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1.11.04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사실상 철회

먼 나라 그리스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글로벌 경제의 특징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간) 제1야당인 신민당이 2차 구제금융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면서 사실상 국민투표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국민투표 자체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기세등등하던 국민투표안을 철회했나요?

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현재 의회에서 구제금융 협약을 승인하자, 대신 총리가 사퇴하고 총선을 위한 임시 과도정부를 구성해 바로 조기총선을 하자, 이렇게 밝힌 직후 총리의 발언이 나왔다. 사마라스 당수는 현 구제금융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우리는 야당인 신민당이 구제금융안을 지지하겠다고 한 사실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신민당과의 공동정부 구성과 구제금융안 지지 협상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 원래 현지시각 오늘 의회 신임투표를 한다고 했었는데요?

그렇다. 여당인 사회당이 총 152석이다. 그런데 사회당 내 일부 의원들이 국민투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신임투표에 불참하겠다는 의원도 있다. 추가 이탈이 있을지 우려된다. 신임투표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파판드레우 총리가 살아남을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사회당 탈당파와의 관계, 신민당과의 협조 강도(연정 수준까지 가는 것인지) 등이 모두 변수가 됐다.

-- 그럼 이제 사태는 지원안을 받는 쪽으로 봉합될까요?

결국 받는 쪽으로 봉합되는 정치적 과정이라고 본다. 신민당은 총리 퇴진과 조기총선을 전제로 한 구제금융안 지지 입장이라고 강조한 반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사퇴와 조기총선은 거부하고 구제금융안에 대한 지지의 합의에 방점을 두고 있어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저녁 의회 연설에서 지금 같은 중대한 시기에 권력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재선에 관심없다고 밝혀서 여운을 남겼다.

-- 어지럽네요. 어떻게 정리가 되는 건가요?

유럽연합 정상들의 그리스 지원안 타협은 어려운, 아름다운 타협이다. 1. 어려운 이웃이 생겼고 2. 같이 돕기로 합의했고 3. 돕는 과정에서 부잣집에서 조금씩 손해보기로 했고 4. 대신 어려운 집에도 반성하고 분발하라고 했고 5. 그 분발안을 받아들일지를 어려운 집에서 가족회의중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 나라 정상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조금씩 손해를 보면서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리스로 공이 넘어갔고, 국민투표, 신임투표, 정당한 타협과 다툼을 거치면서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 재정위기 극복 과정은 정치 과정이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2. 그리스 총리 입만 보는 세계금융시장

그리스 총리가 세계 경제로부터 이만큼 주목받는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장이 그리스만 보고 있다. 3일 뉴욕금융시장에서 주가는 유럽발 호재로 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가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이것도 주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208.43포인트(1.76%) 상승한 12,044.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88% 오른 1,261.15, 나스닥지수는 2.20% 뛴 2,697.97.


3. 엘지전자의 1조원, 어디로 갈까

LG전자는 3일 이사회를 통해 6385억원의 시설자금과 4235억원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최근 휴대폰 사업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롱텀에볼루션(LTE)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R&D)비를 늘릴지,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지, 소프트웨어를 강화할지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적자에 시달리는 엘지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엘지전자의 혁신은 한동안 칭송받았지만, 그것은 뼈와 살을 깎는, 비용절감형 혁신에 그쳤다. 그래서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졌다. 새 살이 돋아나는 데 이 돈이 투입될지 관심거리다.


4.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동반성장위원회가 두부·레미콘·LED·맞춤정장 등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4일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24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추가 선정하고, 해당 품목의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에 대해 사업 철수나 진입 자제, 확장 자제 등의 권고를 할 예정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두부는 사업 축소 및 확장 자제 품목으로 선정될 것 같다. CJ 등 확실한 대기업은 사업 축소를, 논란이 됐던 풀무원은 사업 확장을 자제하는 쪽으로 결론.


5. 월가 시위대, 맨큐의 경제학 비판

월가 시위대가 이번에는 하버드 대학의 유명 교수 중 한명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경제학 수업을 듣지 말자며 수업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맨큐 교수의 수업이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이로 인해 경제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갖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맨큐 교수의 고전 경제학 강의가 지나치게 시장근본주의적 시각을 갖게 만든다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경기 침체는 바로 이러한 편향된 시각이 만들어 낸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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