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미인이 되는 법

HERI 2014. 11. 10
조회수 4459
등록: 2010.06.15 수정: 2014.11.10

당신이 착한 소비자라고 가정해 봅시다. 먹거리는? 유기농이나 지역에서 생산된 얼굴 있는 먹거리를 이용합니다. 옷은? 유기농 면으로 만들었거나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습니다. 악세서리는? 재활용 제품을 중심으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말이죠. 화장품은? 화장품은요?


여름이 왔습니다.

씁쓸하지만 봄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가버리고 여름이 왔습니다. 화장대를 보니 선블럭은 주어진 역할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동생에게 들어오는 길에 선블럭을 사오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자연을 생각하는 착한 놈으로 사오라'고 덧붙여서.


집에 들어온 동생이 선블럭을 내밀었습니다. 제품 설명을 읽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유통기한이 왜......?'

그리고 동생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내가 백화점 가서 자연주의 화장품 사온거야. 자연주의라 그런지 엄청 비싸더라."

저는 배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리쳤습니다.

"야!!!!!!!!!!!!!!!!!!!!!!"


자연을 생각하는 걸로 사오라는 말에 자연주의 화장품을 사온 동생님을 보며, 이 기회에 '착한 화장품찾아내기' 스킬을 시전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하나. 자연으로 만든 화장품 찾기


화제가 된 책인 [화장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보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성분이 가득 들어간 화장품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화학 성분들은 대부분의 화장품에 쓰인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나면, 화장을 안하는 만큼 피부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화장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사는 삶이라는 게, 현대 여성에게 가능할리가 없습니다. 일년에 300일을 민낯으로 사는 저조차도 기초 화장품을 쓰지 않는걸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왕 써야 한다면 자연을 재료로 하는 화장품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화장품이 자연에 가까우려면 화학 성분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들어있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료가 유기농이어야 한 것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기껏 자연에 가까운 화장품을 고른다고 녹차 성분의 클렌징 제품을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농약 팍팍 뿌린 녹차잎으로 만든 것이라면, 그냥 화학 성분 중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른 바가 없을테니까요.


짐작하셨겠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자연주의'와 '오가닉'은 다른 의미입니다. 자연주의라 함은 말 그대로 자연에서 추출한 성품이 첨가된 제품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양이라도 녹차잎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면 자연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오가닉 화장품은 화장품에 들어간 원료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자연주의와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농약과 같은 화학성분이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그 성분이 유전자 변형을 거치는 것이어도 안됩니다. 심지어 동물 실험을 필요로 하는 성분이어도 안되지요.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성분으로는 오가닉의 '오'자도 붙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오가닉 화장품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아쉽게도 국내에는 신뢰할만한 인증 시스템은 없습니다. 하지만 2008년 식약청이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인증 제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그 시작으로 올 1월에 유기농 화장품을 정의하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제품을 꼼꼼히 살펴 보는 것 이외에 제가 사용하는 두 가지의 편법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지요.


하나는 유통기간입니다. 오가닉 화장품은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어야 하고, 기간이 아주 길지 않습니다. 만일 오가닉 화장품이라고 하면서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지 않거나 화장품 몇개를 쓰고도 남을 만큼 길다면 의심해 보아야 하겠지요.

두번째는 믿을만한 채널을 이용해서 구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로운몰처럼 착한 물건을 유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널을 이용하면, 여러 제품을 비교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믿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둘. 생명을 아끼는 화장품 찾기


이건 자세히 설명하고 말 것도 없이 눈치 채셨지요? 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의미합니다. 언젠가 대학 선배언니에게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을 쓰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녀가 "그럼 좀 위험하지 않아? 검증되지 않는다는 건데."라고 답변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화장품에는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성분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은,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의 안전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에 가까운 성분을 찾아 나서게 되는겁니다. 동물도 살고, 사람도 살고. 1석2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탈리아에서 실험에 이용된 동물을 보호하는 센터를 운영하는 단체인 E.N.P.A의 동물실험 반대 포스터.      피를 흘린듯 배치된 붉은 화장품 위에 누워 있는 비글은 실제로 동물 실험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견종입니다.  (출처=http://adsoftheworld.com)


