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11.03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사태 등으로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위기 국면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몇 가지 좋지 않은 신호가 있다. 우선 그리스 불확실성이 커졌다. 우여곡절 끝에 유럽의 유로화 사용 17개 국가들이 그리스 지원에 합의했지만, 그리스가 바로 받아들이는 대신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왔다. 지원한 수용이 부결되면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탈퇴하면서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된다.
-- 지원해주려는 나라들이 화가 났겠는데요.
바로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6차분(80억 유로=12조원) 지급을 12월 국민투표까지 보류한다고 2일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의회 신임투표는 4일인데, 여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국민투표는 한다면 12월4일인데 전반적으로 안갯속이다.
-- 그리스는 이런데, 유럽 전반적으로는 어떤가요?
내년 1~3월에 만기를 맞는 유로존 국채물량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모두 합치면 1889억유로(약 290조원) 규모다. 그리스가 부도나면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의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연쇄부도 역시 예상된다.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 유럽발 세계경제 위기로 번질 수도 있을까요?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미국의 17%보다 높았다. 이미 중국의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7%대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의 최근 10년간(2001~2010년) 평균성장률은 10.5%였고 잠재성장률이 1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대 성장률은 경착륙을 의미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4분기, 2009년 1분기에만 7% 이하로 내려갔었다.
-- 중국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에 끼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수출이 둔화되면서, 동시에 중국 부동산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인데, 당연히 타격이 있을 것이다. 국민투표의 충격은 291조원에 이르는 유로존 국채 만기연장 어려움→유럽 경기침체 심화→중국의 무역수지 적자→세계적인 공포 확산→한국경제 타격 등의 경로를 밟으며 위기가 내년 1분기에 최고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미국 증시는 그래도 선방했는데요.
밤사이 뉴욕증시는 추가 부양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발언으로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8.08포인트(1.53%) 뛴 11,836.0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모두 1%이상 올랐다. 그런데 역설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이 너무 높고 경제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해 경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고, 연준은 미국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그러면서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언급했다. 환자가 아직도 아프니 약을 더 주겠다고 하자 약 때문에 건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셈이다.
3. 그래도 한국 기업들은 잘 하고 있지 않나요?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소니의 안전성이 역전됐다. 요즘 금융시장에서는 소니의 5년 만기 회사채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130bp(1.30%)인데, 삼성전자는 104.67bp(약 1.05%)를 기록해 삼성전자가 부도위험이 작게 평가된다. 지난 10월 초만 해도 소니가 삼성전자보다 부도 위험이 작았는데 역전된 것.
4. 자동차 수출도 여전히 잘 된다면서요.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들어 미국에서 10월까지 연간 판매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100만대 돌파 전망이다. 한편 기아차는 이날 중국 장쑤성 난징시 진링호텔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쑤성 뤄즈쥔 서기 등과 함께 중국 3공장 투자협의서 체결식을 열었다. 2014년 완공되는 기아차 3공장의 생산 능력은 30만대다.
5. 그런데 서민들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전세값도 여전히 비싸고요.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은 2년 사이 다섯 배 늘었다. 전세값 상승이 반영된 것. 5개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10월말 4조3142억원이다. 2009년 말의 다섯 배다. 금리도 0.5%포인트 가량 올랐다. 국민은행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2004년 7월 60.1%를 찍은 이후 가장 높은 60.0%를 기록했다.
수출 대기업 잘 나간다는 이야기 들을 때마다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게 국민들에게 실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문도 든다. 현대차 중국 공장 투자 이야기도 했지만, 한국 기업이 이제 한국에 공장을 거의 짓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이 되어버렸다. 한국에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면 스포츠 국가대표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