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1.08.05 수정: 2014.11.12


“정부나 대기업 지원에 대한 의존보다는 사회적기업의 창의성과 자발성, 사회적가치가 지속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국 사회적기업 운동의 선구자이자 소셜엔터프라이즈유럽(Social Enterprise Europe)의 설립자인 클리포드 사우스컴이 지난 8월1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강조한 말이다. 


 ‘우리는 왜 사회적 기업을 원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강연은 약 40여분간 진행됐다. 170여석의 강연장이 꽉 차 사회적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강연 후 30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는 대학생 및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이 다양한 질문을 했다. 그 중에서도 정부주도로 사회적기업이 양성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사우스컴은 “영국에서는 정부에 직접적 재정지원을 많이 요청하지 않는다”며 “대신 사회적기업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이해와 제도적 지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적인 사회적기업 열풍을 ‘세계경제의 변화’로 보며 사회적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변화에 잘 대처하는 스마트한 대기업들은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

사우스컴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의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비즈니스이며 ‘거래를 하는 조직’임을 강조했다. 거래의 당위는 사회적 목적에 있으며, 가치관이 무엇인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다양한 사회적기업 사례

영국에서 지역기반 사회적기업 (community enterprise)이 나오게 된 배경은 북부의 전통적인 철강 산업이 쇠퇴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나 민간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이 스스로 존립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비즈니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스컴은 첫 번째 사례로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사회적기업 ‘코인스트리트 빌더스’(CSCB, 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를 소개했다. CSCB는 한때 황폐화됐던 런던 사우스뱅크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건물 임대 등을 통해 번 수익금의 대부분을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원, 학교, 병원 유지 등에 사용하고 있다.


 사우스컴은 영국 사회적기업 중 더 윤리적으로 경영하고 사회적 가치를 꾀하기 위해 민간부문과 경쟁을 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영국에는 ‘전화협동조합’이 있어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자신도 전화협동조합에 가입한 사용자라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는 트리오도스뱅크(Triodos Bank), 노숙인들이 잡지를 팔아 자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빅이슈(Big Issue)도 소개했다. 그는 잡지를 살 때마다 자선이 아니라, 동등한 상거래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맡았던 복지사업을 더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회적기업 사례도 소개했다. 원래 정부 소속이었던 사회복지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사회적기업 ‘썬더랜드 홈케어’(Sunderland Home Care Associates)는 복지사들 스스로가 직접 사업을 하면서 서비스가 개선되고, 이직율도 낮아졌다고 사우스컴은 전했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인터넷망 제공회사를 사서 공유하거나, 에너지회사를 사서 태양력, 풍력 등을 지역사회에 공급하는 사례도 언급했다.


 끝으로 수평적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수마(Suma)를 소개했다.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수마 사례를 통해 사우스컴은 사회적기업이란 비즈니스를 달리하는 방식임을 강조했다. 즉, 경영과 지배구조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열린 방식으로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컴은 영국에서 사회적기업들은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 기관에도 영향을 주고, 더욱 발전을 거듭해 경기침체 시기에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스페인의 몬드라곤 생활협동조합과  ‘FC바르셀로나’를 소개하며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발전의 미래모델을 제시했다.


사회적기업의 4가지 이점

사우스컴은 사회적기업이 가진 이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배당금을 나눌 필요가 없다. 사회적기업은 근로자나 지역이 소유하므로 수익금은 마을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 많은 돈을 경영자의 월급이나 주주 이익 배당금으로 쓰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둘째, 다양한 지원을 끌어올 수 있다. 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명확한 직원들과 지역사회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수익과 함께 기부금이나 보조금을 사용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적기업은 충실한 고객층을 갖고 있다. 사회적 가치에 동의하고 이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지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의 핵심 ‘네트워킹과 협력’

사우스컴은 사회적기업의 핵심으로 네트워킹과 협력을 꼽았다. 그는 경쟁보다는 각 구성원 간 파트너십과 협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의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로 구성된 작은 그룹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이다.”(“Never doubt that a small group of thoughtful, committed citizens can change the world. lndeed, it is the only thing that ever has.”)


(녹취록 작성: 박효진 인턴 연구원, 사진: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센터 제공)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싱크탱크 시각] 주거불안 이대로 방치할 건가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미친 전셋값’ 소식에 불안했다. 내년 초 전세 만기라 걱정거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며칠 전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시세대로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2년 전에 견줘 ...

  • admin
  • 2014.12.08
  • 조회수 6705

[싱크탱크 시각] 결혼식 ‘치킨게임’ 어떻게 멈출까?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다. 어김없이 날아드는 청첩장이지만, 인생의 새 출발을 기약하는 낯익은 얼굴들을 보면 괜스레 설렘과 기대, 희망 같은 것이 시나브로 피어난다. 그런데 결혼식장에 가보면 결혼식...

  • admin
  • 2014.11.17
  • 조회수 8069

[착한경제] 월가, 이제 샴페인을 딸 때

등록: 2013.06.04 수정: 2014.11.12 미국에서도 쿠데타 모의가 있었다면 잘 믿기지 않을 것이다. 1930년대 기업인들이 주도한 이 쿠데타는 대통령의 개혁을 저지하고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파시즘 체제를 만들려 했다. 이 음모가...

  • HERI
  • 2014.11.12
  • 조회수 7322

[착한경제] 사회적 경제의 오래된 가치

등록: 2013.05.21 수정: 2014.11.1299%의 경제아하! 협동조합언젠가부터, 경제는 이윤 동기로만 작동한다는 고정관념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승자독식은 시장을 굴러가게 하는 불가피한 요소라는 믿음에서 우리의 의식은 자유롭지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187

[착한경제] 사회의 귀환

등록: 2013.04.12 수정: 2014.11.1299%의 경제 HERI의 시선사람은 그가 한 말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 며칠 전 타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오래 기억될 말을 남겼는데, 바로 “사회, 그런 것은 없습니다”...

