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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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미친 전셋값’ 소식에 불안했다. 내년 초 전세 만기라 걱정거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며칠 전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시세대로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2년 전에 견줘 무려 30%나 오른 값이다. 집주인도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그쪽은 전세금을 너무 많이 올려 이사를 할 계획이란다. 전세난민 도미노현상의 또 하나의 사례이다.

얼마 전 만난 서울의 한 구청장은 매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5%가 이사를 한다는 사실을 얘기해줬다. 그가 체감하기에 어림잡아 지역민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해마다 이사를 한단다. 이렇게 이동이 잦다 보니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장기적인 정책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실제 201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3%가 전월세 임차가구며, 이들이 현재 집을 기준으로 평균 거주햇수는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집으로 이사 온 이유로 ‘직전 주택의 전월세 계약 만료’라는 비자발적 요인을 가장 많이 꼽았다.

주거 불안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행복은 욕구가 만족되어 ‘불안, 불신, 부실’을 느끼지 않고 ‘안정, 안심, 안전’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행복지수는 주거, 일자리, 교육 등 모두 11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봐도,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36개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렀다. 교육, 치안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주거, 일과 삶의 조화, 공동체 생활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매번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전 조사에선 24위였는데, 몇년 새 우리의 행복 수준은 더 나빠진 셈이다.

정부가 매매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 오는 가운데,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는 집값의 70%를 훌쩍 넘어섰고 심지어는 90%에서 이른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물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많은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과 월세를 섞는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다. 전세금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하면 당연히 매매 수요로 바뀔 거라는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빚내서라도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가계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한 결과다.

세밑 여의도 국회에서는 부동산 관련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주거안정을 위한 법안은 몇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개인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단기적으로 집세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든다. 지금으로 봐선 전월세 상한제는 없던 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대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3가지 법안(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법, 수도권 재건축 사업 시 조합원에게 주택 수만큼 새 주택을 주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통과를 위한 빅딜로 계약갱신청구권만 거론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은 매매 중심에서 주거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월세 상한제가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도입됐다면 지금의 전월세난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전월세 상한제를 포함한 주거안정법안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모범답안이다. 정답을 알고도 정치적 논리로 그릇된 선택을 더 이상 하지 않길 바란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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