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HERI 2014. 11. 12
조회수 5113

등록: 2013.02.01 수정: 2014.11.12


99%의 경제
HERI의 시선


올해 신년사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유독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저마다 사회적 책임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연말 박근혜 당선인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방문해 대기업이 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자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지난달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대·중소기업 협력 지원액을 늘리고 사회공헌활동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이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2월 전경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 222곳은 2011년 사회공헌활동에 모두 3조 1241억원을 썼다. 10년 전에 견줘 세 배 가량 늘어난 규모라고 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최근 유독물질인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에서 국내 굴지 대기업의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됐다.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은 노조설립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해외에서 터져 나오긴 했지만, 지난해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일부 차종의 연비를 과장 표시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식품업체는 일부 제품의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공헌활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연이은 논란은 핵심 사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불거진 사안들이다. 1982년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에 누군가 독극물을 주입한 사건이 일어나자, 거액을 들여 전국에 배포된 제품을 모두 리콜하고 독극물 주입이 불가능한 제품을 새로 개발해 내놓았다. 기업의 운명을 걸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존경받으면서도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


<책임혁명>의 저자인 제프리 홀렌더는 “너무 많은 기업들이 말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받아 들인다고 하면서도, 자기들이 하는 활동이 사회에 손상을 주고 환경을 훼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기업의 낡은 정신 모델이 조만간 바뀔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협동조합 대가인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주식회사 기업들은 협동조합의 사회책임경영을 흉내낼 뿐”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명이다. 기업 이익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지향하거나, 단기재무 성과 대신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든가, 정직과 투명성을 앞세우는 등의 사명이 있어야만 진정한 사회책임기업이라 할 수 있다. 사명은 기업의 사회의식과 맞닿아 있다. 기업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진정한 사회적 책임도 이뤄질 수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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