  • HERI
  • 2014.11.12
  • 조회수 5363

[착한경제]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록: 2013.02.01 수정: 2014.11.12 99%의 경제 HERI의 시선 올해 신년사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유독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저마다 사회적 책임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연...

  • HERI
  • 2014.11.12
  • 조회수 5299

[착한경제] 누구도 비정규직을 도와주려 하지말라!

등록: 2012.11.07 수정: 2014.11.12 샘물은 위에서 살살 걷어서 먹어야 한다. 휘저어 놓으면 그나마 아무도 못먹는다. 무엇이든 어설프게 하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정치권에서 앞다투어 약속하는 비정규직 보호 또는 철폐 약...

  • HERI
  • 2014.11.12
  • 조회수 5829

[착한경제] 사회적기업 장수의 비결, 지식창조 메커니즘

등록: 2012.09.11 수정: 2014.11.12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혁신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이 경영 효율성을 이유로 외면하는 사회적 필요를 채워주거나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

  • HERI
  • 2014.11.12
  • 조회수 6282

[착한경제] 한국 양궁 성공신화의 비밀

등록: 2012.08.08 수정: 2014.11.12 1980년대 초 어느 날,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당시 삼익악기 양궁선수단 감독)는 연습장 앞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양궁이 늘 이렇게 재미없는 스포츠로만 남아 있을까? 그...

  • HERI
  • 2014.11.12
  • 조회수 10048

[착한경제-2012년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 수료식]

등록: 2012.07.11 수정: 2014.11.12 [2012년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 수료식] 3개월을 함께 한 (예비)사회적기업가들의 축하의 장 착한경제를 만들어 갈 사회적기업가로서의 감성과 지성을 일구어 온 ‘2012년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

  • HERI
  • 2014.11.12
  • 조회수 6655

[착한경제] 진보가 집권한 프랑스, ‘올랑드 솔루션’은 어떤 모습일까

등록: 2012.05.08 수정: 2014.11.12 당선되자마자 "긴축은 더이상 우리의 운명일 필요가 없다. 특히 독일에 하고 싶은 말”이라고 쏘아붙인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유럽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올랑드 입장에서...

  • HERI
  • 2014.11.12
  • 조회수 5134

[착한경제] 지구온난화에 스핀(spin)을 거는 사람들

등록: 2011.12.20 수정: 2014.11.12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공조의 틀인 ‘쿄토의정서’가 휴지가 될 운명에 놓였다고 한다. 12월 중순 남아공화국 더반 총회 직후 캐나다가 탈퇴를 선언했고, 일본과 러시아도 심상치 않다. ...

  • HERI
  • 2014.11.12
  • 조회수 6119

[착한경제] Being Socially Prepared is the Key Success Factor in Community Based Development – Interview with Tri Mumpuni

등록: 2011.11.09 수정: 2014.11.12 Tri Mumpuni, the one of the 2011 Magsaysay Awardees, has been proposing an innovative model, the hybrid model, to solve Asia's pertaining issues such as poverty, energy, ...

  • HERI
  • 2014.11.12
  • 조회수 31257

[착한경제] SK 검찰 수사 경영 영향 – HERI 경제뉴스해설(11/9)

등록: 2011.11.09 수정: 2014.11.12 1. SK 최태원 회장 검찰 수사 검찰이 최태원(51)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이 1천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어제 이런 혐...

  • HERI
  • 2014.11.12
  • 조회수 5314

[착한경제] 아이폰 1대당 이익이 삼성 스마트폰의 3배-HERI 경제뉴스 해설(11/8)

등록: 2011.11.08 수정: 2014.11.12 1. 한국 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큰 변화가 없다면 1년 안에 한국 국가...

  • HERI
  • 2014.11.12
  • 조회수 5649

[착한경제] 그리스 총리 입만 보는 세계경제 - HERI 경제뉴스해설(11/4)

등록: 2011.11.04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사실상 철회 먼 나라 그리스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글로벌 경제의 특징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간) 제1야당인 신민당이 2차 구제금...

  • HERI
  • 2014.11.12
  • 조회수 4826

[착한경제] 내년 1분기 위기설 나온다 - HERI 경제뉴스 해설(11/3)

등록: 2011.11.03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사태 등으로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위기 국면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몇 가지 좋지 않은 신호가 있다. 우선 그리스 불확실성이 커졌다. 우여곡절 끝...

  • HERI
  • 2014.11.12
  • 조회수 4989

[착한경제] 그리스 파산으로 가나 – HERI 경제뉴스해설(11/2)

등록: 2011.11.02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추진, 세계증시 급락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그리스 총리가 돌연 유로화 사용국가의 2차 지원안에 대한 국민투표안을 들고 나오면서, 어렵게 마련한 지원안이 부결될 지...

  • HERI
  • 2014.11.12
  • 조회수 5094

내년 말 가계대출 대란 올까 - HERI 경제해설(10/31)

등록: 2011.10.31 수정: 2014.11.12 1. 내년 말 가계대출 대란 올까 경제력이 취약한 가계의 빚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 어떤 내용인가요...

  • HERI
  • 2014.11.12
  • 조회수 4839

[착한경제] 유럽의 아름다운 타협 - HERI 경제뉴스해설(10/28)

등록: 2011.10.28 수정: 2014.11.12 1. 유럽에서 온 좋은 소식 27일 새벽 4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7일 오전 11시) 벨기에 브뤼셀의 EU 정상회의 회견장에 기자들이 호출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화 사용 ...

  • HERI
  • 2014.11.12
  • 조회수 4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