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11.26 수정: 2014.11.12
“중국 민간기업 경영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일종의 ‘원죄의식’ 같은 게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발판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법을 어겨가면서 돈을 번 어두운 기억 때문이죠. 이런 경영자들이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약력= 칭화대 경영학 박사.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수 겸 리더십센터장
사진= 한겨레 신소영 기자
양빈 칭와대 교수는 경제 성장만 보고 달려온 중국 사회가 이제 복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런 속에서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인식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빈 교수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간행물에 여러 연구들이 소개될 만큼 시에스아르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소장 학자다.
양빈 교수는 중국 기업들의 사회책임 의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눈치를 보며 따라오거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홍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등 아직 도전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 중국은 이제 ‘G2’로 국제사회의 위상이 높아졌다. 중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도 아울러 높아지고 있나?
=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중국은 더 크게 더 많이 성장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종전대로 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지 고민이 시작됐다. 하지만 유엔글로벌콤팩트 등 국제사회가 정한 기준에 비춰 볼 때 아직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시민사회가 일찍 성숙했던 나라와는 토양의 차이가 있고, 계약에 대한 의식도 미흡하다. 그래서 ‘글로벌콤팩트’란 말을 하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그게 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법이 아니라면 보통사람의 행위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 차기 시진핑 주석 체제는 내수와 분배를 중시한다던데 이런 환경 변화가 시에스아르 발전과는 어떤 관련이 있나?
= 지금 중국에선 사회모순의 심화와 불평등에 대해 많은 애기을 하고 있다. ‘조화사회’, ‘사회책임’이란 말들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자본가에 대한 갖는 불만의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가 주석이 되든 시에스아르, 윤리경영은 중국에서 크게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 체제가 가장 크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기업의 독점을 어떻게 규제하는 가이다. 최근 중국의 일부 민간 대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쓰려면 경쟁사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등 독점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불거지고 있다. 독점은 시에스아르의 적이다. 중국에도 독점을 규제하는 법은 있지만 실천이란 면에서 볼 때 상당히 미흡하다.
- 시세스아르 모범 사례 가운데 하나를 소개한다면?
= 광둥성 선전 지역에 본사를 둔 완커(Vaker)란 부동산 개발회사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완커는 중국 최대의 주거용 부동산 개발회사로, 좋은 기업지배구조와 윤리경영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상을 수상했다- 편집자주). 중국에서 건설회사를 하려면 땅을 정부로부터 구매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패 스캔들이 끊이질 않았다. 완커는 이를 피하기 위해 정부와 직접거래를 하지 않고 정부로부터 땅을 구매한 회사를 찾아가 다시 사는 방법을 쓴다. 돈은 좀 더 들지만 부패의 여지를 없애자는 것이다. 완커는 아파트를 지어도 대도시 보다는 중소도시에, 부자들을 위한 대형주택 보다는 중산층 서민을 위한 중소규모 주택을 주로 짓고 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일찍부터 투명경영 등 엄격한 규율을 마련해 기업을 경영해왔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양빈 교수는 12월 15일과 16일 열리는 ‘2010 아시아 미래 포럼’의 종합세션에서 중국기업의 사회책임 경영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www.asiafutureforum.org, 070-7425-5237.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