지구인의 축제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진행 중이다. 1800년대 중반 영국의 공장 노동자들이 친선도모를 위해 시작한 축구가 15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1871년 영국 FA컵을 시작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클럽축구는 오늘날 영국에만 24개 리그가 존재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규모와 가치도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포브스 인터넷 판은 세계 축구클럽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꼽았다. 약 8억 9천만 파운드(약 1조 6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발표했다. 클럽축구 초기, 관중들이 기부한 소액의 관람료로 집이 먼 동료의 교통비를 지급하면 그만이었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란 말이 절로 생각난다.


한편, 2009년 영국 사커지 여름 호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조사를 발표했다. 바로, 가장 빚이 많은 축구클럽 20곳을 발표한 것이다. 1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7억 파운드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었다. 'AS로마'와 '리버풀'은 아예 가치보다 빚이 더 많은 축구클럽으로 조사됐다. 기업 경영 관점에서 보면 내일 바로 문을 닫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클럽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팀이면서 변제해야 할 채무도 가장 많은 팀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할까?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새 경영진을 맞이했다. 클럽의 효율적 운영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스포츠 구단 운영 경험이 많은 글레이저(Glazer) 가문에 팀을 매각했다. 하지만, 현재 글레이저 가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재매각을 고려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있다. 스포츠클럽을 기업의 관점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먼저, 지역 언론은 스타디움 확장 공사로 늘어난 티켓판매 수입, 스폰서들의 각종 지원금, 스카이스포츠의 막대한 중계비 등에도 불구하고 7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난을 들어 경영의 투명성을 의심했다. 급기야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글레이저 가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리자금을 개인 부채를 변제하는데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팬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 그룹 'MUST(Manchester United Supporters Trust)'의 회장 던칸 드라스도는 최근 경영진이 발표한 ‘5억 파운드(약 1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대해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의혹을 언급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제품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스포츠클럽의 특성을 무시하고, 주주 즉, 소수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구조와 클럽의 정체성을 훼손하더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으로 어려움을 낳고 있다. 효율성과 가치 극대화를 위해 도입한 기업 경영 개념이 오히려 스포츠 정신을 시들게 하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5월,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트로피를 든 선수가 주장 카를레스 푸욜.(아래) 로마/AP 뉴시스


반대로 스페인의 명문 'FC 바르셀로나'는 경영진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이뤄지고 있다. 거의 100% 시민주주가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지역 기업들의 참여라고 해도 제한된 틀 안에서 움직인다. 심지어는 연고지역인 ‘카탈루냐의 대표팀’이라는 의미에서 유니폼 스폰서조차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가 호주의 스포츠 도박 베팅업체 Bwin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반면, 이들의 유니폼에는 기업 로고 대신 유니세프 로고가 새겨져 있다. 2006년부터 5년간 유니세프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후원금을 받는 대신 5년간 구단 수입의 0.7% 200만 유로를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이런 모범적인 행동에 감명 받아 10만 명 규모의 홈구장 ‘누캄프(카탈루냐어: Camp Nou, "새 구장"이라는 뜻)’는 경기가 있는 날,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FC 바르셀로나는 클럽의 효율성과 가치 극대화를 위해 팬을 상대로 한 마케팅과 기업을 상대로 한 후원 사업에 골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과 주민이 부여한 미션에 충실하면서 이를 지속가능성을 보장받는 핵심 가치로 보고 있다.


현존하는 기업 가운데, 1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기업은 일부 ‘가족 기업’을 빼고 나면 몇 되지 않는다. 따라서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 단계 진일보한 스포츠클럽으로 거듭나기 위해 택한 것이 겨우(?) 기업 경영 방식이라는 점은 많이 아쉽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클럽보다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 클럽만큼 장구한 세월동안 팬(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기업은 거의 없다. FC 바르셀로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나은 점이라면 바로 이러한 사실을 조금 일찍 깨달은 것 아닐까?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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