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1.10.28 수정: 2014.11.12


1. 유럽에서 온 좋은 소식

27일 새벽 4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7일 오전 11시) 벨기에 브뤼셀의 EU 정상회의 회견장에 기자들이 호출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과 함께 나와 "민간 채권자의 그리스 채권 손실 분담률을 50%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부터 세계경제를 괴롭혀 온 그리스 재정 위기가 해결의 전환점을 맞는 순간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리스 채권에 많이 투자한 프랑스 은행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손실 분담률을 40% 이상으로 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메르켈 독일 총리는 60%를 깎아주자고 주장했다. 이를 50%로 높인다는 발표를 사르코지가 한 것이다. 민간 채권단의 손실 분담률이 50%라는 것은 투자액 절반을 떼이는 것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가 갚아야 할 총 채무 3500억유로 중 민간 부문 1000억 유로가 삭감된다. (조선일보)

--- 정상들이 꽤 애를 썼군요.

전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정상회의는 장장 10시간 동안 이어졌다. EU 정상 27명이 모여 밤 8시에 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후에도 유로존 정상들은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따로 모였다. 가장 큰 쟁점인 민간 채권단의 손실 분담률과 EFSF 증액 방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새벽 3시가 돼도 결론이 나지 않자 기자들은 실패라고 기사를 송고하고 퇴근했다.

--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인가요?

그리스 손실 상각 규모에 이어, 위기에 대비해 역내 은행들의 자본을 내년 6월 말까지 1060억유로 정도 늘린다. EFSF를 현재의 4400억유로에서 1조유로로 늘리는 데도 합의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7일 새벽 2시에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참여를 확인하는 등 '전주'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번 조치로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 등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EFSF의 확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이 돈을 어디서 받아올 것이냐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IMF 중국에 손을 벌리고 있지만, 반응은 확정적이지는 않다. 민간 채권은행 일부가 손실 분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 하여간 정치력이 돋보이네요.

유럽연합은 기적적인 정치 실험이다. 서로 총을 겨누고 전쟁을 치렀던 나라들이 통합을 지향하며 머리를 맞댄다. 그리고 결국 타협을 이끌어낸다. 그리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밤샘 토론하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다. 결국 지금의 경제 위기는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사실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 남북 정상이 밤샘 토론을 하고, 한일 정상이 북한 경제 살리기를 위해 머리를 함께 짜낼 때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2. 해외 금융시장 반응은?

뉴욕증시는 크게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39.51포인트(2.86%) 뛴 12,208.5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이후 처음 12,000선을 돌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모두 3% 이상 상승. 유럽증시도 모두 크게 올랐다.



3. 복권판매량 제동

복권이 너무 많이 팔려서 걱정이 생겼다. 올해 복권 판매량이 2조 1천억원이 넘었다. 지난 주에는 평균 주간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 1200억원이 팔렸다. 복권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고, 올해 복권 발행액을 2조8천억원으로 정하고 홍보 자제 등 역판촉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4. 저성장 시대 오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3%대에 머물렀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목표인 연간 ‘4%대 성장’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8.5%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쥐글라 파동’으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쥐글라는 ‘불황의 유일한 원인은 번영'이라고 했다. 저성장 시대는 반드시 오는 것이고,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탐욕을 줄이면서 살아가는 경제에 관심 가져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뒤 무상급식, 생태 관련주 상승. 이런 경제에 더 관심 가져야 할 듯.



5. 금융권 사회공헌활동 발표, 비판적 시선

전국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권 협회장들이 수수료 인하,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 ‘탐욕’ 비판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생색내기라는 인상 짙다. 금융은 제조업과 다르다. 제조업은 손발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경제를 키우는 게 사명이다. 그러나 금융은 혈액이다. 골고루 잘 돌면 된다. 이익도 주주 돈보다는 주로 고객의 돈을 맡아 굴려서 낸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더 저비용으로 운영하면서 공공성을 갖도록 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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