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유레카] 뉴 브랜다이즈 운동 / 곽정수

HERI 2021. 09. 15
조회수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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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뉴 브랜다이즈 운동의 3총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조나단 캔터 법무부 반독점국장(지명자 신분),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팀 우 콜럼비아대 교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연방거래위와 반독점국은 미국 반독점정책(한국의 공정거래정책)을 집행하는 양대 축이다. 팀 우 교수는 국가경제위원회에서 기술·경쟁 분야의 자문을 맡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를 강조한다. 리나 칸 위원장과 조나단 캔터 반독점국장이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의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셔먼법·클레이튼법·연방거래위원회법의 3각 축으로 이뤄진 미국 반독점법의 집행은 지난 수십년간 ‘소비자 후생’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 개입보다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시카고학파의 입김이 지배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독점 기업이 가격을 올리거나 산출을 제한하는 행위는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반독점법의 규제 대상이지만, 그 외의 행위는 규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뉴 브랜다이즈 운동 주창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리나 칸 위원장은 2017년 발표한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에서 “반독점법의 기초자들은 단순한 소비자 후생을 뛰어넘어 노동자·생산자·시민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목표의 달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반박했다.


이들의 철학은 1916년 미국 대법관에 임명된 루이스 브랜다이즈에서 기원한다. 그는 대법관 임명 전부터 소수자를 위한 투쟁으로 ‘법의 로빈 후드’로 불렸다. 민주당 출신인 윌슨이 대통령이 되자 클레이튼법과 연방거래위원회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다. 대법관 시절에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적·종교적 자유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유도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 경제민주주의 체제를 재창조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앞에서는 싼 가격과 편리성을 앞세워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하면서, 뒤로는 막강한 지배력을 동원해 거래업체에 갑질을 하고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매출 증대와 시장 장악을 위해 원가 이하의 ‘약탈적 가격’으로 대규모 적자까지 감수하는 이들의 새로운 경영전략을 ‘소비자 후생’의 잣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수 국민도 규제 강화에 찬성한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협소한 의미의 소비자 후생만 내세우며, ‘편 가르기식 정치 논리’, ‘4차 산업혁명의 혁신 저해’, ’선거용 포퓰리즘’ 등의 온갖 수사를 동원해 규제에 반대한다. 무덤 속의 브랜다이즈 대법관이 듣는다면 깜짝 놀랄 일이다. 빅테크의 혁신 노력은 존중돼야 하지만,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독점의 횡포를 부리고, 불공정한 갑질을 저지르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반독점 규제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는 경제민주화 이슈가 신자유주의에 밀려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소수 재벌 중심 경제체제의 폐해가 심화하면서 지난 20여년간 재벌 규제와 대기업 갑질 제재를 포함한 경제민주화가 경제개혁의 화두였다. 이에 대해 재계와 보수언론은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잉 규제라고 반발해왔다. 빅테크의 부상과 함께 뉴 브랜다이즈 운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경제민주화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기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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