동물 실험 반대에 대한 움직임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것 같습니다. 유럽연합은 2009년 3월부터 점진적으로 화장품 원료와 관련한 대부분의 동물 실험을 금지하고, 동물 실험을 거친 원료들이 함유된 화장품의 유럽 내 발매를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피부자극성, 광독성, 부식성, 경피 흡수도, 유전독성, 안구자극성, 급성독성 등 7개 분야에 걸쳐 동물 실험을 불법화했고, 오는 2013년부터는 발암성, 광알러지 유발성, 피부알러지 유발성, 독성체내동태, 생식독성, 최기형성, 아만성 및 만성독성, 광돌연변이 유발성 등 8개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동물 실험도 실험이지만, 저 실험 분야들은 이름만 보아도 몸서리가 처지더군요. 화장품에 들어갈 성분들이 저런 특'성'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의심받고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더더욱 순한 화장품을 찾게 될 것 같아요.)


아- 제 입장이 이 와중에도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굳이 사람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동물실험은 그 방식이나 과정이 충분히 잔인하고 멈춰야 할 것인데 말이에요.  아- 저는 동물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지, 차마 글이라 해도 묘사할 수가 힘드네요. 그렇다고 검색해보세요- 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동물실험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해 보았어요. 링크를 클릭!  http://tinyurl.com/35cm2ea


셋. 생각이 착한 화장품 찾기


갑자기 착한 화장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도 조금씩 노력하는, 생각만은 착한 화장품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장품 회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환경'입니다. 소비자들에게 함께 노력해보자고 이야기하는, 아직은 꼬꼬마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말이죠.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캠페인을 전개하며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케이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빈 케이스를 모아오면 작은 선물을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록시땅은 산업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한 제조 공정을 설계하여 공장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은 전세계 영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록시땅 코리아에서는 쇼핑백까지 본사에서 수입해 쓴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본사에서 만든 쇼핑백이 자연에서 분해되는 재활용 백이기 때문입니다. 란데스 숲에서 주운 나무 껍질이나 조각들과 수분을 가공하여 만든 잉크와 풀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키엘이나 맥은 빈 케이스를 몇개 모아가면 립밤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구요. 그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화장품 포장지를 줄이거나 용량을 늘려서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화장품 회사가 오직 환경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베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풍력 에너지를 공급받는 등의 노력도 하지만, 동시에 원료를 재배하는 원산지 원주민들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 그들과 직거래를 하고 마진을 낮추는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과 생산지를 관통하는 아베다의 이런 활동들은 <그린성분정책>으로 표현되어 있지요.



아베다의 광고. 아베다는 미네소타 본사의 공장과 물류센터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풍력 에너지로 대체했습니다. (출처= 아베다)



착한 화장품 고르는 방법이 복잡하다고 느끼셨나요? 음- 그렇다면 가장 간편한 방법은 해외에서 인증한 오가닉 화장품을 구입하는거에요. 왜냐하면 오가닉 화장품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단순히 재료가 오가닉이라는 것을 넘어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동물 실험을 배제하여 만든 화장품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단, 주의 사항 한가지! 이런 인증 마크는 제품 별로 부여되기 때문에 브랜드의 이미지가 자연주의거나 특정 제품이 인증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제품 별로 확인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하루 빨리 이런 착한 화장품의 조건들을 지키는 화장품들에게 주는 인증 마크가 생겨서, 화장품 소비가 간편해지면 좋겠죠.


하지만 화장품 회사들이 이런저런 노력을 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알아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으면 말짱 도로묵입니다. 어떤 소비 방식이건, 소비자가 가장 중요한 주체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것이 결국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이다"라고 설득하나 봅니다. 실제로 자연과 생명 게다가 착한 화장품을 쓰는 것이 피부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일인건 사실이니까요.


어머? 그러고 보니, 좋은 얼굴은 예쁜 얼굴의 핵심인데... 결국 얼굴이 착하려면 마음이 착해야 하는거군요? 미인이 되는 방법이 여기 있네요:)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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